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AR Policy Brief

인도-태평양Vol 13. 인도의 부상과 한국의 인태 전략 (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

EAR Policy Brief Series 는 국제 사회 내에서 수 없이 제기되고 있는 새로운 정책 이슈를 다룹니다.  핵심 정책 현안을 선정하여 그 분야 최고 전문가들의 분석과 정책 제언을 듣고자합니다.격류를 타고 가는 시대 흐름을 올바로 적시에 파악하는데 다소마나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발행 일시 : 2024년 3월

발행 기관 : NEAR 재단

집필 제목 : 인도의 부상과 한국의 인태 전략

집필 정보 : 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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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부상과 한국의 인태 전략

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


1. 인도 국내정치: 힌두 민족주의의 팽배와 모디 총리 장기 집권체제 구축 

2024년 4-5월 기간 예정된 인도 총선(Lok Sabha election)에서 집권 여당인 인도인민당(Bharatiya Janata Party, BJP)의 승리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현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의 2024년 재집권이 확실시 된다. 약 6억명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하는 총선에서 BJP가 승리한다면, 모디 총리는 2014년 취임 이후 3 연임에 성공함으로써 15년 (2014-2029) 장기 집권체제에 돌입하게 된다.

인도 최대 야당인 인도국민회의당(Indian National Congress)을 이끌고 있는  라훌 간디(Rahul Ghandi) 등 야당 지도자들은 모디 집권 이후 무슬림 정책과   차별적 조치의 도입, 배타적 힌두 민족주의 정서의 확산 및 반정부 언론에 대한 탄압 등 모디 정부의 철권통치를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이 최소한 인도내 에서는 정치적 반향이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BJP가 2014년 집권한 이후 인도 내에서는 힌두 민족주의 정서가 팽배하고 타 종교를 포용하는 사회적  관용이 지속적으로 약화되어 왔다. 특히, 모다 정부는 소수 무슬림에 대한 차별을 강화하는 법안과 정책을 도입해 왔다. 인도 전체 인구의 14%를 차지하는 소수  무슬림에 대한 이러한 차별이 강화된 가장 큰 이유는 집권 여당인 BJP가 강력한 힌두 민족주의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BJP는 인도를 힌두 민족주의 국가로   개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극우 힌두 민족주의 정치조직인 RSS(Rashtriya Swayamsevak Sangh)에 뿌리를 두고 있는 정당이다. 2024년 총선에서 BJP가 재집권에 성공한다면, 향후 인도 국내정치에서 RSS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되고   인도 국내정치에서 배타적인 힌두 민족주의 경향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모디 정부에 대한 이러한 “선거 권위주의(electoral autocracy)” 비판에도 불구하고 2024년 총선에서 야당 연합이 집권 BJP를 누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도 모디 총리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기가 매우 높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인도 국민의 78%가 모디 총리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모디 총리는 소수 무슬림에 대한 차별적 조치로 비판받고 있지만, 그의 강력한 힌두 민족주의 기조는 오히려 그의 높은 국내 정치적 지지 기반이 되고 있다.

모디 총리의 건실한 경제적 성적도 광범위한 국민적 지지의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는데, 이는 그의 재집권 가도에도 매우 중요한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로 2014년 모디 총리 취임 당시 세계 10위권에 머물렀던 인도의 국가     총 GDP는 2023년 3.8조 달러에 육박함으로써 영국을 제치고 세계 5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인도 경제는 모디 총리 집권 이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 왔는 바, S&P Global은 향후에도 연 6-7% 이상의 견조한 경제성장을 지속하여 2030년에는 세계 3위의 경제대국으로 등극할 것으로 전망한다.


2. 모디 총리의 전방위 외교: 인도는 강대국 부상 중?!

인도는 모디 총리의 강력한 정치적 지도력을 바탕으로 최근 수년간 자이샨카르 (S. Jaishankar) 외교장관의 주도하에 적극적인 ‘독자외교 노선’을 적극 추구해   왔다. 자이샨카르 장관은 2023년 11월 이코노미스트(Economist) 특별기고를 통해 인도는 다른 강대국들과는 차별화되는 독자적 역할과 기여를 통해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특히 그는 인도가 향후에도 유연한 자세로 특정 진영과 국가를 가리지 않는 “다차원 외교(multi-vector diplomacy)”를 추진겠다고 강조했다. 집권 3기에 접어든 인도 모디 정부는 미국,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글로벌 강대국으로 부상한다는 상당히 야심적인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모디 총리는 지난 2023년 8월 연설에서 독립 100주년을 맞는 2047년에 인도는 선진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외교적으로도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계속 견지하겠다고 강조했다.

모디 총리 하 인도는 미중경쟁의 국제정치 상황을 전략적으로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국가로 평가된다. 인도의 “다자연계(multi-alignment) 또는 전방위 외교(all-alignment)” 노선은 미중 전략경쟁이 본격화된 이후 미국 등과의 협력강화를 통한 친 서방노선을 견지하면서도 러시아와 전통적 우호관계 유지 및 다수의     비동맹 및 개도국들과의 유대관계를 통해 외교적 위상을 제고하고 전략적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특히, 인도는 2023년 G20 의장국으로서 다수의 개도국을 초청하여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개도국의 대변자이자     리더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고 국제적 영향력을 대폭 확대했다.

특히 인도는 쿼드(Quad)를 매개로 한 미국, 일본, 호주 등 서방국가들과의 경제기술 및 외교안보적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하고 있다. 2023년 6월 바이든 대통령의 환대 속에서 미국을 국빈방문 한 모디 총리는 첨단 기술분야의 미국 기업들의    대규모 인도 투자 유치, 미국과 핵심 신흥기술 분야 전략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이니셔티브 (iCET, initiative on Critical and Emerging Technology) 추진 및 방산 및  군사안보 분야의 협력 강화 등에 합의한 바 있다.[1]

 

3. 현재 인도의 최대 외교안보 위협은 중국(India’s China Challenge)

 인도 모디 정부의 전방위 외교는 최근 영국을 제치고 세계 5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 국가적 자신감뿐만 아니라 인도에 가장 큰 위협을 가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강한 전략적 우려감(strategic concern)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인도의 가장 큰  외교 안보적 도전은 현재 최대의 안보적 위협을 가하고 있는 중국의 ‘전략적 봉쇄(strategic encirclement)’를 타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쿼드(Quad)에 대한  적극 참여 및 미국, 일본 등 서방 국가들과의 전략적 협력 강화, 러시아와의     전통적 우호관계 유지 등 인도가 중점을 두고 있는 주요 외교사안들은 모두 중국에 대한 강한 전략적 우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2023년 현재 종합국력에서 중국의 1/5에 불과한 인도는 중국의 히말라야 국경 침탈, 일대일로 구상을 통한 남아시아 및 인도양 지역에 대한 해양 진출 확대 등 중국의 ‘전략적 봉쇄’를 독자적 힘으로는 타개할 능력이 아직은 없기 때문이다.

 인도-중국 관계의 최대 현안은 2020년 6월 발생한 히말라야 국경 분쟁이다. 2020년 중국과 히말라야 라다크 갈완계곡(Galwan Valley) 충돌 이후 인도는   중국에 대한 연성균형(soft balancing) 전략으로 전환한 이후 중국에 대한 전략적 견제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2020년 이전까지는 인도-중국 간 히말라야 국경 역할을 하는 실질통제선(Line of Actual Control, LAC)을 일시적으로 침범하더라도 LAC에 군사주둔지를 건설하는 등의 현상변경을 직접적으로 시도하지 않았다.  

 하지만, 2020년을 기점으로 중국은 LAC 지역 내에 정착촌과 도로 등을 건설하고 군사적으로 대규모 병력을 계속 상주(forward deployment)시키는 등 적극적인 현상변경을 시도해 왔다. 인도는 중국이 LAC 지역에 대규모 병력을 주둔하고 있는 것에 대응해 5-6만명 규모의 병력을 LAC 지역 내로 전진배치 시키는 등 양국 간 군사적 대치상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인도는 ‘인-중 국경의 정상화 없이는 양국관계의 정상화는 없다’는 외교 기조에 따라 2019년 이후 정상회담을 비롯해 중국과 일체의 고위급 교류를 중단하고   외교적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상품에 대한 광범위한 규제조치를 실시하는 등 경제교류도 제한해 왔다. 향후에도 인도와 중국 간   국경 갈등은 교착상태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9월 인도 뉴델리 G20  정상회에 중국 시진핑 주석의 불참하였고, 시진핑 주석이 참석한 2023년 남아공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는 모디 총리와 시진핑 주석 간 정상회담도 인도 측의 거부로 이루어지지 않는 등 불편한 양국 관계가 지속되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2023년 11월 샌프란시스코 APEC 정상회의 계기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미국의 대중정책이 대화를 통한 관리 모드로 전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인도는 히말랴야 국경분쟁과 관련한 중국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계속해서 중국과 대화를 거부한다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인도의 중국에 대한 견제의 또 다른 이유는 중국이 국제 다자외교 무대에서 인도의 전략 공간을 삭감하려는 공세적 전략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은 인도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반대, 핵공급그룹(NSG)에 대한 인도의 가입 반대 등 국제무대에서 인도의 전략 공간 확대를 견제하고 인도의 외교적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 인도의 인식이다. 이와  아울러 인도양 지역(IOR)에 대한 중국의 외교적·군사적 진출 강화도 인도의 중국에 대한 전략적 불신과 경계감을 고조시키는 요인이다. 인도양 지역에서 중국 해군함정, 잠수함, 측량선 활동의 대폭적 확대, 스리랑카 함반토타(Hambantota) 항구  개발 등 인도양 지역 여러 국가에서 군사적으로 전용가능한 이중 용도의 항구개발 등 전통적으로 인도의 영향권으로 여겨지는 인도양 지역에서 군사력 투사 확대를 통해 중국이 인도의 영향력을 심각히 삭감하려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히말라야 국경 현상변경 시도, 인도의 주적(主敵)인 파키스탄에 대한   전략적 지원, 국제 외교무대에서 인도의 영향력 확대 차단 시도, 일대일로 사업 및 해군력 투사 확대를 통해 인도의 전통적 세력권인 인도양 지역 진출 등 중국이   거의 모든 주요 영역에서 인도를 “전략적으로 봉쇄”하려 한다는 것이 현재 인도의 중국에 대한 전략 인식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인도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   방향은 중국의 인도에 대한 ‘전략적 봉쇄’ 시도를 차단하고, 인태지역에서 중국   중심의 단극체제(unipolar Asia) 형성을 저지하는 데 초점 맞추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따라 인-중 관계의 개선 가능성은 중국이 인도에 대한 전략적 궤도를 수정하지 않는 한 요원하다. 중국이 2049 중국몽 실현을 위한 팽창주의적, 수정주의적 대외전략을 고수하는 한 시진핑 체제 하 중국과 인도의 전략적 이해는 구조적으로 양립 불가능한 것으로 필자는 평가한다.

  

4. 한국의 인태전략과 대 인도 외교 추진방향

 인도의 부상은 한국의 전략적 이해에 부합한다.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인태지역에서 규칙기반 질서의 강화·구축이 한국의 전략적 이익이라는 인식을 기반으로 한국의 인태지역에 대한 관여와 역할을 확대하려는 대외전략이다. 인도는 이러한 한국의 전략적 지향(strategic orientation)에 매우 잘 부합하는 우방국이다. 인도는 한국 인태전략의 핵심 파트너가 되기에 충분한 국제적 지위와 역량 및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인태지역에서 중국의 독점적 영향력이 강화되는 지정학적  현실에서 인도는 우리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는 역내 세력균형 구도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가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팽창주의적 세력 확장 등 전례 없는 지역적·세계적 도전들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지정학적 현실에서 인도는 규칙기반 질서를 지향하는 한국의 전략적 방향성과 이해를 공유하는 우호국이다. 한국이 인도와 “전략적 관계(strategic partnership)” 구축에 성공할 수 있다면, 한국의 전략적 영향력과 역할은 크게  확대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의 인태전략에서 인도와 전략적 관계 구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strategic imperative)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 기준에서 보면 한-인도 양국 관계는 크게 나쁘지 않고 오히려 양호하다. 한-인도 양국은 모두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지향하는 정치적 가치, 미중 전략경쟁 구도에서 가지는 전략적 이해, 산업구조 상 경제적 상호보완성 및 제조업 공급망 협력 잠재력, 국익이 상충되는 이슈의 부재 등 거의 모든 주요 분야에서 양국 간 이해관계가 수렴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양국은 그동안 교역의 꾸준한 확대와  경제협력의 심화를 기반으로 우호적, 협력적, 호혜적 관계를 매우 원만하게 잘 유지해 왔다. 하지만,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양국 관계의 수준은 매우 낮다. 서울과 뉴델리 간 전략적 신뢰와 소통, 외교안보적 공조와 협력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15년 한-인도 ‘특별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외교관계를 격상하고, 전임 정부가 추진한 ‘신남방정책’의 핵심 파트너로 인도를 상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양국 간 전략적 협력은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인도의 한국에 대한 상대적인 ‘전략적 무관심’이다. 인도의  관점에서 한국은 경제발전에 성공한 모범사례이자, 몇 가지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매우 유용한 파트너이지만, 경제적 비중과 외교안보적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인도가 절실하게 매달리거나 시급하게 접근해서 협력을 요청해야 할 만한 전략적 우선순위가 높은 상대는 아니다. 하지만, 양국 간 전략적 협력 진전이 정체된    더 큰 이유는 인도를 ‘거대 신흥시장’으로만 간주하고 경제적 접근만 우선시해 온 한국에 있다. 그동안 한국의 대 인도 전략은 ‘빠르게 성장하는 거대한 인도      내수 시장에 대한 선점’이라는 경제적 논리에 기반해 왔다. 하지만, 거래지향적,  단기적 손익만 따지는 전략으로는 인도와 진정한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구축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는 한-인도 관계의 현재 상황을 상호   전략적 이해의 수렴에도 불구하고, 상호 협력을 적극적으로 도모하지 않고 그냥  방치하는 상태, 즉 “benign neglect” 상태로 보고 있다.

 한-인도 양국이 가지는 서로에 대한 기대는 크게 다르다. 즉, 양국 간에는 큰    인식의 격차(expectation gap)가 존재한다. 인도 모디 정부는 그동안 국내 제조업 육성 정책, 즉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를 최우선 경제정책을 추진해  왔다. 수출주도 산업화(export-led industrialization)를 통해 경제성장에 성공한 한국과 달리 인도는 ‘자립경제(autarky)’ 구축이라는 전통적 열망에 기반한 수입대체산업화(import substitution industrialization)의 관성이 여전히 강해서 ‘자유 무역’에 대한 인식이 매우 “보수적”이다. 특히 인도는 국내시장 개방에 대해 극히 소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어서 국내시장 개방, 수입확대에는 매우 부정적이고,  투자유치, 기술이전, 현지생산 등을 통한 국내 제조업 육성을 우선시한다. 이러한 인도의 선호를 고려하면, 우리 기업이 현지 투자/진출 확대를 하지 않으면서 수출증대를 통한 인도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우리의 익숙한 전략은 최소한 인도에서는  성 공하기 어렵다고 본다.[2] 

 인도 시장에 대한 진출 확대라는 근시안적 접근을 넘어서 전략적 이해의 공유를 기반으로 높은 수준의 외교안보적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다. 인도를 단순히 ‘수출시장’으로만 보지 말고, 인도가 한국을 전략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여기도록 만들어야 한다. 양국 간 전략적 이해관계가 수렴한다고 해도 이것이 자동적으로 높은 수준의 외교안보 공조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기존의 근시안적 접근을 넘어서, 획기적 인식의 전환과 새롭고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 한국에게 있어 인도의 진정한 가치는 빠르게 성장하는 거대 신흥시장이라는 경제적 측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점점 엄중해지는 인태지역 국제환경을 타개하는데 인도가 우리와 함께할 수 있는 전략적 지향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한국의 인태전략에는 아직 인도가 없다. 우리의 전략적 사고에 미중경쟁  구도의 한 키를 쥐고 있는 인도를 포함시켜, 한국 인태전략의 핵심 파트너로 만들어야 한다.

 우선 양국 간 상호에 대한 인식(mutual awareness)의 제고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양국은 상호 협력의 유용성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있으나, 양국의 정책 커뮤니티(policy community) 간 상호교류나 서로에 대한 지속적 관심이 부족하다. 양국 정책 커뮤니티 간 지속적이고 정기적인 상호교류 채널도 거의 부재하다. 양국 간 파트너십 강화 필요성(strategic imperative)에 대한 인식은 매우 희박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양국의 주요 분야 전문가들이 정례적이고 지속적으로 만나 대화할 수 있는 채널들, 즉, 양국 전략 커뮤니티 간 1.5/2/0 트랙 정책포럼 등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양국의 외교전략 당국자 간 ‘신뢰 구축’을 위한 노력이 긴요하다.   양국 정상을 비롯해 고위급 대화(high level dialogue)를 활성화하여 양국의 전략적 우선순위, 우려 사항 등에 관해 솔직한 대화를 통한 전략적 소통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긴요하다.

 또, 양국 간 이해관계와 선호가 일치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기능적/경제적 협력을 심화할 필요가 있다. 양국 간 성공적인 방산협력 경험(K-9 자주포 수출)에 기반해 조선 등 방산협력 분야를 보다 확대하고, 반도체 등 제조업 분야에서 공급망 구축, 해양안보 분야에서 교류/협력 강화, 전략대화(strategic communication) 추진 등 양국의 이해가 일치하는 분야에서의 실질 협력을 확대하는 노력도 해야 한다.

 


 


 미주

[1] 특히, 양국은 인도의 방산 기술 역량 강화를 위해 제너럴 일렉트릭(GE)사가 인도 힌두스탄 에어로노틱스 사와 F414 제트 엔진 공동 생산에 합의했다. 또한 모디 총리가 중점을 두는 반도체 부문에서 메이크-인-인디아 추진을 위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onology) 대규모 투자 유치 등 인도 반도체 생산 역량 강화를 위한 협력 강화에 합의하였다.

 [2] 예를 들어, 피유시 고얄(Piyush Goyal) 인도 상공부 장관은 2023년 한 연설에서 인도 시장에서 가장 성공적인 현지 투자 및 진출 사례로 평가되는 현대 및 기아 차에 대한 매우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인도에서 현지생산과 판매를 하는 현대 및 기아 자동차가 부품을 한국으로부터 대량 수입함으로써 인도에 수십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야기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고얄 장관의 이러한 언급은 단순히 개인적이고 예외적인 견해라기보다는 인도 정부 통상정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인도 주류층의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3] 예를 들어, 피유시 고얄(Piyush Goyal) 인도 상공부 장관은 2023년 한 연설에서 인도 시장에서 가장 성공적인 현지 투자 및 진출 사례로 평가되는 현대 및 기아 차에 대한 매우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인도에서 현지생산과 판매를 하는 현대 및 기아 자동차가 부품을 한국으로부터 대량 수입함으로써 인도에 수십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야기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고얄 장관의 이러한 언급은 단순히 개인적이고 예외적인 견해라기보다는 인도 정부 통상정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인도 주류층의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