"산업 생태계 붕괴 대비한 구조조정 준비해야" (조선비즈 2020/4/8)
[이코노미조선]
전직 경제사령탑의 조언
정덕구 "산업 생태계 붕괴 대비한 구조조정 준비해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가 촉발한 경제 위기가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쇼크 이전부터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다.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성장 동력이 위축됐으며 일자리 창출 능력과 기업 역동성이 떨어졌다. 지난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로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경기 호조를 누리다 쇼크를 맞은 미국 등에 비해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인한 한국의 충격은 훨씬 더 클 수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과거 국가 위기 당시 한국을 이끌었던 경제 사령탑들을 인터뷰해 이번 위기를 돌파할 방법과 경제 기저질환을 해소할 방법에 대해 들었다. 실물경제 부문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전 산업자원부 장관, 재정경제부 차관)과 금융 부문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전 금융위원장)이 참여했다. 이들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다.
"현 상황에서 어떤 해답을 낼 수 있겠나. 그건 건방진 생각이거나 말하는 이가 사기꾼이라는 얘기다."
정덕구(71) 니어재단 이사장은 3월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니어재단에서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 직전 흰 마스크 위 두 눈을 부릅뜨며 이렇게 말했다. 전 세계를 뒤덮은 '보이지 않는 공포'가 현재 진행형인 탓에 속단은 금물이라는 뜻으로 들렸다.
정 이사장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차관과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역임한 경제 전문가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IMF 외채협상 수석대표를 맡아 국난(國難) 극복에 공헌했다. 그가 '아름다운 부인'을 비유로 들며 IMF가 내건 조건의 실행이 어렵다고 설득한 건 유명한 일화다. 그는 "벼랑 끝에 매달린 나한테 와서 목숨을 구해줄 테니 그 대신 너의 아름다운 부인을 달라고 한다면 내가 어떻게 선택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당시 '아름다운 부인'이 파산 위기에 몰린 한국 정부·기업·가계였다면, 현재는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다. 아름다운 부인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위기의 파고(波高)가 높아진다면 바다 위 배는 그대로 버틸 수 없다. 타고 있는 사람들을 구원하려면 값나가지 않고 무게만 나가는 것은 던져 버리고 취할 것만 취해야 한다. 한국 산업이라는 배는 구조조정을 통해 미래 산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금은 높아질 파도에 대비해 큰 그림을 그릴 때다."
정 이사장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가 잦아든 후 무엇을 해야 하느냐를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가 한 제언은 산업 전반에 대한 혁신 방안을 그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 경제에 휘몰아치는 대폭풍에 대한 공포와 붕괴 위험을 막기 위해 분투하는 가운데서 심각한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한국 경제 전반에 걸쳐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이번 위기를 고비용, 저효율화된 한국 산업 생태계를 완전히 바꿀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 이사장은 실수가 허용되지 않는 위기상황에서 대통령이 주변에 산적한 이념가들의 말만 듣지 말고 전문가들을 중용해야 한다고도 했다.
정 이사장은 최근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코로나19 대처에 대해 '공포를 줄이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포를 없애려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확보돼야 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연 1%포인트나 내리면서 돈을 퍼붓고, 민간 기업 회사채까지 사들이겠다고 발표한 건 신뢰를 얻어 공포를 줄이기 위한 방법이다"라고 했다. 그가 특히 강조한 말은 '모어 댄 이너프(more than enough·충분한 것보다 더 많아야 한다)'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지나칠 정도여야, 위기 상황에서 정책 효과가 발휘된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가 매일 발표하는 각종 대책에 대해서도 "나쁘지 않다"고 그는 평했다. 다만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이 선포한 재난 기본소득은 비판했다. 그는 "이는 재정 사정이 판이한 지자체 간 형평성에 어긋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일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 산업 구조조정 방향 고심해야
정 이사장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한국 산업 생태계의 붕괴 우려였다. 정유·화학·자동차·반도체·조선·디스플레이 등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주력 산업들은 모두 각각의 고유한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1차 밴더(협력업체), 2차 밴더, 그 아래 하청업체를 통해 고용과 기술이 긴밀히 결합한 구조다.
그는 "산업 생태계는 쌓기는 어렵지만, 붕괴는 쉽게 일어난다. 현재 정부의 정책은 주요 산업체의 흑자 부도를 막기 위한 것이다"라며 "당장은 투입된 자금을 통해 견디겠지만, 바이러스로 인한 임모빌리티(immobility·부동성) 상태가 길어지면 산업 생태계가 붕괴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정 이사장은 이번 사태를 산업 구조조정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과감한 기업 간 인수·합병(M&A) 등 산업 구조조정을 할 것이냐, 아니면 현 생태계를 그대로 보전할 것이냐 등 산업 정책을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현재의 주력 산업 생태계가 붕괴했을 때 사회적 비용을 예상해보고 기업과 가계 전반을 점검하는 등 미리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며 "이런 그림을 못 그리면 당장 유동성 위기를 막는다고 해도 빠른 경제회생을 기대할 수 없다"고 했다. 그가 말한 산업 구조조정이 필요한 이유는 최근 수년 새 비용은 비싼데 생산성은 낮아 현실과 맞지 않는 산업군이 생겼기 때문이다. 21세기에 들어서도 IMF 외환위기 직후의 주력 산업군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이런 과정에서 한국 산업은 경쟁력을 급격히 잃었다고 그는 평가했다. 정 이사장은 "코로나19 사태는 전 세계 산업구조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이번 기회에 한국 산업의 구조적인 기저질환을 고쳐야 한다. 안 되는 건 빨리 다른 나라로 넘기고 다음 단계의 미래 산업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부도 혁신성장으로 방향을 제대로 틀어야 한다. 정부와 민간이 혁신성장의 기본 방향을 공유하고, 문재인 정부 들어 새롭게 부하된 무거운 부담과 족쇄에서 기업들을 풀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 美 연준 덕 금융공황의 큰 불은 껐지만…
정 이사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 우려는 작지만, 아직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현재는 2008년에 비해 디폴트 리스크는 크지 않다. 우리가 잘해서라기보다는 미국 연준과 정부가 메가톤급 자금 살포에 나섰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와 연준은 현금이 필요한 미국의 경제 주체들에게 달러를 사실상 무제한으로 공급하겠다고 선언했다. 과도한 달러 강세가 오랫동안 유지되는 상황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그는 이어 "그러나 이는 구조적인 안정세가 아닐 수 있다. 미국에서 히스테리적 금융 붕괴가 일어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확진자가 급증하는 등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며 "앞으로 임모빌리티 상태가 지속되면 통화 유동성 위기는 언제든 올 수 있다. 그 단계로 가지 않게 거시와 미시가 맞물린 정교한 정책 배합이 필요하다. 통화 가치의 안정은 국가 경제방어의 마지노선이다"라고 했다.
◇ 靑 정책실장 거시경제 전문가로 바뀌어야
정 이사장은 비상경제체제에서는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사고 시 충격을 완화하고 붕괴를 막고 공포에서 벗어나는 것은 정치적인 결단과 리더십이 중요하지만 그다음 단계로 진행되면 '폴리시 믹스(policy mix)', 즉 정책 배합이 중요해진다"고 했다. 정책 배합부터는 절대로 정치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정 이사장은 관료사회도 질타했다. 그는 "국난을 맞은 관료들은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은 담대히 자기 나름의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필요하다. 잘못되면 자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결기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정 이사장은 청와대의 지휘 체계도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대통령이 각 부처 장관들과 현안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가까이 있는 비서관들과만 논의해서는 안 된다. 청와대 진영이 더 전문적이어야 하고 경제팀은 하나가 돼야 한다"며 "당장 청와대 정책실장부터 분배론자에서 거시경제 전문가로 바뀌어야 한다. 임기 2년 남은 대통령이 반드시 유념해야 할 문제다. 진영의 이익을 뒷순위로 미루지 못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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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구 "산업 생태계 붕괴 대비한 구조조정 준비해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가 촉발한 경제 위기가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쇼크 이전부터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다.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성장 동력이 위축됐으며 일자리 창출 능력과 기업 역동성이 떨어졌다. 지난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로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경기 호조를 누리다 쇼크를 맞은 미국 등에 비해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인한 한국의 충격은 훨씬 더 클 수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과거 국가 위기 당시 한국을 이끌었던 경제 사령탑들을 인터뷰해 이번 위기를 돌파할 방법과 경제 기저질환을 해소할 방법에 대해 들었다. 실물경제 부문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전 산업자원부 장관, 재정경제부 차관)과 금융 부문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전 금융위원장)이 참여했다. 이들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다.
"현 상황에서 어떤 해답을 낼 수 있겠나. 그건 건방진 생각이거나 말하는 이가 사기꾼이라는 얘기다."
정덕구(71) 니어재단 이사장은 3월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니어재단에서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 직전 흰 마스크 위 두 눈을 부릅뜨며 이렇게 말했다. 전 세계를 뒤덮은 '보이지 않는 공포'가 현재 진행형인 탓에 속단은 금물이라는 뜻으로 들렸다.
정 이사장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차관과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역임한 경제 전문가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IMF 외채협상 수석대표를 맡아 국난(國難) 극복에 공헌했다. 그가 '아름다운 부인'을 비유로 들며 IMF가 내건 조건의 실행이 어렵다고 설득한 건 유명한 일화다. 그는 "벼랑 끝에 매달린 나한테 와서 목숨을 구해줄 테니 그 대신 너의 아름다운 부인을 달라고 한다면 내가 어떻게 선택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당시 '아름다운 부인'이 파산 위기에 몰린 한국 정부·기업·가계였다면, 현재는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다. 아름다운 부인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위기의 파고(波高)가 높아진다면 바다 위 배는 그대로 버틸 수 없다. 타고 있는 사람들을 구원하려면 값나가지 않고 무게만 나가는 것은 던져 버리고 취할 것만 취해야 한다. 한국 산업이라는 배는 구조조정을 통해 미래 산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금은 높아질 파도에 대비해 큰 그림을 그릴 때다."
정 이사장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가 잦아든 후 무엇을 해야 하느냐를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가 한 제언은 산업 전반에 대한 혁신 방안을 그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 경제에 휘몰아치는 대폭풍에 대한 공포와 붕괴 위험을 막기 위해 분투하는 가운데서 심각한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한국 경제 전반에 걸쳐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이번 위기를 고비용, 저효율화된 한국 산업 생태계를 완전히 바꿀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 이사장은 실수가 허용되지 않는 위기상황에서 대통령이 주변에 산적한 이념가들의 말만 듣지 말고 전문가들을 중용해야 한다고도 했다.
정 이사장은 최근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코로나19 대처에 대해 '공포를 줄이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포를 없애려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확보돼야 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연 1%포인트나 내리면서 돈을 퍼붓고, 민간 기업 회사채까지 사들이겠다고 발표한 건 신뢰를 얻어 공포를 줄이기 위한 방법이다"라고 했다. 그가 특히 강조한 말은 '모어 댄 이너프(more than enough·충분한 것보다 더 많아야 한다)'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지나칠 정도여야, 위기 상황에서 정책 효과가 발휘된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가 매일 발표하는 각종 대책에 대해서도 "나쁘지 않다"고 그는 평했다. 다만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이 선포한 재난 기본소득은 비판했다. 그는 "이는 재정 사정이 판이한 지자체 간 형평성에 어긋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일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 산업 구조조정 방향 고심해야
정 이사장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한국 산업 생태계의 붕괴 우려였다. 정유·화학·자동차·반도체·조선·디스플레이 등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주력 산업들은 모두 각각의 고유한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1차 밴더(협력업체), 2차 밴더, 그 아래 하청업체를 통해 고용과 기술이 긴밀히 결합한 구조다.
그는 "산업 생태계는 쌓기는 어렵지만, 붕괴는 쉽게 일어난다. 현재 정부의 정책은 주요 산업체의 흑자 부도를 막기 위한 것이다"라며 "당장은 투입된 자금을 통해 견디겠지만, 바이러스로 인한 임모빌리티(immobility·부동성) 상태가 길어지면 산업 생태계가 붕괴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정 이사장은 이번 사태를 산업 구조조정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과감한 기업 간 인수·합병(M&A) 등 산업 구조조정을 할 것이냐, 아니면 현 생태계를 그대로 보전할 것이냐 등 산업 정책을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현재의 주력 산업 생태계가 붕괴했을 때 사회적 비용을 예상해보고 기업과 가계 전반을 점검하는 등 미리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며 "이런 그림을 못 그리면 당장 유동성 위기를 막는다고 해도 빠른 경제회생을 기대할 수 없다"고 했다. 그가 말한 산업 구조조정이 필요한 이유는 최근 수년 새 비용은 비싼데 생산성은 낮아 현실과 맞지 않는 산업군이 생겼기 때문이다. 21세기에 들어서도 IMF 외환위기 직후의 주력 산업군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이런 과정에서 한국 산업은 경쟁력을 급격히 잃었다고 그는 평가했다. 정 이사장은 "코로나19 사태는 전 세계 산업구조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이번 기회에 한국 산업의 구조적인 기저질환을 고쳐야 한다. 안 되는 건 빨리 다른 나라로 넘기고 다음 단계의 미래 산업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부도 혁신성장으로 방향을 제대로 틀어야 한다. 정부와 민간이 혁신성장의 기본 방향을 공유하고, 문재인 정부 들어 새롭게 부하된 무거운 부담과 족쇄에서 기업들을 풀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 美 연준 덕 금융공황의 큰 불은 껐지만…
정 이사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 우려는 작지만, 아직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현재는 2008년에 비해 디폴트 리스크는 크지 않다. 우리가 잘해서라기보다는 미국 연준과 정부가 메가톤급 자금 살포에 나섰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와 연준은 현금이 필요한 미국의 경제 주체들에게 달러를 사실상 무제한으로 공급하겠다고 선언했다. 과도한 달러 강세가 오랫동안 유지되는 상황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그는 이어 "그러나 이는 구조적인 안정세가 아닐 수 있다. 미국에서 히스테리적 금융 붕괴가 일어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확진자가 급증하는 등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며 "앞으로 임모빌리티 상태가 지속되면 통화 유동성 위기는 언제든 올 수 있다. 그 단계로 가지 않게 거시와 미시가 맞물린 정교한 정책 배합이 필요하다. 통화 가치의 안정은 국가 경제방어의 마지노선이다"라고 했다.
◇ 靑 정책실장 거시경제 전문가로 바뀌어야
정 이사장은 비상경제체제에서는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사고 시 충격을 완화하고 붕괴를 막고 공포에서 벗어나는 것은 정치적인 결단과 리더십이 중요하지만 그다음 단계로 진행되면 '폴리시 믹스(policy mix)', 즉 정책 배합이 중요해진다"고 했다. 정책 배합부터는 절대로 정치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정 이사장은 관료사회도 질타했다. 그는 "국난을 맞은 관료들은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은 담대히 자기 나름의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필요하다. 잘못되면 자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결기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정 이사장은 청와대의 지휘 체계도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대통령이 각 부처 장관들과 현안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가까이 있는 비서관들과만 논의해서는 안 된다. 청와대 진영이 더 전문적이어야 하고 경제팀은 하나가 돼야 한다"며 "당장 청와대 정책실장부터 분배론자에서 거시경제 전문가로 바뀌어야 한다. 임기 2년 남은 대통령이 반드시 유념해야 할 문제다. 진영의 이익을 뒷순위로 미루지 못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강조했다.
[-더 많은 기사는 이코노미조선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