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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한국, 미·중 갈등 시대에 '위험 헤징' 필요…중견국 연대 주도해야" (2026.07.14 조선일보)

14일 니어재단 국가전략 토론회 개최
"UAE 등 걸프 국가와 연대 강화해야"
"美에 전략 유연성 주는 대신 韓은 전략 자율성 확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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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14일 서울시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 니어재단 주최로 열린 '격동하는 세계질서,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야하는가' 라운드 테이블 토론회에서 신각수 니어재단 부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신중한 헤징(hedging·위험 회피)’ 전략을 채택해야 합니다. 한 쪽에 완전히 가담하거나 다른 쪽을 견제하는 것은 위험합니다.(이상현 전 세종연구소장)”

1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니어재단 주최로 열린 ‘2026 NEAR 국가전략 라운드 테이블’ 토론회는 최근 중동 사태와 미·중 갈등, 북·중·러 협력이 국제 관계에 미치는 영향과 한국의 대책 등을 다뤘다. 참석자들은 미국 패권의 성격 변화와 한국이 그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상현 전 소장은 우선 “미국은 더 이상 ‘자비로운 패권국’이 아니라 자국 이익을 우선하는 ‘약탈적 패권국’으로 변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향후 국제 질서는 탈중심적, 다층적으로 흘러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은 전략 경쟁의 중심 공간으로 급격히 부상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전략적 양극화가 점차 뚜렷해지는 추세”라고 했다.

이 전 소장은 이런 환경에서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하기보다 다층적 헤징 전략을 추구하는 성향이 증대했다”고 했다. 한국도 ‘신중한 헤징’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헤징이란 강대국 간 경쟁 상황에서 특정국이 양측과 동시에 협력하며 위험을 분산시키는 전략이다.

이 전 소장은 그러면서 ▲자강 ▲연대 ▲포용이라는 구체적 헤징 전략을 제시했다. 자강은 군사·기술력 등 국가의 역량을 키우는 것, 연대는 가치관을 공유하는 국가들과 유대를 강화하는 것, 포용은 중국·러시아와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개발도상국) 등으로 한국 외교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뜻한다. 이를 통해 한국이 ‘중견국 연대’를 주도할 수 있다고 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신화 고려대 교수는 “한국의 대전략은 ‘추종자’가 아니라 ‘전략적 연결자’가 되는 것”이라며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IP4(인도·태평양 4국 파트너), G7 플러스, 글로벌 사우스 등을 서로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사우스의 요구를 무시한 채 민주주의 협력만 강조하면, 서방 중심 클럽으로 보일 수 있다”고 했다.

미국 및 걸프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동 정세와 관련해 “아랍에미리트(UAE)는 한국의 핵심 안보 협력국으로 이란 미사일 공격을 집중적으로 받았지만, 한국은 연대 의사를 적극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며 “미국과 NATO가 추진하는 CRINK(중국·러시아·이란·북한) 대응에 보다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장 수석연구위원은 한국의 ‘나무호’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산 미사일에 피격됐을 때 우리 외교 당국의 규탄 메시지가 불분명했다고도 말했다. 그는 “우리는 (당시) 규탄인데 규탄이 아닌 듯한 모습을 보여줘서 걸프 국가 쪽에서 굉장히 이상하게 생각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피격 직후 이란 측은 나무호 공격을 부인했고, 우리 외교 당국은 “이란 이외 주체가 나무호를 공격했을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뚜렷한 규탄 메시지를 내진 않았다. 이후 20여 일이 지난 뒤에야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초치하며 항의했다.

미국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 한국이 그 대가로 원하는 내용을 ‘협상 카드’로 제시하는 방법이 검토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하경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어느 정도 확보해 주면서, 한국이 가질 수 있는 전략적 자율성을 얼마나 가져올 수 있을 것인가”라며 “특히 핵 연료 주기 능력이나 우리 핵 잠재력,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도입 등 여러 가지 카드를 하나로 묶어서 타협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한·미나 한·중의 양자 관계를 넘어서 이제는 한·미·중 3각 매트릭스의 관계 방정식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중요하다”며 “가치적 균형과 이익의 균형을 함께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