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공화국 된 한국 … 산업화·민주화세대 이젠 물러나야" (매일경제, 2022.12.22)
국가원로 15인의 '선진국 도약' 제언
대통령에게 과도한 권력 집중
한국도 의회 중심주의로 가야
획일화된 교육 강요하는 수능
일류인재 양성 막는 걸림돌
산업화·민주화·선진화를 이룬 한국 국민은 왜 행복하지 못할까. 한국은 왜 두 나라처럼 이념, 세대, 계층 등으로 갈라진 분열 공화국이 되었나.
국가 원로 15명이 또다시 맞는 위기의 시대에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두 가지 질문에 답하며 한국의 진정한 선진국 도약을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위기에 이어 위기의 기로에 선 한국 사회에 던지는 묵직한 충언이자 경고장이기도 하다.
이들의 진단과 해법은 22일 니어재단이 펴낸 '한국의 새 길을 찾다'에 담겼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주도로 이홍구·김황식 전 국무총리, 김종인 전 국회의원,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 김진현 전 과학기술처 장관,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 등 각계 원로들이 머리를 맞댔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부터 선진국다운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가로막는 정치·경제·교육 등 구시대 잔재를 털어내기 위한 제언도 담겼다. 정덕구 이사장은 이날 출간 기념회에서 "한국은 산업화, 민주화에 성공했고 선진국 문턱까지 왔지만 극심한 갈등 구조로 분열 공화국에 빠진 선진도상국 증후군을 앓고 있다"며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정치, 경제, 사회 등에서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로들은 일제 식민통치를 극복한 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압축성장과 산업화로 경제 발전을 견인했다고 평가했다. 이후 산업화·민주화 세력이 반세기 넘게 한국 사회를 주도했지만 그 성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이른바 '87년 체제'에 대한 평가와 발전적 계승도 그중 하나다. 정 이사장은 "압축 고도화가 빈부격차와 사회의 이중구조를 낳았고 분열 정치가 두 나라 현상을 가져왔다"며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은 모든 임무가 끝났으니 물러날 때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세계 10위권으로 올라섰고 지난해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한국을 선진국 그룹으로 분류한 것처럼 외형적으로는 선진국 반열에 오른 것으로 평가받는 한국이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으로 평가받기에는 아직 미흡한 게 현실이다. 정 이사장은 "물적·인적자본 확충을 통해 한국은 중진국 함정을 넘어서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지만 사회적 신뢰와 갈등 관리가 성숙하지 못했다"며 "선진 신뢰 사회로 가기 위한 혁신에 성공하지 못하면 완전한 선진국 진입은 멀어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극단의 정치를 낳는 시스템을 개선하고 정치리더십을 회복하는 것도 급선무다. 김종인 전 의원은 "산업화의 부정적 유산이 불평등을 해소하지 못한 것인데 민주화 이후에도 양극화는 고착되었다"고 지적했다. 승자독식의 '약탈적' 정치제도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김 전 의원은 "한국처럼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된 나라는 없다"며 "국민과 사회가 변화하려면 정치가 먼저 변해야 하고 정치가 정치의 역할을 하려면 의회중심주의로 가는 길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선진국에 걸맞은 일류 인재 양성의 역할은 사라지고 획일화된 입시형 인재만 찍어내는 교육제도에 대한 통렬한 반성도 나왔다. 김도연 전 카이스트 총장은 "대학이 관여하지 못하는 현재 수학능력시험은 한국 교육 시스템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대학 입시가 바뀌면 초·중등 교육도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현 기자 / 양세호 기자]
"분열공화국 된 한국 … 산업화·민주화세대 이젠 물러나야" (매일경제, 2022.12.22)
산업화·민주화·선진화를 이룬 한국 국민은 왜 행복하지 못할까. 한국은 왜 두 나라처럼 이념, 세대, 계층 등으로 갈라진 분열 공화국이 되었나.
국가 원로 15명이 또다시 맞는 위기의 시대에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두 가지 질문에 답하며 한국의 진정한 선진국 도약을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위기에 이어 위기의 기로에 선 한국 사회에 던지는 묵직한 충언이자 경고장이기도 하다.
이들의 진단과 해법은 22일 니어재단이 펴낸 '한국의 새 길을 찾다'에 담겼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주도로 이홍구·김황식 전 국무총리, 김종인 전 국회의원,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 김진현 전 과학기술처 장관,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 등 각계 원로들이 머리를 맞댔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부터 선진국다운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가로막는 정치·경제·교육 등 구시대 잔재를 털어내기 위한 제언도 담겼다. 정덕구 이사장은 이날 출간 기념회에서 "한국은 산업화, 민주화에 성공했고 선진국 문턱까지 왔지만 극심한 갈등 구조로 분열 공화국에 빠진 선진도상국 증후군을 앓고 있다"며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정치, 경제, 사회 등에서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로들은 일제 식민통치를 극복한 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압축성장과 산업화로 경제 발전을 견인했다고 평가했다. 이후 산업화·민주화 세력이 반세기 넘게 한국 사회를 주도했지만 그 성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이른바 '87년 체제'에 대한 평가와 발전적 계승도 그중 하나다. 정 이사장은 "압축 고도화가 빈부격차와 사회의 이중구조를 낳았고 분열 정치가 두 나라 현상을 가져왔다"며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은 모든 임무가 끝났으니 물러날 때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세계 10위권으로 올라섰고 지난해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한국을 선진국 그룹으로 분류한 것처럼 외형적으로는 선진국 반열에 오른 것으로 평가받는 한국이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으로 평가받기에는 아직 미흡한 게 현실이다. 정 이사장은 "물적·인적자본 확충을 통해 한국은 중진국 함정을 넘어서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지만 사회적 신뢰와 갈등 관리가 성숙하지 못했다"며 "선진 신뢰 사회로 가기 위한 혁신에 성공하지 못하면 완전한 선진국 진입은 멀어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극단의 정치를 낳는 시스템을 개선하고 정치리더십을 회복하는 것도 급선무다. 김종인 전 의원은 "산업화의 부정적 유산이 불평등을 해소하지 못한 것인데 민주화 이후에도 양극화는 고착되었다"고 지적했다. 승자독식의 '약탈적' 정치제도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김 전 의원은 "한국처럼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된 나라는 없다"며 "국민과 사회가 변화하려면 정치가 먼저 변해야 하고 정치가 정치의 역할을 하려면 의회중심주의로 가는 길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선진국에 걸맞은 일류 인재 양성의 역할은 사라지고 획일화된 입시형 인재만 찍어내는 교육제도에 대한 통렬한 반성도 나왔다. 김도연 전 카이스트 총장은 "대학이 관여하지 못하는 현재 수학능력시험은 한국 교육 시스템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대학 입시가 바뀌면 초·중등 교육도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현 기자 / 양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