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AR Policy Brief

미-중 경쟁Vol 10. 미중 전략경쟁 하 산업 및 기술정책 동향과 대응방향(김흥종 KIEP 원장)

NEAR Policy Brief Series 는 국제 사회 내에서 수 없이 제기되고 있는 새로운 정책 이슈를 다룹니다.  핵심 정책 현안을 선정하여 그 분야 최고 전문가들의 분석과 정책 제언을 듣고자합니다.격류를 타고 가는 시대 흐름을 올바로 적시에 파악하는데 다소마나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발행 일시 : 2023년 9월

발행 기관 : NEAR 재단

집필 제목 : 미중 전략경쟁 하 산업 및 기술정책 동향과 대응방향

집필 정보 : 김흥종 (고려대학교 특임교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2020~23)

요약문: 미중 간 전략경쟁은 코로나19와 전쟁의 와중에서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갈등의 접점도 관세전쟁에서 수출통제 및 투자심사제도 강화, 수입통제 및 금융제재에 이르기까지 확대되고 있으며, 양자 간 갈등은 동맹간 대치로 진화하고 있다. 그 결과 세계경제는 세계화가 지체되는 가운데 첨단전략산업에서 공급망 단절이 가시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각국은 산업 및 기술정책, 유사국과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자강과 협력을 기반으로 산업정책과 기술개발 및 기술안보정책을 더욱 강화하고 양자, 삼자 및 소다자 협력을 더욱 활성화하며, 국가별로 분야별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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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종 (고려대학교 특임교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2020~23) 


I.선명해지는 경쟁과 대립 구도

최근 세계 경제는 국가 간 갈등의 증폭과 공급망 불안 그리고 불확실성과 위험의 증가로, 마치 안개 속에서 둔탁한 소음을 내며 힘겹게 나아가는 수레와도 같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러한 양상을 더욱 가속화시켰지만, 그 불안과 긴장의 배경에는 미중간의 전략 경쟁으로 인한 국제경제 질서의 난맥상이 도사리고 있다. 트럼프행정부에서 관세전쟁으로 표면화 된 미중간의 갈등은 바이든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완화되기는커녕 더욱 심화, 확산해 왔다. 모름지기 갈등의 단면이 관세분야에서 수출, 수입, 투자 그리고 금융부문에 이르기까지 확대 되었고, 양자 간 대치가 동맹간 대결로 진화했다.

2021년 새 정부가 들어선 후, 일련의 공급망 조사와 첨단전략산업의 현 단계 상황을 면밀히 분석한 바이든행정부는 트럼프정부에서 단행된 화웨이 제재를 넘어서 수출통제와 외국인 투자 심사 제도를 더욱 강화하고, 수입통제와 금융제재를 더하여 다양한 대중국 압박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리고 이 전략의 궁극적 목적은 중국을 억누르는 것을 넘어서 미래 첨단 전략 산업의 미국으로의 회귀이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분야, 즉 전통적 안보영역이외에도 반도체 등 첨단 핵심산업에서 동맹과의 공조를 더욱 강화하고 있으며, EU와 추진하는 무역기술위원회(TTC: Trade and Technology Council)와 한국을 포함한 인도태평양국가들과 진행하고 있는 인도 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를 양 날개로 하여 양 지역에서 노동, 환경, 디지털무역, 공급망, 표준, 녹색전환, 조세와 반부패 등 광범위한 관심사를 조율하고 있다.

이외에도 미주경제번영파트너십(APEP: Americas Partnership for Economic Prosperity)을 통하여 중남미 국가들로 영향력을 확산하고, G7, 나토(NATO), 쿼드 (QUAD), 오커스(AUKUS), 칩4동맹 (Chip4 Alliance) 등 소다자 협력 이니셔티브를 강화 하는 등 그야말로 전방위적인 국제 공조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항하여 중국은 자체적으로 공급망을 내부화하여 경제안보를 확보하는 쌍순환 전략으로 대응 하고 있으며, 브릭스 국가들은 2023년 8월 남아공에서 개최된 정상회담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레이트, 아르 헨티나, 이집트, 에티오피아 6개국을 새로운 회원국으로 맞아들이는 브릭스 확대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상하이협력기구 (SCO)의 정례 회의도 9월에 개최될 예정이다. 이러한 대항적 이니셔티브에서 인도 등 다른 목소리를 내는 나라들이 없지는 않지만 미국 중심과 중국 중심의 그룹 간 경쟁과 대립구도가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다.


II. 미국과 중국의 주요 전략

2022년 5월에 발표된 미 국무성 문건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 정책기조는 중국의 붕괴가 아니라 평화 공존 속에서 미국의 우위를 유지 하기 위한 정책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기본적 으로 미중 경쟁은 장기화, 첨예화 될 것으로 전제하고, 중국의 변화를 유도했던 과거 전략을 버리고, 보다 현실 주의적 접근방법으로 중국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고 한다. 바이든정부의 대중정책 키워드는 3C로 요약되는데 그것은 협력(Cooperation), 경쟁 (Competition), 그리고 대치 (Confrontation) 라고 보았다. 대응 수단으로는 Invest, Align, Compete를 꼽고 있다.

중국과의 기술경쟁과 관련해서 설리번 국가 안보보좌관은 2022년 9월 기술독트린을 발표하면서 컴퓨터, 바이오, 친환경기술 등 특정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것이 미국 국가 안보의 과제이며, 전략 으로는 중국과의 격차를 최대한 확대하고, 방법으로는 수출 통제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3년 3월 30일 우어술라 폰더라이언 (Ursula von der Leyen) EU 집행위원장은 브뤼셀 연구 기관 초청연설에서 EU-중국관계는 디커플링(decoupling) 이라기보다는 경제적 디리스킹 전략 (economic de-risking strategy)으로 표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주장은 양 지역 간의 대치 상황을 완화 하려는 EU의 의도로 종종 잘못 해석되곤 하지만, 사실은 현재 EU와 중국 간의 경제 관계를 정확히 묘사하는 표현이다. 4월 27일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브루킹스 연구소 연설에서 미국도 EU집행 위원장이 언급한 대로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과 다변화를 추구해 왔다고 화답했다. 그리고 원천기술을 보호함에 있어 좁은 분야에서 높은 울타리를 치는(a small yard and high fence)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밝힘으로써 미국과 EU의 관점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확인하였다.

설리번 보좌관의 발언에서 유추할 수 있는 중요한 시사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미국과 중국, EU와 중국의 관계는 모든 분야에서 분리되는 디커플링이 아니라 일부 첨단전략자산에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다변화와 디린킹(de-linking), 즉 리스크 회피전략(디리스킹)이 정확한 표현이라는 점이다. 둘째, 미국은 EU와의 공조를 매우 중시하고 있음이 확실하다.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과 EU의 대중국 접근법이 큰 틀에서 다르지 않음을 강조했다. 셋째, 미국도 사실상 디리스킹 전략을 구사해 온 것이라는 표현은 지금까지 미국이 추구해 온 대중국 압박전략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한다. 즉, 방향 이나 구체적 전략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블링컨 국무장관은 2023년 6월 25일 인터뷰에서 “중국과 관련해서 말하자면 우리는 계속 그들이 좋아하지 않을 말과 행동을 할 것이고 그들도 그럴 것임이 명확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미국의 압박전략에 맞서 중국도 자립자강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도 미국과 EU같이 디리스킹의 기조 하에서 가능한 외부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역량을 강화하는 자립자강식 대응에 나서고 있으며, 이것을 또 다른 대장정으로 보고 장기적 대응전략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핵심역량을 강화함으로써 기술적 자립자강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예컨대 R&D 지출을 2025년까지 매년 7%씩 증액하여 혁신형 국가를 달성하고자 한다. 또 다른 매우 흥미로운 중국의 전략은 비대칭적 디커플링(asymmetric decoupling) 전략이다. 이는 중국의 對세계 의존도는 가급적 줄이는 반면, 세계의 對중국 의존도는 높이는 전략이다. 이를 통하여 외국이 공급 을 중단하는 위험에 대하여 강도 높은 반격과 억지능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필자는 2022년 4월 이래 미국과 유럽에 각각 4번과 5번, G20 주최국인 인도에 4번, 그리고 제로 코로나로 올해 초까지 막혀있었던 중국에 2번, 전쟁 중인 러시아에 한번 방문하여 주요 정책 결정자와 전문가들을 만나 의견을 교환해 왔다. 그 결과, 국가 간 전략경쟁은 향후 10년 이상 지속될, 장기적이고 한층 치열한 경쟁으로서 갈수록 강경해질 것이라는 점과, 국가 간 이합집산과 그루핑은 계속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III. 세계 경제의 블록화 심화

2005년 토마스 프리드만(Thomas Friedman)이 ‘세계는 평평하다’ 책을 통해서 1990년 전후에 시작된 새로운 세계화의 흐름을 설명한 바 있다. 책이 출간된 지 아직 20년도 지나지 않았으나 먼 옛날 얘기 같이 들린다. 세계화의 흐름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이후 중대한 변화를 맞이하였고, 미중 전략 경쟁이 표면화되고 나서는 완전히 다른 세계로 바뀌게 되었다. 그런데, 경제의 블록화는 적어도 지수 상으로는 뚜렷이 드러나지 않는다. 국가 간 교역의 증가는 둔화되고 있으나, 예컨대 2022년 미국과 중국은 사상 최대의 교역규모를 달성했다. 하지만 수출통제와 외국인투자 심사제도의 활성화로 인한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공급망 분리는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수 상으로 뚜렷이 나타나는 것은 세계 GDP 증가율에 비해서 교역 증가율이 더 낮은 경우가 많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과거 세계화 시기에는 통상적으로 세계 교역증가율이 GDP 증가율의 두 배가 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각 국들이 경제성장을 교역을 통해서 달성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글로벌 가치사슬의 확산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던 시기이기도 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나타난 현상은 경제 성장률보다 교역증가율이 더 낮은 경우가 흔히 일어난다는 것이다. 최근 년도만 보아도 2019년 이후 2021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교역증가율이 경제성장률보다 낮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를 폴 안트라스 하바드대 교수는 느린 세계화 또는 세계화의 둔화 (slobalization)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對미국 투자와 對중국 투자를 비교해 보면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의 블록화에 대비하고 있음이 나타난다. 2010년 이후 한국기업의 對중투자 와 對미투자를 비교해 보면, 2010년 경 양자가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그 이후 對미투자는 對중투자의 두 배 이상 크게 늘어났다. 흥미로운 것은 對중투자가 감소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對중투자가 횡보하고 있는 것은 중국 시장의 매력으로 인하여 일단 두고 보자(wait and see)는 심리가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對미투자는 크게 증가하여 2022년의 경우 우리의 對미투자는 전체 투자의 35.9%에 달하는 반면, 對중투자는 10%에 머물고 있다. 교역이 많은 경우 투자를 따라가고 있기 때문에, 주지하다시피 우리의 對미 및 對중 교역에서도 최근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블록화의 장기적 파급효과는 상당히 우려스럽다. IMF의 보고서에 따르면, 블록화는 교역이 완전히 분절 하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글로벌 총 GDP의 6.9% 감소를 가져 올 수 있고, 기술에서 디커플링이 철저히 진행되면 개별 국가의 GDP가 최대 12%의 감소할 수도 있다. 공급망과 기술의 블록화는 세계 경제를 재앙으로 몰고 갈 수도 있는 원인이 될 것이다.


IV. 주요국의 산업정책과 우리의 대응방향

지난 30년 동안 전 세계의 정책불확실성을 추정해 보면 몇 차례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시기가 있었다. 예컨대 아시아외환위기(1998), 9.11(2001), 테러와의 전쟁(2003), 글로벌 경제위기 (2008), 유로존위기((2012~15), 트럼프집권(2017), 미중 갈등(2019), 미중 갈등+ 코로나19 (2020),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2022)이 정책 불확실성을 높인 주요 사건들이다. 일련의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최근에 와서는 여러가지 부정적인 사건의 연속으로 불확실성의 강도가 매우 높은 수준으로 올라갔고, 또 높은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 에서 주요국의 대응은 크게 보아 자강과 협력으로 대별되는데, 자강에서는 정부주도의 산업정책과 기술정책을 강화하는 것이고, 협력에서는 신뢰할 수 있는 동맹과 파트너와 협력을 강화하는 전략 이다. 각국은 이러한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들은 각각 문제를 갖고 있는데 자강전략은 보조금 전쟁과 기술경쟁을 심화시키는 부작용이 있으며, 협력전략은 무역과 기술의 블록화를 가져 옴을 잊어서는 안된다.

미국의 경우 가장 대표적인 자강 정책으로는 인프라 투자와 일자리법(Infrastructure Investment and Jobs Act), 반도체법(CHIPS and Science Act), 그리고 인플레이션 감축법 (Inflation Reduction Act) 이다. 협력정책으로는 서두에서  본 국제공조정책 이외에도 광물안보 파트너십 (MSP: Mineral Security Partnership), 미-대만 기술무역 투자협력 (US-Taiwan TTIC: Technology, Trade and Investment Collaboration Framework),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응하는 글로벌 인프라 투자 파트너십(PGII: Partnership for Global Infrastructure and Investment) 그리고 여러 층위의 한미일 협력정책이 있다.

EU의 경우에도 수많은 정책이 있는데 자강정책만을 소개하자면, EU반도체법(EU CHIPS Act), EU 그린딜 산업계획(EU Green Deal Industrial Plan), 핵심희귀광물법 (Critical Raw Materials Act), EU투자 계획 (InvestEU), EU에너지계획(REPowerEU) 등 수많은 자강정책이 있다. 일본의 경우에도 경제안전 보장법의 기반위에 산업정책의 신기축이라는 자강정책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경제안보 대응방향은 어떠해야 할 것인가. 우선, 앞선 분류와 같이 자강과 협력, 두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먼저, 자강정책으로는 산업과 기술 두 분야 에서 국가전략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가 잘 하는 첨단 전략산업 제조 역량의 강화와 R&D의 상업화 활성화전략이 포함된다. 기술정책으로는 국가 전략기술의 개발과 보호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R&D 강화와 함께 수출통제, 외국인투자심사 강화 그리고 사이버안보와 같은 기술 안보 분야에 대한 조치를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협력 분야 에서는 민관협력을 활성화하고, 국가별 양자협력정책을 강화 하는데 여기에는 디지털, 그린, 노동, 환경 등 신통상의제를 담은 FTA 개정 및 시장 개방을 전제하지 않는 경제동반자협정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소다자협력으로 한미일 협력, IPEF, 한미호 협력, QUAD+ 등 다양한 협의체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CPTPP 가입 검토와 WTO, RCEP 등에서 적극적인 활동이 지속되어야 한다.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