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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미중경쟁 장기화할 것…'경쟁적 공생'의 국제질서 모색해야"(종합) (연합뉴스 2023/12/5)

"미중경쟁 장기화할 것…'경쟁적 공생'의 국제질서 모색해야"(종합) (연합뉴스 2023/12/5)

니어재단, 세계 28개국 외교 전문가 40여명 설문…정책제언 보고서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김지연 기자 =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군사적 충돌은 없겠지만 장기화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더 이상의 국제사회 분열을 막기 위해선 '경쟁적 공생'의 국제질서를 모색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제언했다.

민간 싱크탱크 니어(NEAR)재단은 전 세계 외교안보 정책 전문가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5일 발표한 '세계, 어디로 가고 있는가 : 파편화된 세계 속 질서를 위한 경쟁'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재단은 이번 보고서 작성을 위해 세계 28개국 출신 외교안보 전문가 42명(북미 8·아시아/오세아니아 19·유럽 15)을 상대로 현재와 미래의 세계질서에 대한 견해를 묻는 심층 조사를 진행했다.


◇ "미중, 군사충돌없이 장기간 갈등" 최다 응답…신냉전 귀환에 회의적

전문가들은 앞으로 10년이 새로운 국제 질서 형성의 결정적 시기이며, 여기에서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의 성격이 핵심 요소라는 데 공통의 인식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국제질서가 강한 양극체제의 신냉전으로 회귀하거나 미중 양국이 군사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중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 '군사적 충돌 없이 장기간 갈등 지속'(35%)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군사적 충돌 없이 5∼10년 내 갈등이 봉합돼 타협이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도 20%에 이르렀다.

5∼10년 내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클 것이란 답변은 15%였고, 응답자의 10%는 5년 내 군사적 충돌이 임박했다고 내다봤다.

이와 연계해 예상되는 국제체제 시나리오로 '자유주의적 다극세계'가 가장 많은 응답(20.52%)을 차지했다. 즉 새로운 질서가 미중 경쟁에 영향을 받지만 중견국과 글로벌 사우스에 의존하는 형태로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아시아식 안보 기구와 관련해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보다 느슨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형식이 가장 많은 선택(36.54%)을 받았다.

이어 한미일, 쿼드(미·일·호·인도의 안보 협의체)와 같은 소다자주의(30.77%), 나토식 구조(17.31%), 현행 양자 중심의 체제 유지(7.69%) 등의 순이었다.

다만 동북아 출신 응답자에 한정하면 나토 같은 엄격한 형태의 안보기구를 가장 선호했다고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이날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 "강대국·중견국·글로벌 사우스 제각각 역할해 분열 최소화해야"

보고서는 더 이상의 국제 질서 분열을 막기 위해선 '경쟁적 공생'의 관리된 국제 질서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대국과 중견국, 글로벌 사우스 등 세 가지 축이 각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보고서는 강대국이 정치적 리더십과 정책의 투명성 및 예측 가능성을 보여야 한다고 제언했는데, 이는 국내 정치가 대외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추세가 강해지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고 선임연구위원은 설명했다.

또 중견국은 지역·글로벌 도전과제 해결에 더 기여해야 하며. 글로벌 사우스는 유엔헌장 정신을 준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병세 전 외교장관은 회견에서 "양자, 소다자주의, 지역주의 등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게 세계적 추세"라면서도 다자주의를 보완하면서 병행할 때 "당면한 혼란스러운 파편화된 국제질서가 어느 정도 관리될 수 있는 '관리된 공생의 다자질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제사회가 미국과 중국이 신뢰구축 조치와 '가드레일' 마련을 시작으로 새로운 타협과 절충에 합의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강대국들에 긍정적 경쟁과 공생의 필요성을 상기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1년 루스벨트 당시 미국 대통령과 처칠 당시 영국 총리가 발표한 '대서양 헌장'이 전후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토대를 닦았듯 '인도·태평양 헌장'의 가능성을 모색하라는 권고도 했다.

재단은 오는 6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이번 보고서 내용을 다루는 국제회의를 개최한다.

kimhyo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