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AR Policy Brief

하마스-이스라엘[Policy Brief Vol 12.] 중동의 최근 역학 변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파장과 수습 전망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

NEAR Policy Brief Series 는 국제 사회 내에서 수 없이 제기되고 있는 새로운 정책 이슈를 다룹니다.  핵심 정책 현안을 선정하여 그 분야 최고 전문가들의 분석과 정책 제언을 듣고자합니다.격류를 타고 가는 시대 흐름을 올바로 적시에 파악하는데 다소마나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발행 일시 : 2023년 12월

발행 기관 : NEAR 재단

집필 제목 : 중동의 최근 역학 변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파장과 수습 전망 

집필 정보 :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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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최근 역학 변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파장과 수습 전망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진행 상황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를 통제하는 이슬람 급진주의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전례 없는 기습공격을 감행해 이스라엘인 1,400여 명을 살해하고 240여 명을 인질로 잡았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궤멸을 즉각 선포해 가자 지구에 보복 공습을 시작하고 인질이 풀려날 때까지 식량과 전기, 연료를 끊는 전면 봉쇄를 단행했다. 민간인 피해는 최소화하고 인질을 최대한 구하면서 하마스만 제거한다는 목표 아래 이스라엘은 27일 ‘제2의 독립전쟁’을 천명해 가자 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했다. 시가전은 지하터널에 매복한 하마스 대원을 고사시키고 병원 지하에 설치 해놓은 하마스 군사기지와 난민촌에 숨은 지도부를 제거한다며 무차별적 공습과 같이 이뤄지고 있어 민간인 희생에 따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팔레스타인 주민 사망자가 1만 명을 넘어섰다. 국제사회의 휴전 노력이 잇달았으나 효과가 없었고 카타르가 중재하는 이스라엘, 미국, 하마스 간의 인질 석방 협상 역시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가자 지구의 인도주의 위기가 고조됐다.

11월 15일 유엔 안보리에서는 15개 이사국 중 12개국의 찬성, 미국과 영국, 러시아 3개국의 기권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교전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최종 채택됐다. 결의안은 인도주의 관점에서 가자 지구 내 교전을 즉각 중단하고 하마스와 또 다른 급진주의 조직인 이슬라믹 지하드 등이 잡은 인질을 무조건 석방하라는 촉구를 담고 있으며 국제법 준수와 어린이 등 민간인 보호를 강조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앞서 10월 27일 유엔 긴급 총회에서는 요르단의 주도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채택됐으나 우리 정부는 해당 결의안에 하마스의 테러와 인질 억류를 규탄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아 기권했다. 한국과 일본, 영국, 독일, 호주, 캐나다, 우크라이나 등 45개국이 기권하고 미국과 이스라엘 등 14개국이 반대했으며 중국과 북한은 찬성했다.

11월 24일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무력 충돌이 발발한 지 47일 만에 카타르가 중재해 온 인질 석방과 일시적 교전 중단 협상이 전격 타결됐다. 양측은 12월 1일까지 교전을 중단하면서 하마스는 생포한 인질 가운데 어린이와 여성 등 100여 명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수감자 240여 명을 맞석방했다. 또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 식량과 의약품, 연료를 실은 트럭 수백 대의 반입을 허용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인질 모두를 데려오기 전까지 전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이번 협상에서 애써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감사를 특별히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시 휴전 이후 가자 지구 전역에서 교전이 재개되면서 투항하는 하마스 대원이 늘어났다. 이스라엘은 1월 말쯤 고강도 전면전을 끝낼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의 배경: 이슬람 급진주의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극우 연립정부 및 급변하는 중동 지정학

 1. 하마스 기습공격의 배경: 파타흐-하마스 주도권 경쟁과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이란 갈등

 최근 수니파 대표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아파 종주국 이란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의 수교 협상에 속도를 내자 하마스는 존립 근거가 흔들릴 것을 우려해 사활을 걸고 도발을 감행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이슬람 국가 건설을 주장한다. 2020년에는 이미 아랍에미리트와 바레인이 이스라엘과 아브라함 협정을 맺어 기념비적인 데탕트를 이뤘고 모로코도 뒤이어 동참했다. 여기에 이슬람 성지의 수호국인 사우디까지 가세하면 하마스의 입지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나아가 역내 데탕트 추세가 심화하면 자신의 최대 라이벌이자 서안 지역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꾸리고 있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최대 정파 파타흐가 정당성을 굳히고 경제 이익까지 거머쥘 수 있다. 사우디와 이스라엘에게 팔레스타인을 대표하는 조직은 하마스가 아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다. 하마스로서는 현 상황을 뒤흔들어야 했다.

왕정 수호의 전략으로 최근 파격적인 개혁을 추진 중인 사우디는 역내 안정과 이스라엘과의 협력이 절실했다. 이에 이스라엘과 수교를 맺는 조건으로 미국의 철벽같은 방위 조약과 이스라엘의 대팔레스타인 유화책을 요구했다. 이란의 핵 개발과 친이란 프록시 조직인 예멘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자국 안보를 지키는 동시에 이슬람 성지의 수호국으로서 팔레스타인 대의를 확보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란은 사우디의 최대 맞수일 뿐 아니라 이스라엘의 주적이다. 이란은 가자 지구의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이라크의 인민동원군, 시리아의 군소 민병대 등을 후원해 역내 팽창주의 정책을 펼쳐 왔다.

 

2. 이스라엘 정보 참패의 원인: 극우 포퓰리스트 정부가 가져온 최악의 국론 분열과 대팔레스타인 강압 정책

이스라엘의 안보 대참패는 포퓰리즘과 배타적 민족주의를 선동해 국민 편 가르기에 앞장서고 팔레스타인을 향한 초강경 정책을 펼친 네타냐후 총리와 극우 연립정부에 책임이 있다. 2022년 11월에 출범한 연립정부는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네타냐후 총리를 보호하려고 사법부를 무력화하려는 입법을 추진해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새로운 입법에 따르면 법원과 검찰총장의 권한이 약화하면서 행정부의 정책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이 축소된다. 여기에는 극우파가 추진하는 불법 유대인 정착촌 확대 등에 대법원이 위헌 판단을 내리지 못하도록 제동 장치를 마련하려는 의도도 포함됐다. 2023년 1월 사법부를 약화하고 행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려는 연립정부의 사법 정비안이 발표된 후,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조직됐고, 거의 모든 계층의 사회 구성원이 이에 동참했다. 특히 군과 특수부대, 정보국 소속 예비역 1만여 명이 복무 거부에 서명하고 현직 고위급마저 이들의 집단행동을 지지하면서 최악의 국론 분열과 군 중추의 이탈에 따른 전력 공백이 우려됐다. 그럼에도 7월 네타냐후 정부는 사법부 무력화 법안을 속전속결로 표결에 부쳐 결국 의결했다. 야당 의원들은 네타냐후 측이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표결을 보이콧하고 퇴장했다. 최악의 국론 분열로 이스라엘은 국가 마비의 위기에 빠져들었다.

네타냐후 정부가 팔레스타인을 향한 강경 정책을 시행하면서 서안 지역과 가자 지구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주민 사상자가 크게 늘어 20여 년 만에 최악의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내 아랍계 시민과 동예루살렘 팔레스타인계 거주권자의 인권 상황도 열악해졌다. 바이든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 극우 연립정부의 유대인 불법 정착촌 확장과 팔레스타인 시위대 유혈 진압을 비판했고 미국 유대인 커뮤니티에서도 반네타냐후 여론이 급증했다.

 

#전쟁의 전망과 전후 시나리오 및 중동의 역학 변화

 

1. 가자 지구의 전후 거버넌스를 위해 조속한 선거 시행하고 무차별적 탈 하마스(De-Hamasification) 정책 지양해야

 현재 논의되는 전후 시나리오는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궤멸시킨 다음 파타흐가 이끄는 서안 지역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가자 지구 통치권을 이양하는 방안이다. 이때 파타흐가 안정적으로 초기 통치를 시작하도록 이집트와 요르단 등 주변 아랍국가나 국제사회가 다국적 평화유지 병력을 파견할 수도 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비롯한 강경파는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통제를 시사했지만 이번 하마스 공격을 막지 못한 이들은 국내외 정치 기반을 완전히 잃어 퇴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바이든 미국 정부는 가자 지구의 미래는 전적으로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달려있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관건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16년 동안 하마스 통치하에 있던 가자 지구를 성공적으로 통치할 수 있을지다. 결국 2006년에 발발한 파타흐와 하마스의 유혈 충돌로 무기한 연기된 총선 및 수장 선거가 하루빨리 시행되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파타흐-하마스 간 갈등 일변도의 장기 관성에 획기적인 전환점으로 작동해야 할 것이다. 2006년 총선에서 하마스가 132석 중 74석을 확보해 45석을 얻은 파타흐에 승리하자 파타흐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고 둘의 다툼은 유혈 사태로 번졌다. 파타흐의 수장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새로운 총리를 독단적으로 임명했고 이에 반발한 하마스는 가자 지구를 무력으로 장악했다. 파타흐와 하마스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그들의 군경과 보안 기구는 각자의 거점 지역에서 반대 세력을 거세게 탄압했다. 파타흐는 해외 원조금의 배분을 둘러싼 부패 네트워크로 악명 높고 반정부 언론과 시민단체를 억압한다. 하마스는 여기에 더해 반대 세력을 서슴없이 감금하고 고문한다. 매년 전 세계 200여 나라의 민주주의 정도를 측정하는 ‘프리덤 하우스’ 지수(0~100 스케일)에 따르면 2023년 서안 지역은 22, 가자 지구는 11로 두 곳 모두 시민의 정치 권리와 자유 수준이 매우 낮다.

이번 전쟁이 일어나기 전인 2021년 팔레스타인 정책조사연구소가 서안 지역과 가자 지구의 성인 남녀 1,270명을 설문 조사한 바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당면한 과제는 부패(26%), 빈곤과 실업(22%), 가자 지구 봉쇄(20%), 이스라엘의 점령(16%), 서안 지역과 가자 지구의 분열(12%) 순이었다. 응답자의 84%는 파타흐가, 72%는 하마스가 부패하다고 답했고 58%는 하마스가, 53%는 파타흐가 두려워 비판할 수 없다고 했다. 팔레스타인 문제를 뒤로하고 2020년 아랍에미리트와 바레인을 비롯한 아랍 4개국이 이스라엘과 수교한 아브라함 협정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53%)이 자신의 지도부에 책임이 있다고 봤다. 즉 파타흐가 이끄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도 주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또한 가자 지구에서 전후 안정화 및 재건 정책을 시행할 때 과거 이라크 전쟁에서 ‘탈 바아트(De-Baathification)’ 정책에 따른 참담한 실패를 겪은 경험을 살려 하마스 통제 시절의 인력을 무차별 숙청하는 ‘탈 하마스 (De-Hamasification)’ 정책을 지양해야 한다. 2만여 명으로 추산되는 하마스 조직원 가운데는 하마스의 공포 철권통치 아래서 강압적으로 가입하게 된 인력도 많으므로 이들을 핵심 대원들과 구분하는 사회 통합에 기초한 재건 정책이 필요하다. 이번 지상전에서 이스라엘이 하마스 대원 대부분을 제거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더라도 가자 지구 내 소수의 급진주의 세력은 여전히 남아있을 것이다. 이스라엘의 단호한 작전 과정을 지켜본 다음 세대가 다시 복수를 다짐하고, 이스라엘은 남은 세력을 관리한다는 명분으로 가자 지구의 봉쇄를 이어갈 수 있다. 또다시 급진주의 추종 세력이 선제공격으로 도발하면 이스라엘이 맹렬한 기세로 공습하는, 지금까지와 비슷한 충돌 상황이 계속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선거를 시행하고 무차별적 하마스 숙청을 피해야 할 것이다.

 

2.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 수교 협상의 재개와 아랍-이스라엘 데탕트의 재부상

 이번 전쟁으로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의 데탕트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급히 현지를 찾아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했음에도 전쟁은 이어졌다. 중동 전역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가 일어나고 사우디 정부도 팔레스타인 지지 입장을 내면서 중동 데탕트는 깨진 것이라는 해석마저 나온다. 그러나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주요국이 지지를 밝힌 대상은 하마스가 아닌 팔레스타인 주민이다. 더욱이 사우디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민간인 살상 행위가 이슬람 교리에 어긋난다고 강하게 비난해 수교 협상의 재개를 암시했다. 미국과 이스라엘도 하마스 테러 집단과 이란의 패권 추구 야욕에 굴복할 수 없다며 다시 협상에 임할 것이다.

또 바이든 정부가 내세웠던 중동 정책의 3대 기조인 이란 핵합의 복원, 역내 민주주의와 인권 및 동맹 가치 공고화, 아랍-이스라엘 데탕트 강화 가운데 눈에 띌만한 성과를 보인 사안이 없으므로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의 수교 협상에 더욱 공을 들일 것이다. 양국 정상화 빅 딜의 직접적인 수혜자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도 이스라엘에만 비난의 화살을 돌리지 않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에게 자제를 촉구하며 국제 여론을 살피고 있다. 따라서 군사적 긴장이 누그러지면 중동 데탕트를 향한 미국의 중재와 중동 주요국의 움직임은 다시 부상할 것이다.

 

3. 중동전쟁으로 확전 가능성은 작고 반미연대 강화 추세는 이어질 것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충돌이 다른 국가까지 개입하는 5차 중동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주변국은 혹시 모를 자국 내 동요에 긴장하며 정권 지키기에 급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하마스를 측면 지원하고 서안 지역의 일부 급진주의 조직과 예멘의 후티 반군 등이 반이스라엘 전선을 확산하려고 시도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란의 강경파 지배 연합은 고강도 제재로 비롯된 경제 파탄과 히잡 강제 착용 반대 시위에 따른 국내 여론의 악화로 전쟁 개입이 부담스럽다. 하마스와 헤즈볼라 및 여타 친이란 프록시 조직은 후원국 이란을 곤경에 빠뜨리지 않는 범위 안에서 무력 도발을 제한할 것이다. 이집트는 가자 지구와 맞닿은 라파 국경을 열어 인도적 차원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을 대피시키라는 제안을 거절하다가 외국 여권 소지자와 부상자만 입국을 잠시 허용했다. 가뜩이나 인기 없는 권위주의 정권인데 팔레스타인 주민의 유입이 국내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어 그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다.

한편 러시아는 전쟁 초기 중립 태도를 보였으나 점차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습과 지상전을 비난하며 팔레스타인 편에 섰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 이후 이스라엘은 미국 주도의 대러 제재에 참여하지 않고 우크라이나에도 공격용 무기 대신 레이더 장비만 제공했으나 러시아는 자국에 드론을 비롯한 다양한 무기를 공급하는 이란과 밀착했다. 중국도 전쟁 초기엔 양측 모두의 폭력 중지를 요구하며 중립적인 모습을 보이는 듯했으나 최근에는 이스라엘의 지상전이 과도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자이쥔 중동특사를 요르단에 파견해 중재자 역할을 시도했으나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물론 주변국을 움직일 만한 뾰족한 수단은 없어 보인다. 북한은 이번 전쟁이 전적으로 이스라엘의 끊임없는 범죄행위에 따른 결과라며 팔레스타인에 도움을 줄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우리 정부는 이스라엘에 가해진 하마스의 무차별적 공격을 규탄하고 하마스가 억류한 인질의 무사 송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인도적인 교전 중지, 이스라엘의 국제법 준수 등을 강조했다. 또 민간인 피해자를 위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약속하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에 기반한 정치적 해결을 촉구했다.

 

우리에게 주는 함의: 하마스 vs 북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시작되면서 하마스의 도발과 유사한 북한의 기습공격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하마스 같은 급진주의 조직은 현재 상황을 타파하고자 폭발적인 관심을 유도해 위험을 과감히 감수한다면 북한은 체제 수호를 위해 현상 유지를 추구하고 국제사회의 과도한 관심을 부담스럽게 여긴다. 세상과 잦은 교류를 멀리하고 자발적으로 고립되어 살겠다는 북한 정권에게는 외부 자극이 체제 안정에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괴한 허세를 종종 부리지만 현상 변경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과욕은 체제 수호에 금물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하마스와 달리 위험 회피 전략을 추구한다. 따라서 북한의 목적은 드러내지 않으면서 우리에게 직접적인 피해와 혼란을 일으키는 데 있다. 그래서 하마스보다 더 위험한 상대일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드러났듯이 이스라엘의 정보국이 하마스의 기습공격 의도를 파악하는 데 크게 실패한 만큼 우리의 대북 감시 체제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2024년부터 2년간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하게 될 한국은 책임 있는 글로벌 중추 국가의 비전을 제시하면서 중동 분쟁과 관련한 안보리 대응에도 적극 참여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주의 국제질서, 법질서 등 국제규범과 가치에 입각한 중동 정책을 추진해 역내 긴장과 인도적 위기를 해소할 독자적인 기여 방안을 꾸준히 개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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