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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한국 경제의 현주소, 이재명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한 제언 “지금은 경제 위기… 이재명 정부는 ‘위기 관리 정부’가 돼야” (월간조선 8월호)

한국 경제의 현주소, 이재명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한 제언 “지금은 경제 위기… 이재명 정부는 ‘위기 관리 정부’가 돼야” (월간조선 8월호)

⊙ “이재명 정부, 정당성 입증 위해 단기 성과주의로 경제 운용할 가능성 있어”(김동원)
⊙ “초격차의 우위를 선점하는 시간이 짧아지는데 재판에 시달리느라 분초를 버릴 수 없어”(정덕구)
⊙ “‘고성장 좋은 분배’라는 동아시아 기적은 끝났다”(이근)
⊙ “이재명 정부는 시장 경제와 사회 안전망의 균형점 찾아야”(정덕구)
⊙ “중국, 전 세계 50% 이상 점유율 가진 시장 지배적 제품 760개 이상 보유… 한국은 13~14개뿐”(이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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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덕구: 현재 우리 사회의 위기는 복합적이며, 만성적이다. 이재명 정부가 실용 정책을 펼치겠다고 하는데 이보다는 ‘위기 관리 정부’가 돼야 한다. 그러려면 위기의 실상과 본질을 정확히 알고 위기 관리에 나서야 한다. 보다 근원적인 위기 요인들이 오래 농축되어 있어, 또 한 번의 창조적 혁신, 창조적 파괴가 필요한 근원적 위기 상황이다. 오늘날의 위기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큰 그림을 그리며 향후 5년을 꾸려가기를 바란다.

김동원: 이재명 정부는 소위 ‘자다 깨니 정권을 잡은 것’과 같기에 자신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단기 성과주의, 근시안적 시각으로 경제를 운용할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 안에 AI 미래기획 수석을 두는 것은 근시안적 성과를 기대하는 이재명 정부의 시각을 보여준다. AI 수석을 둔다고 우리나라가 AI 강국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경제·과학 수석 등을 두고 큰 그림을 그려서 국가를 운영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이근: 2017년 이후에 전 세계적으로 탈세계화 경향과 미·중 갈등이 시작됐는데 한국은 여전히 방황하고 재미있는 점은 그동안 가장 성과가 좋지 않았던 한국 주식 시장이 트럼프 2기 관세 전쟁 이후에는 전 세계에서 상승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까지는 위협 요인과 기회 요인이 병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 트럼프 1기 때 미·중 사이에서 득 봐”

사회: 트럼프 2기가 시작되자마자 관세 전쟁 등으로 많은 국가가 혼란을 겪었다.

  김동원: 트럼프의 중국 때리기는 일정 부분 이해가 간다. 미국의 입장은 중국이 다른 국가에 너무 많이 수출을 하고, 본국으로의 수입은 차단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기 때문에 경제를 시장주의적 원칙에 입각해 운용하라는 것이다. 중국 내부에서 소비를 더 하든지,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 팔든지 하라는 소리다. 트럼프 1기의 강공 정책으로 미국 내 중국 상품의 수입 비율은 22.1%(2018년)에서 13.3%(2024년)까지 떨어졌다. 그럼에도 세계 상품 시장에서의 중국의 비율은 같은 기간 11.5%에서 14.6%로 늘었다. 특히 중국의 남아시아 국가에 대한 수출 증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는데 ‘차이나쇼크 2.0’이 아시아를 덮치고 있다. 중국이 세계 제조업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향후 45%(2035년)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가 ‘차이나쇼크 2.0’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이근: 한국의 기업은 트럼프 이전부터 많은 변화를 겪었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내에 최종 소비재 조립 공장이 하나도 없고 반도체·배터리 등만 남은 반면, 최근 한국은 미국의 최대 투자국이다. 트럼프 1기 때 ‘미·중 사이에 끼였다’고 했지만 사실 우리 기업이 득(得)을 본 측면이 많다. 최근 들어 이 구도가 바뀌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미국발(發), 중국발, 국내발(인구 감소·고령화)의 3개 공동화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기회는 있다. 대한민국의 신(新) 주력 산업은 방산·조선·원전이다. 한국이 AI 전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지 않지만, AI를 한국의 제조업에 활용할 방법이 있고, AI의 제조업 활용 시대로의 진입은 아직 늦지 않았다.


김동원: 중국은 ‘제조 2025’를 통해서 기술력을 일본, 독일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천명했다. 2045년에 미국을 능가하는 기술력을 가지는 것이 최종 목표다. 성공의 키워드는 사람이다.



“시진핑, 딥시크 보고 민간 생태계의 힘 깨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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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사회: 중국의 인공지능 스타트업인 딥시크를 통해 중국의 기술력은 이미 전 세계에서 인정받은 것 아닌가?


김동원: 딥시크로 충격을 받은 곳은 중국이다. 딥시크의 창업주인 량원펑은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뒤 투자 회사를 경영하다가 2022년 12월에야 AI 시장에 뛰어들었다. 시진핑이 국가 전략 차원으로 키워낸 인물이 아니라 시장에서 탄생한 사람이다. 량원펑과 함께 딥시크 개발자로 논문에 이름을 올린 84명의 면면도 다 그러하다. 중국은 딥시크를 계기로 민간 생태계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고 놀랐다. 시진핑이 민영기업 심포지엄에 참여해 ‘선부(先富·일부가 먼저 부자가 돼라)가 공동부유(共同富裕·함께 잘살자)를 촉진하길 바란다’고 얘기했다. 시진핑은 2021년부터 중국 내 빈부 차가 확대되면서 ‘공동부유’를 중국의 핵심 국정 기조로 규정하고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고강도 규제를 했는데, 이번에 딥시크를 계기로 완전히 기조를 바꾼 것이다.


사회: 우리나라의 경제 생태계는 누가 주도해야 하나.


이근: 우리의 경제는 대기업 주도의 혁신 체제였고, 신생 기업의 성장도 삼성·LG·현대기아차 등 대기업과의 연관성하에서 진행되는 점이 있다. 대기업 주도 생태계의 성과는 이미 결과로 입증됐고, 한계가 있지만 또 나름대로 성과가 나쁘지 않다.


정덕구: 우리 경제가 힘이 있는 이유는 재벌 체제가 가진 자금력, 기동성, 혁신성 덕분이다.


이태규: 일부에서는 재벌 체제를 두고 우리나라 경제만의 독특한 현상이라고 비판하지만 미국의 전문 경영인 중심의 체제가 오히려 예외적이고 패밀리 기업 집단이 경제에서 상당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보편적 현상이다. 흔히 우리나라 대기업이 협력 업체를 착취한다고 지탄하지만 미국의 대표적 기업 애플의 협력 업체 수익률이 삼성의 협력 업체 수익률보다 훨씬 낮다. 대기업 체제는 수십 년 동안 국가와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어왔고, 이를 대신할 체제가 현재로서는 없다. 패밀리 비즈니스 자체를 비판하기보다는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부당한 행위를 어떻게 제재할 것이냐를 강구하는 것이 맞다.



‘기업의 성장=국민경제 성장’


정덕구: 미국은 현재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해 중소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사다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제2의 삼성·LG가 나오는 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국내 한국 산업의 역동성이 크게 약화될 것이다. 재벌 그룹은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데 시간이 갈수록 과도한 상속세, 기업가 정신의 쇠퇴로 인해 체제적인 한계에 부닥치고 있다. 조만간 다국적 펀드들이 국내 대기업을 지배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김동원: 우리나라 4대 재벌의 성공은 신화와 같다. 과연 서양 문화 속에서 구글, 아마존이 대를 이어가며 성장할 수 있을까? 이는 동양 문화가 가진 특유의 패밀리 시스템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한국형 재벌은 전 세계의 기술 진보를 따라가는 페이스 메이커다. 좌파 정부가 들어설 때 반(反)기업이니 반재벌이니 하는 얘기들이 나오는데,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극좌, 윤석열 정부의 극우에서 벗어나 가운데에 있는 넓은 공간을 차지해야 한다. 그 중간 지점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꿰뚫어 봐야 한다.



한국 경제의 정체 현상이 기업 숫자로 나타나


이태규: 국민경제와 기업은 떨어질 수 없는 관계다. 기업이 많을수록 국민소득이 높고, 상대적으로 분배가 잘 된다. 결국 성장하고 분배를 하려면 기업 부문이 성장해야 가능하다. ‘기업의 성장=국민경제 성장’이다. 세계 경제에서 한 국가의 경제적 지위는 그 국가가 중요한 대기업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전 세계 500대 기업(Fortune 500)이 10개 국가에 집중돼 있는데, 미국, 중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대한민국의 순(順)이다. 중요 대기업을 많이 보유한 나라가 경제적 지위도 높은 것이 확인된다. 한국은 7위로 정체 상태이며 2023년 18개에서 2024년 15개로 감소했다. 한국 경제의 정체(停滯) 현상이 기업 숫자로 나타난다.


정덕구: 이제 세계는 초격차가 사라지고 있다. 반도체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제 대만으로, 나중에는 중국이 추격하게 될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반도체가 나타날 수가 있다. 초격차의 우위를 선점하는 시간이 짧아지고 있는데 재벌 그룹이 재판에 시달리느라고 분초를 버릴 수는 없다. 우리나라 재벌의 문제는 현 재벌 지배구조가 4~5세대까지 유지될 수 있는지다.


이태규: 경제성장률 하락은 기업 성장 부진의 결과다. 기업 성장률과 GDP 성장률은 거의 동일한 방향으로 진행된다. 지금은 경제의 역동성 회복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제의 역동성은 산업구조 변화 속도로도 가늠해 볼 수 있는데 그 속도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산업구조 변화 속도의 하락은 잠재성장률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기업의 진입률과 소멸률도 하락 추세다. 경제 역동성이 점차 둔화되면서 기업 생태계가 심각하게 도전받는 시점이다.



지금이 ‘피크 코리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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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이근: 박정희식(式) 개발연대 모델이 동아시아의 기적을 창출했다. 외환위기 이후, IMF 주도의 제도 개혁으로 한국은 영미 자본주의로 갔는데 미국과는 시발점부터 완전히 다르다. 유럽도 아니고, 미국도 아니고, 엄밀히 따지면 혼합 자본주의로 ‘동아시아 자본주의 2.0’이라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우리의 경제 구조를 미국과 같은 월가 주도의 금융 자본주의로 바꾸려는 시도는 곤란하다. 미국은 금융 자본주의에 치중한 나머지 제조업 기반을 해외에 뺏겼고, 그 결과 인텔, 보잉 등 우량 기업이 상당수 침몰했다. 그들 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사모펀드 등 금융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지급해 재투자 기회를 놓쳤다. 우리의 ‘동아시아 자본주의 2.0’은 재투자, 노동자에 대한 보너스, 주주를 위한 배당의 3자 간의 적절한 균형을 찾아가야 한다.


사회: 더 이상 박정희식도, 또 미국식도 다 통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이근: 박정희식 개발 모형은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는 기틀을 마련했다. 국가 자본주의의 일종인데, 사람보다는 물리적 성취에 몰입하는 치우침을 보였고 문재인 정부 때 인간의 존엄성에 방점을 찍으며 주 52시간제가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확립해야 할 가치는 경제성장과 인간의 존엄 사이에서 어떤 가치를 중시하며, 어떤 균형점을 찾을 것이냐라고 본다. 기업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노동의 유연성이다. 이재명 정부는 시장경제와 사회 안전망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한쪽으로 확 쏠리면 제2의 문재인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사회: 지금이 성장의 정점을 지나 하락 국면인 피크 코리아(Peak Korea)인가?


정덕구: 가계부문 생태계의 건강성이 민생의 지표다. 소득, 비용, 부채, 연금 각 부문에서 수축되고 있고 탈진상태다. 이재명 정부의 추경이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극렬히 반대하지는 않는다. 가계는 이미 생존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김동원: 한국 경제는 잠재성장률 측면에서 다운텀에 들어섰다. 특히 인구 대비 과학자, 그중에서도 여성 과학자가 너무 적다. 피크 코리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희망이 없는 국가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일본 국민 35세 이상 중 25%가 부모에게 얹혀사는 캥거루족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의미 있게 지켜봐야 한다. 희망을 상실한 국가에서 희망이 존재하는 국가로 바꿔야 한다.


이근: 우리나라가 일본의 전철을 따른다면 피크 코리아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대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가 있다. 또 새로 등장한 트럼프 2기의 제조업 중시라는 새 트렌드 속에서 여전히 잠재력이 있고, 다시 수정할 가능성은 있다.



“시진핑 시대는 끝났다” vs “중국 필승론”


사회: 중국의 발전은 앞으로 계속될 것인가.


정덕구: 얼마전 강연에서 ‘시진핑이 거시경제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4기로 못 넘어간다’고 했는데 4연임은 물 건너간 것이 아닌가 싶다. 군부를 장악하지 못하고 있고 지도 체제가 흔들리고 있으며 트럼프의 광풍에 대비책도 미온적이다. 시진핑 이후의 지도자는 후진타오의 유연성을 갖춘 인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근: 포스트 시진핑 체제가 이미 시작됐다고 본다. 대외적으로 시진핑의 체면 살리기 등의 모양새를 취하면서 서서히 권력 이양이 되지 않을까 싶다. 부국강병을 중시한 시진핑 체제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미·중 간의 경제 패권 경쟁을 부각시켰고 한국에 각기 다른 이득과 손실을 제공한 것으로 평가될 것이다.


김동원: 중국에 대해 회의론자들은 주된 문제로 중국 정부의 부채 문제, 호구(戶口) 제도를 주로 지적한다. 2030년을 전후해서 중국의 경제위기와 정치위기가 겹칠 것이라는 시각이 등장하면서 ‘중국 필패론’이 고개를 들었는데 최근에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미국 내부에서조차 올 2월에 ‘Who is winning?’이라며 ‘미국 필패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단편적인 예로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의 사망자는 수만 명이었고, 미국은 121만 명이었다. 중국이 선방한 이유는 우한을 봉쇄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집에서조차 나오지 못하도록 해서 코로나19를 막았다. 사회주의 국가의 강점이다. 나는 중국의 강력한 지도력과 국가 차원에서의 효율적인 자원 배분 때문에 중국의 필승론이 우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덩어리 규제는 여전히 해결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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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 중앙대 경제학부 석좌교수.

사회: 기업들은 매번 규제 철폐를 외치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끝장 토론’까지 했는데 왜 여전히 규제 얘기가 나오나.


이태규: 덩어리 규제가 해결이 안 되기 때문이다. 기업이 리쇼어링(기업이 해외로 진출했다가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는 것)할 만한 인센티브가 없다. 특히 해외에 대규모 사업장을 둔 제조 기업의 경우 덩어리 규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리쇼어링을 할 이유가 없다. 그동안 어떤 정부도 리쇼어링에 있어 가시적인 성과를 낸 적이 없다. 예를 들어 기업들은 수도권에 공장을 짓기를 희망하지만 수도권 규제에 막혀서 공장을 지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강한 노동규제도 리쇼어링에 상당한 장애가 된다. 결국 덩어리 규제 철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안 되는 데 원인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규제 철폐의 성과라고 하면 푸드 트럭 허용과 같은 주변부 규제 철폐를 내세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회: 한국의 기적은 끝났나.


이근: ‘고성장, 좋은 분배’라는 동아시아의 기적은 끝났다. 흔히 경제를 영미형, 유럽대륙형, 영미식 동아시아형으로 분류하는데, 한국은 2000년대 이후에 성장이 정체하고 분배도 악화했다. 영미 자본주의는 성장률이 낮고, 분배 역시 좋지 않다. 미국은 1980년대 이후에 월가식 자본주의가 득세하면서 혁신성은 유지되었지만 분배가 악화됐다. 한국도 현재 혁신과 분배 악화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사회: 한국은 더 이상 성장 국가가 아닌가.


이태규: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이 추세를 역전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와중에 미·중 경쟁의 사이에 끼여 있다. 미국은 우리에게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도 당분간은 미국과 보조를 맞추겠지만 그간 형성된 경제 관계를 단기간에 단절하기는 쉽지 않다. 사실 미국도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단절하기는 쉽지 않다.


정덕구: 대만과 중국의 추격이 심각하다. 이것이 다 모여서 나온 것이 잠재성장률의 하락이라고 본다. 한국의 제조업은 중국과 대만을 극복하지 않으면 위험하다.



“독일의 하르츠 개혁처럼 노동 시장 유연하게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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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이근: 두 가지 해법이 있을 수 있다. 첫째, 독일은 2000년대 초반에 ‘하르츠 개혁(Hartz-Konzept·2002년 8월에 노동 시장 및 복지의 기본 체계를 수정한다는 내용의 개혁안)’을 통해서 고용률이 올라갔다. 우리나라도 노동 시장을 유연하면서도 안전하게 바꾸면 고용률과 생산성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 둘째, 여성 고용률 확대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여성 고용률 하락은 육아에 과도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등 기본 서비스 부족에서 온다. 국가가 현금을 살포하기보다는 기본 서비스에 들어가는 투입을 늘리고, 노인층 일자리 확대보다 근로 연령층을 위한 복지와 기본 서비스(육아·출산·보육 등)를 확대해야 한다.


김동원: 희망은 여성에게 있다. 여성이 노동에 친화적인 시스템을 진전시키면 가능성이 있다.


이태규: 교육에 대한 과잉 투자를 줄이면 어떨까 싶다. 특히 학부모의 청소년기 교육에 대한 과잉 투자는 소비를 억제하고 국민의 노후를 어렵게 만든다. 청소년기 교육 투자는 줄이고 대학 이상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는 늘려야 한다.


정덕구: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공약을 다 지키면 5년 뒤의 한국은 우리 경제 사회가 갖고 있는 성장성과 역동성을 크게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극단은 극단적 결과를 초래한다. 의회 정치의 생산성이 낮아졌고 정치 정책 프로세스의 생산성 역시 낮아졌다. 산업화 세력의 후예라고 보는 보수 진영이나 민주화 세력의 후예인 진보 진영 모두 미래를 향해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과거를 지키려 목숨을 걸고 있다. 이 결과, 두 패거리의 각축장이 되어버린 의회 정치는 우리나라를 두 나라 현상에 빠뜨렸으며 지난 3년 동안은 국회가 없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다. 이재명 대통령이 슈뢰더 총리 같은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슈뢰더 총리는 사민당이지만 유연성 개혁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김대중 정부의 전반기와 슈뢰더 총리의 영웅적 결단을 본받아야 한다.



4가지 균형


사회: 이재명 정부에는 어떤 국정 자세가 필요한가.


정덕구: 이재명 정부는 균형을 추구하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극좌적 정책, 윤석열 대통령의 극우적 시각 모두 우리 정치·경제 사회에 심각한 상처를 줬다. 이제 이재명 정부가 성공하려면 양극단을 피하고 그 가운데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그러면 국민 통합을 이루는 길로 갈 수 있을 것이다.


사회: 가운데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이 현실적으로 타당성이 있어 보이는데 어떤 균형을 추구해야 하나.


정덕구: 크게 보아 네 가지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약이 아무 효과가 없을 것이다.


첫째, 시장경제 활성화와 사회안전망의 균형을 찾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 실패자에 대한 보호와 함께 성공한 기업인, 과학자들의 이익 보장을 동시에 충족하지 못하면 한국 경제 사회는 저성장의 늪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갈등과 충돌이 깊어지는 사회가 될 것이다.


둘째, 확대 재정 정책과 창조적 혁신과 파괴를 균형 있게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가계 부문의 회생과 기업 부문의 역동성 회복이 함께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노동 시장 발전을 위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즉 ‘일하기 싫은 자는 먹지도 말라’는 성경 말씀과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라는 헌법 정신 사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균형 속에서 주 4.5일제, 주 48시간제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넷째, 창조적 소수를 확대하고 비창조적 다수를 줄여 나가는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 정치가 사회적 실패자를 기반으로 하다 보면 궁극적으로 축소 불균형 사회가 된다. 창조적 소수는 기술 진보의 고속 과정에서 그 변화 속도를 따라잡고 성공한 과학자, 기업인들이다. 국정의 방향을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비창조적 다수에게 생존 기반을 만들어주는 데 치중하는 것이 일정 수준은 불가피하더라도 국정의 중심은 창조적 소수를 창조적 다수로 확대하는 데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 개혁, 과학 기술 생태계의 혁신이 동시에 필요하다.



“R&D 비용을 인건비로 사용하는 것이 현실”


김동원: 우리나라의 GDP 대비 R&D 지출은 상당히 높다. 이스라엘 다음이며, 금액으로는 세계 5위 수준인데 성과는 미미하다. 중국이 2022년에 낸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의 전략 기술 50개 부문에서 이미 우리를 추월했다. 우리나라가 R&D에 92조원 정도, 삼성전자가 28조원 정도를 쓰는데 뭐가 문제일까? 연구비 중 92%가 경상비로 사용되며, 경상비 중 42%가 인건비다. 프로젝트를 하기 위해 기계를 구입하는 비용 등은 6%뿐이다. 돈을 어디에 쓰느냐, 결국 조직원의 급여와 조직 운영으로 R&D 비용을 다 쓰고 있다는 소리다. 더구나 산학연을 비롯한 인력들의 유기적 연결이 되지 않는다. 연구진이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보다는 관료 사회가 요구하는 연구를 한다. 정부 수요 대응형 과제를 한다는 소리다. 정치가 정부를 지배하고, 정부가 R&D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사회: 다른 국가는 다른가.


  김동원: 미국의 혁신을 주도하는 것은 벤처캐피털이다. 중국은 집요하게 정부가 중심이 되는데 우리나라는 미국형도 중국형도 아니다. 벤처캐피털 육성 40년 역사에도 자생력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실패했다. 그렇다고 정부가 잘하는 것도 아니다. 

이태규: 자본주의 시장 경제는 기업을 통한 가치 창출 체제다. 기업 자산이 증가하면 소득이 증가하고, 소득 분배도 개선된다. 최근에 미·중 갈등이 심해지면서 기업을 경제 안보와 전략 자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가 반도체·배터리·방산에서 기술 기업을 보유하지 못했다면, 또 TSMC가 대만 기업이 아니라면 세계 질서 속에서 한국, 대만의 전략적 가치는 지금과 전혀 다를 것이다. 통상협상에서 미국이 원하는 여러 조건 중 하나가 전략 산업에서의 산업 협력이다. 특히 관세 협상에서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레버리지 중 하나는 조선, 반도체 등 전략 가치가 높은 산업에서의 양국 간 협력이다. 경제 안보적 측면에서, 통상 안보 차원에서도 전략적 가치가 높은 기업의 존재는 중요하다.

사회: 성장을 위한 바람직한 기업 생태계는 무엇인가.

이태규: 경제성장은 기업의 성장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역동성을 위해 새로운 기업이 계속 나와야 한다. 미국은 대기업 10개 중 5개가 1990년 이후 창업한 곳이다. 유럽은 1990년 이후 창업 기업은 없고 대부분 100년이 넘었다. 이 차이가 미국과 유럽의 경제 역동성의 차이를 말해준다. 흔히들 우리나라는 대기업이 독식하는 구조라고 말하지만, 우리나라 대기업 사업체 비율은 OECD 주요국 중 상당히 낮은 편이다. 결국 국가경쟁력의 핵심은 글로벌 대기업을 키우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튼튼한 성장의 사다리를 구축하여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되고 다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생태계가 작동되어야 한다.


‘역량 증진 국가’

사회: 한국 경제에서의 재벌그룹의 집중도를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이태규: OECD 국가별 100대 기업의 매출 집중도를 봤을 때 우리나라는 15위 정도다. 결코 다른 주요 선진국에 비해 대기업에 집중된 구조가 아니다. 게다가 매출 집중도는 오히려 낮아지는 추세다. 대기업 집중도는 과거보다 완화됐는데 대기업에 대한 차별 규제는 여전하거나,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 수출 시장에서 50% 이상 점유율을 가진 시장 지배적 제품을 중국은 760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13~14개뿐이다. 결국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많아져야 한다.

이근: 정부의 역할이 다시 정립되고 있다. 최근에는 발전국가, 복지국가에 이어서 역량 증진 국가라는 신개념이 등장했다. 역량 증진 국가는 개별 경제 주체의 역량을 높여 스스로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게 하는 국가라는 뜻이다. 복지국가의 경직성을 극복하자는 생각이다. 한국형 신산업 정책은 패권국인 미국, 중국과 다르게 여전히 선택과 집중이라는 시각에서 발전해 나가야 한다. 한국의 제조 역량이 핵심이다. 공급망의 내재화(국내 유지)가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세 가지 공동화에 대한 대응이다. 무엇보다 노동 시장이 적극적 노동 시장 정책의 강화로 보다 유연안전(flex-security)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