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원문 보기 [클릭]
■ 새정부 경제정책 제언 -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대통령은 경제팀이 일할 수 있게 ‘정치 外風’ 막아줘야
文정부의 시장 왜곡 시정하고 정부·시장 역할 재배분을
속히 국민연금제도개편委 구성 사회적 합의기구 띄우길
경제부총리는 국내외 경제균형 유지하는 ‘균형자’ 돼야
▲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사임당로 석오빌딩 사무실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새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에 대해 제언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인터뷰 = 조해동 경제부 부장, 정리=이정우 기자
정덕구(전 산업자원부 장관) 니어재단 이사장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가장 조심해야 할 일로 “시장에 ‘잘못된 신호(wrong signal)’ ‘뒤섞인 신호(mixed signal)’ ‘혼란스러운 신호(confusing signal)’를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 정확한 신호를 주지 못하면 위기 상황에서 엄청난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의 시장 역할 왜곡현상을 시정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가장 이상적인 역할은 경제팀이 일할 수 있도록 정치적인 외풍(外風)을 막아주는 일”이라고 밝혔다. 인터뷰는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사임당로에 있는 (재)니어재단 사무실에서 진행됐고, 17일 이메일을 통해 보완됐다. 현재의 경제 환경에 대한 정 이사장의 진단은 한마디로 “한국 경제에 다면(多面)·복합(複合)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경고였다. 그는 “전 세계가 용암처럼 들끓고 있고, 한국에 다면·복합 위기가 밀려오고 있는 상황인데도 정권 교체기의 한국 정치에는 위기의식이 별로 많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경제가 난제(難題) 앞에 서 있을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상황을 다면·복합 위기라고 진단했는데.
“오늘(16일)도 북한이 미확인 발사체를 발사한 것처럼 외교·안보 리스크(위험)가 급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러 간 긴장 관계가 고조되고 있고 러시아의 국가 부도 위험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재앙의 장기화로 인해 세계적 물류난이 심화되고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봉쇄조치로 중국 중심의 가치 사슬이 큰 내상을 입었다. 시진핑(習近平)식 경제 정책이 심리를 위축시키면서 중국 경제의 고성장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물가가 치솟으면서 저성장에 빠지는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다면·복합 위기 시에는 정책 배합에 있어 나름대로 높은 정책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가 요망된다.”
―세계적인 위기가 한국에 미칠 악영향은.
“현재의 거시경제 상황은 ‘신삼고(新三高)’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가 한국 경제의 성장과 안정을 크게 흔들고 있다. 이런 신삼고 현상이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에 있어 ‘뇌관’은 가계와 기업의 부채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고금리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가계부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커지게 되고 기업의 부채가 급팽창하는 가운데 금리 리스크도 커진다. 세계적으로 공급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이 엄청나고, 수요 확대로 인한 물가상승 압력도 가세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도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하지 않을 수 없고, 우리나라도 불가피하게 금리를 따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가 상승은 민생에 직격탄이 된다. 그리고 고금리는 투자, 소비를 감퇴시켜 저성장을 불러온다.”
―해외 상황 악화가 한국에 그렇게 심각한 영향을 끼치나.
“한국 경제는 구조적으로 해외 리스크가 국내 리스크로 쉽게 전이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세계에 거의 완전히 개방된 경제이고, 제조업 비중이 큰 경제다. 또 각종 생산 요소 대부분을 해외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외부 요인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국 경제는 유리창같이 대외 충격에 약한 것이다. 특히 한국은 가계, 기업, 정부 등 경제 주체들이 모두 고부채에 시달리고 있어 국제 경제 불안 요인의 영향을 쉽게 받을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 첫 경제팀의 당면 과제가 위기 대응이라는 뜻인가.
“차기 정부는 세계 경제의 위기감이 확산됨에 따라 한국 경제의 대외 균형이 흔들리고, 그 위험이 대내 균형에까지 전이됨에 따라 한국 경제 전반에 걸쳐 위기 요인이 커지는 상황 속에서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세계 경제는 수축기에 접어들고 국내 경제도 수요 감퇴로 크게 위축될 것이다. 그러나 국내적으로 보면, 각종 선거 공약을 이행해야 하고 6월 1일에는 지방선거까지 치러야 하기 때문에 경제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국내 문제에 더 집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우선적으로 거시경제적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코로나19 재앙의 장기화로 극도로 위축된 영세 사업자 등 국민의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 이러한 국내 정치적 수요를 충족시키다 보면 위기 대응 정책과 심각한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어디에 정책 우선순위를 둬야 하나.
“첫째, 대내·외 경제의 위험, 위기 요소를 잘 관리해 거시경제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취약 계층과 사회적 약자, 소상공인의 생계를 보호해야 한다. 둘째는 경제 생태계 전반에 걸쳐 퍼져 있는 이념 과잉의 찌꺼기(fat)를 제거해 건강하게 회생시키고 정부와 시장의 적정한 역할 분담 체계를 확립하는 등 경제 구조를 바르게 제자리에 돌려놓는 것이다. 셋째는 인구 절벽 문제, 장기 에너지 수급 문제, 국민연금 등 국가의 백년대계에 관해 미비하거나 잘못된 정책들을 바로잡고 이제 지속가능발전의 터전을 단단히 확립해야 한다. 지금 한국 경제는 멀리서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는 상황인데, 배의 안정성과 추동력이 약하고 조타수마저 방향을 확실히 잡지 못하면 위기에 희생될 수밖에 없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윤석열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경제위기 관리에 첫 번째 정책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정책의 1단계 우선순위는 대외 위기 극복에 두면서 고물가, 고금리 등 신삼고의 파장을 잘 관리해 국내 민생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리고 가계부채문제 등 경제 뇌관에 대한 위험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6·1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여소야대 국회는 경쟁적으로 경제팀의 거시경제 안정 정책보다 확대 재정 정책을 주문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새 정부 1기 경제팀은 국회와 상황 인식을 공유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이렇게 위험 요소가 커질 때 시장에 줘야 할 신호를 정확히 주지 못하고, 잘못된 신호를 주면 위기 상황에서 엄청난 부작용이 발생한다. 대통령실이 하는 말과 경제부총리가 하는 말이 다르면 시장의 큰 혼선이 생긴다. 따라서 신호 체계를 단순화해야 한다.”
―국회가 여소야대인데 성과를 낼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하고, 확고한 인식을 갖는 것이다. 야당을 만나 현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설득하는 일도 필요하다. 그것이 정치 리더십의 핵심이다. 야당을 만나 일단 이견이 없는 것은 먼저 시행하고, 이견이 있는 것에 대해서는 국민과 야당을 계속 설득해야 한다.”
―차기 정부 경제부총리의 역할은 무엇이 돼야 할까.
“경제부총리는 대외 경제와 국내 경제의 균형을 유지하는 ‘균형자’가 돼야 한다. 일단 거시경제의 균형과 안정이 회복돼야 대통령의 공약도 이행할 수 있고 다른 개혁 과제도 잘 추진할 수 있다. 또 하나, 정책은 결국 정치와 만나야만 현실이 된다. 정치권을 설득하는 능력이 긴요하다.”
―윤 당선인은 시장 경제를 강조하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는 국정에 있어 정부와 시장의 역할을 분명하게 재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시장은 스스로 역할을 하도록 허용해야 하고, 정부는 공공적 가치가 있는 부문에 주력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자주 시장을 무시하다가 시장의 반격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도 정부도 자주 실패한다. 둘은 상호보완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시장이 실패할 수도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는 시장 경제의 역사가 오래지 않고 시장 인프라가 약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시장 실패가 자주 발생한다. 따라서 시장 내부의 구조 개혁이 선행돼야 진정한 의미의 시장 중심 경제가 가능하다. 시장 경제를 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풀되 공정거래 관행을 확실히 정착시켜야 한다. 창조적 소수의 행위 규제를 최대한 없애되 성과에 대한 세금을 많이 내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거둔 세금으로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다만, 반드시 유념해야 할 점은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정치가 비창조적 다수의 표를 노리고 사회 안전망 정책을 정치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는 표를 의식하는 정치가 사회 안전망 강화에 개입하면서 ‘현금 복지’가 너무 많이 늘었다.”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해 할 일은.
“기초 체력인 잠재성장률(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높이는 것이다. 최근 한국 경제는 위기를 맞으면 다른 나라보다 성장률이 더 떨어지고, 회복기에는 성장률이 다른 나라보다 낮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근본 원인은 잠재성장률이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의 한계 효율, 노동의 한계 생산성, 요소 생산성 등 3가지 생산성을 높이는 것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 각종 규제와 고임금, 공공부문의 비대화와 저(低)생산성 그리고 이념 과잉적 재정 정책 등 정치 리스크 때문에 경제 내부에 기름(fat)이 많이 끼게 되는데 이를 제거하는 일이 급선무다. 이제부터 한국 경제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Back to the Basic).”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위한 구체적 조언을 주신다면.
“우선 에너지 분야에서 ‘장기에너지수급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한다. 에너지 믹스(mix·혼합)의 기본 방향은 현실을 바탕으로 생산성과 효율을 중심으로 짜야지, 이념과 가치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탈원전 정책은 긴 안목 없이 특정 이념에 편향돼 급조해 실패한 정책이다. 탄소 제로(zero) 전략도 현실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 인구 절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투입한 예산과 정책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연금 개혁을 해야 한다. 당장 국민연금제도개편위원회를 만들어 사회적 합의 기구를 출범시켜야 한다.”
기사 원문 보기 [클릭]
■ 새정부 경제정책 제언 -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사임당로 석오빌딩 사무실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새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에 대해 제언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인터뷰 = 조해동 경제부 부장, 정리=이정우 기자
정덕구(전 산업자원부 장관) 니어재단 이사장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가장 조심해야 할 일로 “시장에 ‘잘못된 신호(wrong signal)’ ‘뒤섞인 신호(mixed signal)’ ‘혼란스러운 신호(confusing signal)’를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 정확한 신호를 주지 못하면 위기 상황에서 엄청난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의 시장 역할 왜곡현상을 시정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가장 이상적인 역할은 경제팀이 일할 수 있도록 정치적인 외풍(外風)을 막아주는 일”이라고 밝혔다. 인터뷰는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사임당로에 있는 (재)니어재단 사무실에서 진행됐고, 17일 이메일을 통해 보완됐다. 현재의 경제 환경에 대한 정 이사장의 진단은 한마디로 “한국 경제에 다면(多面)·복합(複合)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경고였다. 그는 “전 세계가 용암처럼 들끓고 있고, 한국에 다면·복합 위기가 밀려오고 있는 상황인데도 정권 교체기의 한국 정치에는 위기의식이 별로 많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경제가 난제(難題) 앞에 서 있을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상황을 다면·복합 위기라고 진단했는데.
“오늘(16일)도 북한이 미확인 발사체를 발사한 것처럼 외교·안보 리스크(위험)가 급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러 간 긴장 관계가 고조되고 있고 러시아의 국가 부도 위험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재앙의 장기화로 인해 세계적 물류난이 심화되고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봉쇄조치로 중국 중심의 가치 사슬이 큰 내상을 입었다. 시진핑(習近平)식 경제 정책이 심리를 위축시키면서 중국 경제의 고성장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물가가 치솟으면서 저성장에 빠지는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다면·복합 위기 시에는 정책 배합에 있어 나름대로 높은 정책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가 요망된다.”
―세계적인 위기가 한국에 미칠 악영향은.
“현재의 거시경제 상황은 ‘신삼고(新三高)’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가 한국 경제의 성장과 안정을 크게 흔들고 있다. 이런 신삼고 현상이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에 있어 ‘뇌관’은 가계와 기업의 부채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고금리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가계부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커지게 되고 기업의 부채가 급팽창하는 가운데 금리 리스크도 커진다. 세계적으로 공급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이 엄청나고, 수요 확대로 인한 물가상승 압력도 가세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도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하지 않을 수 없고, 우리나라도 불가피하게 금리를 따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가 상승은 민생에 직격탄이 된다. 그리고 고금리는 투자, 소비를 감퇴시켜 저성장을 불러온다.”
―해외 상황 악화가 한국에 그렇게 심각한 영향을 끼치나.
“한국 경제는 구조적으로 해외 리스크가 국내 리스크로 쉽게 전이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세계에 거의 완전히 개방된 경제이고, 제조업 비중이 큰 경제다. 또 각종 생산 요소 대부분을 해외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외부 요인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국 경제는 유리창같이 대외 충격에 약한 것이다. 특히 한국은 가계, 기업, 정부 등 경제 주체들이 모두 고부채에 시달리고 있어 국제 경제 불안 요인의 영향을 쉽게 받을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 첫 경제팀의 당면 과제가 위기 대응이라는 뜻인가.
“차기 정부는 세계 경제의 위기감이 확산됨에 따라 한국 경제의 대외 균형이 흔들리고, 그 위험이 대내 균형에까지 전이됨에 따라 한국 경제 전반에 걸쳐 위기 요인이 커지는 상황 속에서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세계 경제는 수축기에 접어들고 국내 경제도 수요 감퇴로 크게 위축될 것이다. 그러나 국내적으로 보면, 각종 선거 공약을 이행해야 하고 6월 1일에는 지방선거까지 치러야 하기 때문에 경제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국내 문제에 더 집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우선적으로 거시경제적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코로나19 재앙의 장기화로 극도로 위축된 영세 사업자 등 국민의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 이러한 국내 정치적 수요를 충족시키다 보면 위기 대응 정책과 심각한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어디에 정책 우선순위를 둬야 하나.
“첫째, 대내·외 경제의 위험, 위기 요소를 잘 관리해 거시경제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취약 계층과 사회적 약자, 소상공인의 생계를 보호해야 한다. 둘째는 경제 생태계 전반에 걸쳐 퍼져 있는 이념 과잉의 찌꺼기(fat)를 제거해 건강하게 회생시키고 정부와 시장의 적정한 역할 분담 체계를 확립하는 등 경제 구조를 바르게 제자리에 돌려놓는 것이다. 셋째는 인구 절벽 문제, 장기 에너지 수급 문제, 국민연금 등 국가의 백년대계에 관해 미비하거나 잘못된 정책들을 바로잡고 이제 지속가능발전의 터전을 단단히 확립해야 한다. 지금 한국 경제는 멀리서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는 상황인데, 배의 안정성과 추동력이 약하고 조타수마저 방향을 확실히 잡지 못하면 위기에 희생될 수밖에 없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윤석열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경제위기 관리에 첫 번째 정책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정책의 1단계 우선순위는 대외 위기 극복에 두면서 고물가, 고금리 등 신삼고의 파장을 잘 관리해 국내 민생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리고 가계부채문제 등 경제 뇌관에 대한 위험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6·1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여소야대 국회는 경쟁적으로 경제팀의 거시경제 안정 정책보다 확대 재정 정책을 주문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새 정부 1기 경제팀은 국회와 상황 인식을 공유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이렇게 위험 요소가 커질 때 시장에 줘야 할 신호를 정확히 주지 못하고, 잘못된 신호를 주면 위기 상황에서 엄청난 부작용이 발생한다. 대통령실이 하는 말과 경제부총리가 하는 말이 다르면 시장의 큰 혼선이 생긴다. 따라서 신호 체계를 단순화해야 한다.”
―국회가 여소야대인데 성과를 낼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하고, 확고한 인식을 갖는 것이다. 야당을 만나 현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설득하는 일도 필요하다. 그것이 정치 리더십의 핵심이다. 야당을 만나 일단 이견이 없는 것은 먼저 시행하고, 이견이 있는 것에 대해서는 국민과 야당을 계속 설득해야 한다.”
―차기 정부 경제부총리의 역할은 무엇이 돼야 할까.
“경제부총리는 대외 경제와 국내 경제의 균형을 유지하는 ‘균형자’가 돼야 한다. 일단 거시경제의 균형과 안정이 회복돼야 대통령의 공약도 이행할 수 있고 다른 개혁 과제도 잘 추진할 수 있다. 또 하나, 정책은 결국 정치와 만나야만 현실이 된다. 정치권을 설득하는 능력이 긴요하다.”
―윤 당선인은 시장 경제를 강조하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는 국정에 있어 정부와 시장의 역할을 분명하게 재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시장은 스스로 역할을 하도록 허용해야 하고, 정부는 공공적 가치가 있는 부문에 주력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자주 시장을 무시하다가 시장의 반격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도 정부도 자주 실패한다. 둘은 상호보완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시장이 실패할 수도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는 시장 경제의 역사가 오래지 않고 시장 인프라가 약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시장 실패가 자주 발생한다. 따라서 시장 내부의 구조 개혁이 선행돼야 진정한 의미의 시장 중심 경제가 가능하다. 시장 경제를 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풀되 공정거래 관행을 확실히 정착시켜야 한다. 창조적 소수의 행위 규제를 최대한 없애되 성과에 대한 세금을 많이 내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거둔 세금으로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다만, 반드시 유념해야 할 점은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정치가 비창조적 다수의 표를 노리고 사회 안전망 정책을 정치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는 표를 의식하는 정치가 사회 안전망 강화에 개입하면서 ‘현금 복지’가 너무 많이 늘었다.”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해 할 일은.
“기초 체력인 잠재성장률(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높이는 것이다. 최근 한국 경제는 위기를 맞으면 다른 나라보다 성장률이 더 떨어지고, 회복기에는 성장률이 다른 나라보다 낮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근본 원인은 잠재성장률이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의 한계 효율, 노동의 한계 생산성, 요소 생산성 등 3가지 생산성을 높이는 것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 각종 규제와 고임금, 공공부문의 비대화와 저(低)생산성 그리고 이념 과잉적 재정 정책 등 정치 리스크 때문에 경제 내부에 기름(fat)이 많이 끼게 되는데 이를 제거하는 일이 급선무다. 이제부터 한국 경제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Back to the Basic).”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위한 구체적 조언을 주신다면.
“우선 에너지 분야에서 ‘장기에너지수급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한다. 에너지 믹스(mix·혼합)의 기본 방향은 현실을 바탕으로 생산성과 효율을 중심으로 짜야지, 이념과 가치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탈원전 정책은 긴 안목 없이 특정 이념에 편향돼 급조해 실패한 정책이다. 탄소 제로(zero) 전략도 현실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 인구 절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투입한 예산과 정책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연금 개혁을 해야 한다. 당장 국민연금제도개편위원회를 만들어 사회적 합의 기구를 출범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