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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덕구 “中, 강성·민족주의로 회귀…‘강압외교’에 ‘자강외교’ 맞서야” (문화일보 2021/9/2)

 정덕구 “中, 강성·민족주의로 회귀…‘강압외교’에 ‘자강외교’ 맞서야” (문화일보 2021/9/2)


▲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이 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니어재단 사무실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확장 정책에 대응해 한국이 취해야 할 극중(克中) 비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 ‘克中’ 비책을 세워라 - 문화일보·니어재단 공동기획

④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인터뷰 <끝>

中, 韓이 美·中 사이 있길 바라
韓, 한반도 평화 집착하다 보니
中 강압적 외교에 지나친 두려움

中의 실체·본심 그대로 직시하고
스스로 주권·생존권 지켜 나가야

‘늙은사자’ 美가 ‘들소’ 中 물어
무너뜨릴순 없지만 숨통죈 형국
中 앞에 서있는 韓 ‘역공’ 위험

‘한미동맹’에 한발 확실히 딛고
中과 ‘이익의 교집합’ 찾아야

“중국에 대한 공포와 환상은 버려야 합니다. 오히려 중국으로 하여금 ‘한국이 없으면 안 된다’는 두려움을 갖게 해야 합니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1일 서울 강남구 니어재단에서 문화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시대 중국의 실체와 본심을 있는 그대로 직시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이사장은 향후 한·중 관계 지향점을 다룬 ‘극중지계’를 발간했다. 그는 “미·중 충돌 과정에서 중국은 한국이 지나치게 미국 동맹 체제에 밀착하는 것을 막고 미·중 사이의 중간지대 어느 곳에 묶어놓고 싶을 것”이라면서 “한국은 한반도 평화에 집착하다 보니 중국의 강압과 친북적인 태도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극중지계는 3악장까지만 쓴 미완성 교향곡”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논쟁거리를 만들어 토론을 유도하고 싶었다”고도 했다. 다음은 정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지금 ‘시진핑의 중국’은 한국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나.

“미·중 충돌 과정에서 한국이 지나치게 미국 동맹 체제에 밀착하는 것을 막고 미·중 사이의 중간지대 어느 곳에 묶어놓고 싶을 것이다. 미국이 시도하는 글로벌 밸류체인(GVC) 재조정 과정에서 중국이 포위 또는 고립되지 않기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을 어느 정도는 끌어안고 있어야 할 현실적 필요성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시진핑이 국내 정치를 하는 데 있어 한국의 존재는 눈엣가시일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서구문화를 동양문화에 접목해서 성공한 K-컬처(K-Culture) 등이 시진핑의 중국식 사회주의, 중화민족주의의 길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중국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나.

“중국과 한국은 뜻이 다른 나라이고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가 다르며, 뜻을 실현하는 방법론에 있어서도 큰 차이가 난다. 그래도 서로 나눌 이익의 교집합이 큰 나라이고 지정학·지경학적 위험을 함께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중국은 지난 40년 가까이 끊임없이 해양국가를 지향했고 소프트 파워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공산당 체제는 연성화 과정을 거치며 우리와의 가치, 정체성의 거리도 좁히는 듯한 인상을 줬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다시 옛날로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전 세계가 중국에 대해 오판했다는 자각 속에 새로운 대중국 전략에 부심하고 있다. 나는 중국이 변심한 애인이 아니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가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오판에서 시작된 것으로 순진하며 목가적이다.”

―한국의 대중국 전략은 어떻게 수정돼야 하나.

“중국의 실체와 본심을 있는 그대로 직시해야 한다. 옛날같이 중국을 얼싸안으면 새롭게 돋아난 강한 가시에 찔릴 수도 있다. 중국은 지난 세기말의 그 중국이 아니다. 이제 중국 특유의 대륙외교, 전랑외교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야 한다. 그들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버려야 한다. 오랫동안 미국에 대한 편승외교에 익숙했던 한국외교는 중국식 강압외교 앞에서 지나치게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제 한국의 주권, 생존권을 지키는 것이 외교의 기본이 돼야 하고,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것이 또 하나의 목표다. 미·중 사이에서 한 발을 미국의 동맹 체제에 확실히 담그고 중국과의 새로운 공존의 틀을 찾아야 한다. 중국과 적국이 되지 않으면서도 그들을 가상의 적으로 보고 대응태세를 강화하며 서로에게 필요한 나라가 돼야 한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통해서도 확인됐듯이 스스로 지키는 국가가 돼야 한다는 의미의 ‘자강론’이 화두다. 이런 시각에서 중국을 바라본다면.

“중국이 시진핑 시대에 들어오면서 중국 내에 중화민족주의가 발동했다. ‘왜 우리가 미국에 벌벌 떨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중국에서 중화민족주의는 하나의 국시다. 시진핑식 중국 특색 사회주의. 이것이 하나의 정치체제다. 중국은 소아적 대국이라고 본다. 맘에 들지 않으면 반사적으로 예민하게 대응한다. 예전에 중국이 미국의 동맹 체제에 대해 묵인할 때는 주한미군이나 한·미 동맹에 대해 너그러웠다. 그러나 지금은 미·중이 충돌하고 있고 주한미군이 턱밑에 있으며 한·미 동맹, 특히 한·미·일 3국이 뭉치면 큰 파워가 되다 보니 중국은 한국을 예리하게 주시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을 추격할 만큼 추격했고 더 이상 한국에 신세 질 게 별로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당장 한국을 버릴 나라로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10년, 20년 후에도 이런 상황이 유지될 것이란 보장은 없다. 미·중 충돌이 거셀수록 미·중 사이에서 지불해야 하는 선택비용, 경사비용, 편승비용이 커졌다. 어느 한쪽 편을 들면 반대쪽에서 엄청난 보복이 들어올 것이다.”

―중국의 ‘시진핑 체제’가 얼마나 오래갈까.

“시 주석이 2023년에 3연임을 하면서 누구를 총리 자리에 앉힐지 주목된다. 아주 젊은 총리를 앉혀 놓으면 스스로 장기집권하겠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 이번에 아프간에서 미군이 철군하는 모습은 중국이 국민에게 선전하는 최고의 재료가 됐다. 젊은 사람들의 열광을 받으면서 대미 결사항전 모드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진핑은 3연임하는 내내 미국의 공격을 받을 것이다. 미·중 충돌은 늙은 사자가 들소를 잡은 것과 같다. 미국이라는 그 늙은 사자가 중국이라는 들소를 혼자서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는 힘은 없다고 본다. 할 수 없이 숨통만 죄고 가만히 있으면서 젊은 사자 가족이 협력하기를 기다린다. 우리는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중국 앞에 서서 주위를 살피고 있다. 다만 중국의 역공 가능성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내년 3월 한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얼마 전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가 ‘한·중 관계는 한·미 관계의 부속품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국내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중국의 내정간섭’이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는데 이 발언을 어떻게 봤나.

“한국의 정치인, 기업인, 지식인들 중 일부가 중국의 공공외교에 길들여졌다는 우려가 있다. 주한 중국대사가 공공외교, 더 나아가 샤프 파워(Sharp power·비밀스럽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의 첨병 노릇을 하고 있다. 한국의 중국 경사론을 견인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그 결과, 많은 이가 한국을 보는 중국의 본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외교의 한국 길들이기와 한국의 중국에 대한 환상, 공포심이 주한 중국 대사의 활동범위를 확장해 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중국의 시진핑식 생존 모형에 대해 적응력을 길러야 한다. 그들의 행동 규범, 난해한 언어, 이중성 등을 잘 읽어야 한다. 아직도 덩샤오핑(鄧小平) 때 중국의 연장선상에서 보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환상이 많다. 오늘날 미국은 위기의식에, 중국은 기회의식에, 한국은 무의식에 빠져 있다. 결국은 자강해야 하는데 우선 외교적 측면에서는 편승외교에서 자강외교로 바뀌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 혼자 중국을 제어할 능력은 없다. 자유세계와의 연합과 동맹을 전제로 한 자강외교를 해야 한다. 자강론 핵심 요소 중의 큰 부분은 경제력, 국방력, 외교력을 격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중국에 대해 도덕적, 윤리적 우월성을 확보해야 한다. 중국에 국력은 뒤지더라도 국격은 더 높은 우량국가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