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AR Policy Brief Series 는 국제 사회 내에서 수 없이 제기되고 있는 새로운 정책 이슈를 다룹니다. 핵심 정책 현안을 선정하여 그 분야 최고 전문가들의 분석과 정책 제언을 듣고자합니다.격류를 타고 가는 시대 흐름을 올바로 적시에 파악하는데 다소마나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발행 일시 : 2024년 3월
발행 기관 : NEAR 재단
집필 제목 : 인도의 부상과 한국의 인태 전략
집필 정보 : 김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인도남아시아팀장
Policy Brief 원문 PDF는 맨 하단에서 다운로드 가능합니다.
1. 인도의 전략적 부상과 경제협력의 변화양상
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지경학적 중요성이 주목받는 가운데 인도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인도는 궁극적으로 G3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며, 그 가능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 미국 등 유사입장국들은 인도의 외교, 군사, 경제 등 역량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인도는 더욱 적극적으로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 인도가 중국과는 최근 소원해지고, 미국과는 상당히 근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는 최소화하고 사안별로 동맹관계보다는 자국의 이해관계 고려한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경향을 뚜렷이 보인다.
이러한 특성은 외교안보는 물론 경제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포괄적인 진영 논리에 따라 인도의 대외경제협력을 이해하기보다는, 해당 사안의 특징과 이에 대한 인도의 독자적인 입장, 니즈 등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예컨대 인도는 중국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상하이협력기구 등에서 일정한 협력관계를 형성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일대일로에 대해서는 적극 반대하고 있다. 한편 미국 등 서방 국가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의 군사, 경제적 교류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은 최근 몇 년 사이 인도와의 전략적 경제협력을 크게 강화해 왔다. 이들은 이미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한 다변화에 착수하고 있으며, 단기간 내에 완전한 탈중국화를 이루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아시아의 대안적 협력 파트너로서(Altasia) 인도가 부각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미 인도를 중심으로 전략적·경제적·기술적 파트너십 네크워크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이 두드러지면서 지정학적, 그리고 첨단기술을 둘러싼 진영 간 경쟁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전략적 가치가 높은 대인도 경제협력의 양상 역시 뚜렷이 바뀌고 있다. 무역(통상협정 체결), 가치사슬 복원력, 청정에너지·기후변화, 디지털은 전략적 환경 변화와 더불어 주요국의 대인도 협력이 눈에 띄게 변화 또는 강화되고 있는 분야이다. 이들 분야는 글로벌 전략 환경의 변화에 따라 대인도 협력의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어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따라서 우선적으로 대인도 협력을 모색할 필요성이 있다.
2. 한․인도 경제협력의 과거와 현재
한-인도 수교관계는 1973년에 수립되었지만, 실질적인 양국간 경제관계는 1990년대 중후반, 2000년대에 들어 시작되었다. 1996년 한국 정상이 최초로 인도를 국빈방문한 이래, 경제는 양국 관계의 핵심이었다. 당시 인도정부는 한국을 ‘빠른 산업화에 성공한 국가’로 인식했으며, 한국정부 역시 인도의 광대한 경제적 잠재력에 주목하였다. 같은 시기에 인도정부는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의 100% 지분 투자를 승인하였다. 이후 2003~2009년간 한국기업들의 진출 확대와 더불어 양국간 경제관계가 본격화되었으며, 한·인도 CEPA 협상도 이 기간 중 시작되었다(2008~09). 이에 따라 한국의 대인도 수출은 2002년 13억 8,410만 달러에서 2008년 89억 7,710만 달러로 증가했다.
<무역을 중심으로 본 한·인도 경제관계 발전 과정> (단위: 백만 달러)
주: 2023년 무역은 1~9월 합산.
자료: 한국무역협회 K-stat(검색일: 2023. 11. 12.).
한·인도 CEPA 발효(2010년 1월 1일) 이후 양국 경제관계는 지금의 구조를 형성했다. 한국의 대인도 수출은 2010년 114억 3,460만 달러에서 2022년 188억 7,010만 달러로 증가했으며, 인도는 2022년 상품 무역 기준 우리나라의 제11위, 수출 기준 제8위 상대국이다. 중간재 중심의 한·인도 무역구조가 심화되었으며, 한국의 수출이 확대되는 가운데 무역불균형이 확대되었다(2022년 약 100억 달러).
2014년 출범한 모디 정부는 정치적 리더십과 일관성 있는 경제정책으로 인도경제의 안정적 성장 도모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2017년) 이후 모디 정부가 제시한 자립인도 정책(Atmanirbhar Bharat Abhiyaan. 2020년)은 인도의 글로벌 위상 변화와 그에 발맞춘 인도의 경제발전전략의 전환을 시사한다. 즉 자국 내 산업 육성 기조를 분명히 하는 가운데, 외국인투자 장벽 및 기업환경은 적극 개선하되, 무역장벽은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도는 2010~22년 누적 기준 한국의 제20위 투자 대상국으로, 누적 투자액은 57억 4,400만 달러이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우리나라의 대인도 투자 가운데 제조업 부분은 2010~ 2022년 누적 기준 78%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대인도 투자는 1990년대 중후반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대기업의 인도시장 진출 이후 제조업을 중심으로 확대되어왔다.
최근 인도는 △ 2022년 해외직접투자 유입량 세계 8위, △ 그린필드 투자 건수는 1,008건으로 미국, 영국에 이어 세계 3위, △ 국제 프로젝트 파이낸싱 프로젝트 건수는 187건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하는 등 주요 투자대상국으로 부상 중이다. 인도의 육성 수요가 집중되는 핵심산업으로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재생에너지 분야 등이며, △ 반도체 제조업 육성정책(2022년), △ 전기차 지원 보조금정책, △ 배터리 관련 프로젝트 VGF(Viability Gap Funding), △ 신재생 에너지 분야 100% FDI 허용 및 보조금 지급 등 지원정책을 시행 중이다. 특히 인도가 육성하고자 하는 기간산업의 대부분에 걸쳐 한국이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양국 관계의 향후 잠재력을 시사한다.
3. 한-인도 경제협력의 미래
미·중 디커플링이 진전되는 가운데, 인도의 전략적·경제적 위상 강화와 더불어 한·인도 경제협력은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KIEP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한국과 인도 전문가들 모두 전략적 파트너로서 양국간 협력의 중요 영역으로 △ 경제안보, △ 대중국 의존도 완화, △ 양자․다자 간 외교를 꼽는다. 인도의 높은 성장 잠재력과 전략적 위상 상승을 고려할 때, 장기적인 호흡으로 포괄적인 대인도 경제협력을 추진하는 한편, 이를 통한 신뢰 구축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인도경제의 최대 과제는 제조업 육성으로서, 미·중 전략경쟁하에서 한·인도 협력 역시 제조업을 중심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입장에서 인도는 대중 리스크 완화, 생산기지 다변화, 시장 확대, 혁신 등을 위한 파트너로서 잠재력을 보유한 국가이다. 인도의 입장에서 한국은 제조업 육성, 대중 경제의존도 완화 등의 측면에서 중요도가 높은 파트너로서, 한국이 경쟁력을 보유한 조선, 자동차, 전기전자, 반도체, 차세대 통신 등의 핵심산업은 인도정부가 전략적으로 육성하려는 분야와 거의 일치하며, 현재 한국의 대세계 수출과 해외투자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제조업을 넘어선 다양한 협력 분야를 모색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인도는 제조업 육성 이외에 기술개발, 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 자원 대체, 인프라 개발 등 다양한 과제를 안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외협력 수요가 많다. 또한 인도는 ICT, 항공우주, 인공지능 등 분야에서 우수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미·중 경쟁하에서 한국경제의 첨단화를 도모할 수 있는 새로운 파트너이다. 정책과제를 몇가지 제안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인도 CEPA 개선협상을 마무리하여 양국 경제협력의 대표적인 플랫폼으로 활성화하는 한편, 반도체를 비롯한 전기전자, 자동차(전기차 포함), 배터리, 항공 우주, 방위산업 등 전략산업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2023년 G20을 계기로 한·인도 정상회담을 개최한 결과, 양국은 장관급 한·인도 산업협력위원회를 설치하고 민간경제단체간 협력 네트워크를 신설할 방침으로, 상기한 전략산업을 핵심 어젠다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인도 측의 무녁불균형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인도의 국내 생산 및 수출에 대한 한국의 기여도가 높아지는 추세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둘째, 첨단기술, 디지털 영역은 진영간 분절화가 첨예한 영역으로, 인도의 시장 및 전략 파트너로서의 잠재력이 크다. 우선적으로 대인도 협력을 모색해볼 수 있는 영역은 통신장비부터 인공지능, 양자 컴퓨팅 등 첨단기술 영역, 사이버 보안, 공공서비스 디지털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도는 금융, 헬스케어, 교육, 게임 등 디지털 서비스의 성장 속도가 매우 빨라 상기한 한·인도 정부간 장관급 통상정책 대화 채널에 디지털경제를 어젠다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셋째, 개발협력은 인도의 방대한 수요를 고려할 때 한국이 크게 관심을 기울여야 할 영역이다. 인도는 최근 인프라 등 경제개발자금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ODA를 받기 시작했으며, 국가 인프라 파이프라인(NIP), 재난복원 인프라 개발, 북동부 지역 개발, 신재생에너지 등과 관련된 수요가 높다. 교통과 에너지 인프라는 인도의 인프라 개발 수요가 집중된 영역이다. 에너지·기후변화 대응 분야는 인프라와 더불어 인도의 당면 수요가 집중된 영역으로, 한국의 지원에 대한 인도의 호응 가능성이 높은 분야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도에서 형성된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바탕으로 인프라, 산업 육성, 인적자원 개발, 경제 활성화, 무역촉진 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의 개발 경험을 인도에 전달하는 사업도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넷째, 문화·인적 교류를 통한 상호간 이해를 통한 신뢰도 제고는 한·인도 관계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앞서 논한 바와 같이 양국간 관계자본이 본격적으로 형성된 기간은 20~30년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인도에서 한류가 인도 전역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22년 주인도한국문화원과 세종학당의 한국어 수업에 대한 수요는 2020년 대비 400% 증가, 2021년 대비 30%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러한 가운데우리 정부의 인도태평양전략이 제시한 ‘상호 이해와 교류 증진’은 특히 인도와의 관계 심화를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판단된다.
NEAR Policy Brief Series 는 국제 사회 내에서 수 없이 제기되고 있는 새로운 정책 이슈를 다룹니다. 핵심 정책 현안을 선정하여 그 분야 최고 전문가들의 분석과 정책 제언을 듣고자합니다.격류를 타고 가는 시대 흐름을 올바로 적시에 파악하는데 다소마나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발행 일시 : 2024년 3월
발행 기관 : NEAR 재단
집필 제목 : 인도의 부상과 한국의 인태 전략
집필 정보 : 김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인도남아시아팀장
Policy Brief 원문 PDF는 맨 하단에서 다운로드 가능합니다.
1. 인도의 전략적 부상과 경제협력의 변화양상
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지경학적 중요성이 주목받는 가운데 인도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인도는 궁극적으로 G3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며, 그 가능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 미국 등 유사입장국들은 인도의 외교, 군사, 경제 등 역량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인도는 더욱 적극적으로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 인도가 중국과는 최근 소원해지고, 미국과는 상당히 근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는 최소화하고 사안별로 동맹관계보다는 자국의 이해관계 고려한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경향을 뚜렷이 보인다.
이러한 특성은 외교안보는 물론 경제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포괄적인 진영 논리에 따라 인도의 대외경제협력을 이해하기보다는, 해당 사안의 특징과 이에 대한 인도의 독자적인 입장, 니즈 등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예컨대 인도는 중국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상하이협력기구 등에서 일정한 협력관계를 형성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일대일로에 대해서는 적극 반대하고 있다. 한편 미국 등 서방 국가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의 군사, 경제적 교류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은 최근 몇 년 사이 인도와의 전략적 경제협력을 크게 강화해 왔다. 이들은 이미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한 다변화에 착수하고 있으며, 단기간 내에 완전한 탈중국화를 이루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아시아의 대안적 협력 파트너로서(Altasia) 인도가 부각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미 인도를 중심으로 전략적·경제적·기술적 파트너십 네크워크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이 두드러지면서 지정학적, 그리고 첨단기술을 둘러싼 진영 간 경쟁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전략적 가치가 높은 대인도 경제협력의 양상 역시 뚜렷이 바뀌고 있다. 무역(통상협정 체결), 가치사슬 복원력, 청정에너지·기후변화, 디지털은 전략적 환경 변화와 더불어 주요국의 대인도 협력이 눈에 띄게 변화 또는 강화되고 있는 분야이다. 이들 분야는 글로벌 전략 환경의 변화에 따라 대인도 협력의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어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따라서 우선적으로 대인도 협력을 모색할 필요성이 있다.
2. 한․인도 경제협력의 과거와 현재
한-인도 수교관계는 1973년에 수립되었지만, 실질적인 양국간 경제관계는 1990년대 중후반, 2000년대에 들어 시작되었다. 1996년 한국 정상이 최초로 인도를 국빈방문한 이래, 경제는 양국 관계의 핵심이었다. 당시 인도정부는 한국을 ‘빠른 산업화에 성공한 국가’로 인식했으며, 한국정부 역시 인도의 광대한 경제적 잠재력에 주목하였다. 같은 시기에 인도정부는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의 100% 지분 투자를 승인하였다. 이후 2003~2009년간 한국기업들의 진출 확대와 더불어 양국간 경제관계가 본격화되었으며, 한·인도 CEPA 협상도 이 기간 중 시작되었다(2008~09). 이에 따라 한국의 대인도 수출은 2002년 13억 8,410만 달러에서 2008년 89억 7,710만 달러로 증가했다.
<무역을 중심으로 본 한·인도 경제관계 발전 과정> (단위: 백만 달러)
주: 2023년 무역은 1~9월 합산.
자료: 한국무역협회 K-stat(검색일: 2023. 11. 12.).
한·인도 CEPA 발효(2010년 1월 1일) 이후 양국 경제관계는 지금의 구조를 형성했다. 한국의 대인도 수출은 2010년 114억 3,460만 달러에서 2022년 188억 7,010만 달러로 증가했으며, 인도는 2022년 상품 무역 기준 우리나라의 제11위, 수출 기준 제8위 상대국이다. 중간재 중심의 한·인도 무역구조가 심화되었으며, 한국의 수출이 확대되는 가운데 무역불균형이 확대되었다(2022년 약 100억 달러).
2014년 출범한 모디 정부는 정치적 리더십과 일관성 있는 경제정책으로 인도경제의 안정적 성장 도모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2017년) 이후 모디 정부가 제시한 자립인도 정책(Atmanirbhar Bharat Abhiyaan. 2020년)은 인도의 글로벌 위상 변화와 그에 발맞춘 인도의 경제발전전략의 전환을 시사한다. 즉 자국 내 산업 육성 기조를 분명히 하는 가운데, 외국인투자 장벽 및 기업환경은 적극 개선하되, 무역장벽은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도는 2010~22년 누적 기준 한국의 제20위 투자 대상국으로, 누적 투자액은 57억 4,400만 달러이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우리나라의 대인도 투자 가운데 제조업 부분은 2010~ 2022년 누적 기준 78%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대인도 투자는 1990년대 중후반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대기업의 인도시장 진출 이후 제조업을 중심으로 확대되어왔다.
최근 인도는 △ 2022년 해외직접투자 유입량 세계 8위, △ 그린필드 투자 건수는 1,008건으로 미국, 영국에 이어 세계 3위, △ 국제 프로젝트 파이낸싱 프로젝트 건수는 187건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하는 등 주요 투자대상국으로 부상 중이다. 인도의 육성 수요가 집중되는 핵심산업으로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재생에너지 분야 등이며, △ 반도체 제조업 육성정책(2022년), △ 전기차 지원 보조금정책, △ 배터리 관련 프로젝트 VGF(Viability Gap Funding), △ 신재생 에너지 분야 100% FDI 허용 및 보조금 지급 등 지원정책을 시행 중이다. 특히 인도가 육성하고자 하는 기간산업의 대부분에 걸쳐 한국이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양국 관계의 향후 잠재력을 시사한다.
3. 한-인도 경제협력의 미래
미·중 디커플링이 진전되는 가운데, 인도의 전략적·경제적 위상 강화와 더불어 한·인도 경제협력은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KIEP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한국과 인도 전문가들 모두 전략적 파트너로서 양국간 협력의 중요 영역으로 △ 경제안보, △ 대중국 의존도 완화, △ 양자․다자 간 외교를 꼽는다. 인도의 높은 성장 잠재력과 전략적 위상 상승을 고려할 때, 장기적인 호흡으로 포괄적인 대인도 경제협력을 추진하는 한편, 이를 통한 신뢰 구축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인도경제의 최대 과제는 제조업 육성으로서, 미·중 전략경쟁하에서 한·인도 협력 역시 제조업을 중심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입장에서 인도는 대중 리스크 완화, 생산기지 다변화, 시장 확대, 혁신 등을 위한 파트너로서 잠재력을 보유한 국가이다. 인도의 입장에서 한국은 제조업 육성, 대중 경제의존도 완화 등의 측면에서 중요도가 높은 파트너로서, 한국이 경쟁력을 보유한 조선, 자동차, 전기전자, 반도체, 차세대 통신 등의 핵심산업은 인도정부가 전략적으로 육성하려는 분야와 거의 일치하며, 현재 한국의 대세계 수출과 해외투자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제조업을 넘어선 다양한 협력 분야를 모색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인도는 제조업 육성 이외에 기술개발, 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 자원 대체, 인프라 개발 등 다양한 과제를 안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외협력 수요가 많다. 또한 인도는 ICT, 항공우주, 인공지능 등 분야에서 우수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미·중 경쟁하에서 한국경제의 첨단화를 도모할 수 있는 새로운 파트너이다. 정책과제를 몇가지 제안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인도 CEPA 개선협상을 마무리하여 양국 경제협력의 대표적인 플랫폼으로 활성화하는 한편, 반도체를 비롯한 전기전자, 자동차(전기차 포함), 배터리, 항공 우주, 방위산업 등 전략산업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2023년 G20을 계기로 한·인도 정상회담을 개최한 결과, 양국은 장관급 한·인도 산업협력위원회를 설치하고 민간경제단체간 협력 네트워크를 신설할 방침으로, 상기한 전략산업을 핵심 어젠다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인도 측의 무녁불균형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인도의 국내 생산 및 수출에 대한 한국의 기여도가 높아지는 추세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둘째, 첨단기술, 디지털 영역은 진영간 분절화가 첨예한 영역으로, 인도의 시장 및 전략 파트너로서의 잠재력이 크다. 우선적으로 대인도 협력을 모색해볼 수 있는 영역은 통신장비부터 인공지능, 양자 컴퓨팅 등 첨단기술 영역, 사이버 보안, 공공서비스 디지털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도는 금융, 헬스케어, 교육, 게임 등 디지털 서비스의 성장 속도가 매우 빨라 상기한 한·인도 정부간 장관급 통상정책 대화 채널에 디지털경제를 어젠다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셋째, 개발협력은 인도의 방대한 수요를 고려할 때 한국이 크게 관심을 기울여야 할 영역이다. 인도는 최근 인프라 등 경제개발자금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ODA를 받기 시작했으며, 국가 인프라 파이프라인(NIP), 재난복원 인프라 개발, 북동부 지역 개발, 신재생에너지 등과 관련된 수요가 높다. 교통과 에너지 인프라는 인도의 인프라 개발 수요가 집중된 영역이다. 에너지·기후변화 대응 분야는 인프라와 더불어 인도의 당면 수요가 집중된 영역으로, 한국의 지원에 대한 인도의 호응 가능성이 높은 분야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도에서 형성된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바탕으로 인프라, 산업 육성, 인적자원 개발, 경제 활성화, 무역촉진 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의 개발 경험을 인도에 전달하는 사업도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넷째, 문화·인적 교류를 통한 상호간 이해를 통한 신뢰도 제고는 한·인도 관계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앞서 논한 바와 같이 양국간 관계자본이 본격적으로 형성된 기간은 20~30년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인도에서 한류가 인도 전역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22년 주인도한국문화원과 세종학당의 한국어 수업에 대한 수요는 2020년 대비 400% 증가, 2021년 대비 30%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러한 가운데우리 정부의 인도태평양전략이 제시한 ‘상호 이해와 교류 증진’은 특히 인도와의 관계 심화를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