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일시 : 2024년 3월
발행 기관 : NEAR 재단
집필 제목 : 인도의 부상과 한국의 인태 전략
집필 정보 : 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 김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인도남아시아 팀장, 최윤정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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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부상과 한국의 인태 전략
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
1. 인도 국내정치: 힌두 민족주의의 팽배와 모디 총리 장기 집권체제 구축
2024년 4-5월 기간 예정된 인도 총선(Lok Sabha election)에서 집권 여당인 인도인민당(Bharatiya Janata Party, BJP)의 승리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현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의 2024년 재집권이 확실시 된다. 약 6억명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하는 총선에서 BJP가 승리한다면, 모디 총리는 2014년 취임 이후 3 연임에 성공함으로써 15년 (2014-2029) 장기 집권체제에 돌입하게 된다.
인도 최대 야당인 인도국민회의당(Indian National Congress)을 이끌고 있는 라훌 간디(Rahul Ghandi) 등 야당 지도자들은 모디 집권 이후 무슬림 정책과 차별적 조치의 도입, 배타적 힌두 민족주의 정서의 확산 및 반정부 언론에 대한 탄압 등 모디 정부의 철권통치를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이 최소한 인도내 에서는 정치적 반향이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BJP가 2014년 집권한 이후 인도 내에서는 힌두 민족주의 정서가 팽배하고 타 종교를 포용하는 사회적 관용이 지속적으로 약화되어 왔다. 특히, 모다 정부는 소수 무슬림에 대한 차별을 강화하는 법안과 정책을 도입해 왔다. 인도 전체 인구의 14%를 차지하는 소수 무슬림에 대한 이러한 차별이 강화된 가장 큰 이유는 집권 여당인 BJP가 강력한 힌두 민족주의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BJP는 인도를 힌두 민족주의 국가로 개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극우 힌두 민족주의 정치조직인 RSS(Rashtriya Swayamsevak Sangh)에 뿌리를 두고 있는 정당이다. 2024년 총선에서 BJP가 재집권에 성공한다면, 향후 인도 국내정치에서 RSS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되고 인도 국내정치에서 배타적인 힌두 민족주의 경향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모디 정부에 대한 이러한 “선거 권위주의(electoral autocracy)” 비판에도 불구하고 2024년 총선에서 야당 연합이 집권 BJP를 누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도 모디 총리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기가 매우 높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인도 국민의 78%가 모디 총리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모디 총리는 소수 무슬림에 대한 차별적 조치로 비판받고 있지만, 그의 강력한 힌두 민족주의 기조는 오히려 그의 높은 국내 정치적 지지 기반이 되고 있다.
모디 총리의 건실한 경제적 성적도 광범위한 국민적 지지의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는데, 이는 그의 재집권 가도에도 매우 중요한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로 2014년 모디 총리 취임 당시 세계 10위권에 머물렀던 인도의 국가 총 GDP는 2023년 3.8조 달러에 육박함으로써 영국을 제치고 세계 5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인도 경제는 모디 총리 집권 이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 왔는 바, S&P Global은 향후에도 연 6-7% 이상의 견조한 경제성장을 지속하여 2030년에는 세계 3위의 경제대국으로 등극할 것으로 전망한다.
2. 모디 총리의 전방위 외교: 인도는 강대국 부상 중?!
인도는 모디 총리의 강력한 정치적 지도력을 바탕으로 최근 수년간 자이샨카르 (S. Jaishankar) 외교장관의 주도하에 적극적인 ‘독자외교 노선’을 적극 추구해 왔다. 자이샨카르 장관은 2023년 11월 이코노미스트(Economist) 특별기고를 통해 인도는 다른 강대국들과는 차별화되는 독자적 역할과 기여를 통해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특히 그는 인도가 향후에도 유연한 자세로 특정 진영과 국가를 가리지 않는 “다차원 외교(multi-vector diplomacy)”를 추진겠다고 강조했다. 집권 3기에 접어든 인도 모디 정부는 미국,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글로벌 강대국으로 부상한다는 상당히 야심적인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모디 총리는 지난 2023년 8월 연설에서 독립 100주년을 맞는 2047년에 인도는 선진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외교적으로도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계속 견지하겠다고 강조했다.
모디 총리 하 인도는 미중경쟁의 국제정치 상황을 전략적으로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국가로 평가된다. 인도의 “다자연계(multi-alignment) 또는 전방위 외교(all-alignment)” 노선은 미중 전략경쟁이 본격화된 이후 미국 등과의 협력강화를 통한 친 서방노선을 견지하면서도 러시아와 전통적 우호관계 유지 및 다수의 비동맹 및 개도국들과의 유대관계를 통해 외교적 위상을 제고하고 전략적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특히, 인도는 2023년 G20 의장국으로서 다수의 개도국을 초청하여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개도국의 대변자이자 리더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고 국제적 영향력을 대폭 확대했다.
특히 인도는 쿼드(Quad)를 매개로 한 미국, 일본, 호주 등 서방국가들과의 경제기술 및 외교안보적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하고 있다. 2023년 6월 바이든 대통령의 환대 속에서 미국을 국빈방문 한 모디 총리는 첨단 기술분야의 미국 기업들의 대규모 인도 투자 유치, 미국과 핵심 신흥기술 분야 전략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이니셔티브 (iCET, initiative on Critical and Emerging Technology) 추진 및 방산 및 군사안보 분야의 협력 강화 등에 합의한 바 있다.[1]
3. 현재 인도의 최대 외교안보 위협은 중국(India’s China Challenge)
인도 모디 정부의 전방위 외교는 최근 영국을 제치고 세계 5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 국가적 자신감뿐만 아니라 인도에 가장 큰 위협을 가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강한 전략적 우려감(strategic concern)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인도의 가장 큰 외교 안보적 도전은 현재 최대의 안보적 위협을 가하고 있는 중국의 ‘전략적 봉쇄(strategic encirclement)’를 타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쿼드(Quad)에 대한 적극 참여 및 미국, 일본 등 서방 국가들과의 전략적 협력 강화, 러시아와의 전통적 우호관계 유지 등 인도가 중점을 두고 있는 주요 외교사안들은 모두 중국에 대한 강한 전략적 우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2023년 현재 종합국력에서 중국의 1/5에 불과한 인도는 중국의 히말라야 국경 침탈, 일대일로 구상을 통한 남아시아 및 인도양 지역에 대한 해양 진출 확대 등 중국의 ‘전략적 봉쇄’를 독자적 힘으로는 타개할 능력이 아직은 없기 때문이다.
인도-중국 관계의 최대 현안은 2020년 6월 발생한 히말라야 국경 분쟁이다. 2020년 중국과 히말라야 라다크 갈완계곡(Galwan Valley) 충돌 이후 인도는 중국에 대한 연성균형(soft balancing) 전략으로 전환한 이후 중국에 대한 전략적 견제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2020년 이전까지는 인도-중국 간 히말라야 국경 역할을 하는 실질통제선(Line of Actual Control, LAC)을 일시적으로 침범하더라도 LAC에 군사주둔지를 건설하는 등의 현상변경을 직접적으로 시도하지 않았다.
하지만, 2020년을 기점으로 중국은 LAC 지역 내에 정착촌과 도로 등을 건설하고 군사적으로 대규모 병력을 계속 상주(forward deployment)시키는 등 적극적인 현상변경을 시도해 왔다. 인도는 중국이 LAC 지역에 대규모 병력을 주둔하고 있는 것에 대응해 5-6만명 규모의 병력을 LAC 지역 내로 전진배치 시키는 등 양국 간 군사적 대치상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인도는 ‘인-중 국경의 정상화 없이는 양국관계의 정상화는 없다’는 외교 기조에 따라 2019년 이후 정상회담을 비롯해 중국과 일체의 고위급 교류를 중단하고 외교적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상품에 대한 광범위한 규제조치를 실시하는 등 경제교류도 제한해 왔다. 향후에도 인도와 중국 간 국경 갈등은 교착상태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9월 인도 뉴델리 G20 정상회에 중국 시진핑 주석의 불참하였고, 시진핑 주석이 참석한 2023년 남아공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는 모디 총리와 시진핑 주석 간 정상회담도 인도 측의 거부로 이루어지지 않는 등 불편한 양국 관계가 지속되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2023년 11월 샌프란시스코 APEC 정상회의 계기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미국의 대중정책이 대화를 통한 관리 모드로 전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인도는 히말랴야 국경분쟁과 관련한 중국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계속해서 중국과 대화를 거부한다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인도의 중국에 대한 견제의 또 다른 이유는 중국이 국제 다자외교 무대에서 인도의 전략 공간을 삭감하려는 공세적 전략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은 인도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반대, 핵공급그룹(NSG)에 대한 인도의 가입 반대 등 국제무대에서 인도의 전략 공간 확대를 견제하고 인도의 외교적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 인도의 인식이다. 이와 아울러 인도양 지역(IOR)에 대한 중국의 외교적·군사적 진출 강화도 인도의 중국에 대한 전략적 불신과 경계감을 고조시키는 요인이다. 인도양 지역에서 중국 해군함정, 잠수함, 측량선 활동의 대폭적 확대, 스리랑카 함반토타(Hambantota) 항구 개발 등 인도양 지역 여러 국가에서 군사적으로 전용가능한 이중 용도의 항구개발 등 전통적으로 인도의 영향권으로 여겨지는 인도양 지역에서 군사력 투사 확대를 통해 중국이 인도의 영향력을 심각히 삭감하려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히말라야 국경 현상변경 시도, 인도의 주적(主敵)인 파키스탄에 대한 전략적 지원, 국제 외교무대에서 인도의 영향력 확대 차단 시도, 일대일로 사업 및 해군력 투사 확대를 통해 인도의 전통적 세력권인 인도양 지역 진출 등 중국이 거의 모든 주요 영역에서 인도를 “전략적으로 봉쇄”하려 한다는 것이 현재 인도의 중국에 대한 전략 인식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인도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 방향은 중국의 인도에 대한 ‘전략적 봉쇄’ 시도를 차단하고, 인태지역에서 중국 중심의 단극체제(unipolar Asia) 형성을 저지하는 데 초점 맞추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따라 인-중 관계의 개선 가능성은 중국이 인도에 대한 전략적 궤도를 수정하지 않는 한 요원하다. 중국이 2049 중국몽 실현을 위한 팽창주의적, 수정주의적 대외전략을 고수하는 한 시진핑 체제 하 중국과 인도의 전략적 이해는 구조적으로 양립 불가능한 것으로 필자는 평가한다.
4. 한국의 인태전략과 대 인도 외교 추진방향
인도의 부상은 한국의 전략적 이해에 부합한다.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인태지역에서 규칙기반 질서의 강화·구축이 한국의 전략적 이익이라는 인식을 기반으로 한국의 인태지역에 대한 관여와 역할을 확대하려는 대외전략이다. 인도는 이러한 한국의 전략적 지향(strategic orientation)에 매우 잘 부합하는 우방국이다. 인도는 한국 인태전략의 핵심 파트너가 되기에 충분한 국제적 지위와 역량 및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인태지역에서 중국의 독점적 영향력이 강화되는 지정학적 현실에서 인도는 우리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는 역내 세력균형 구도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가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팽창주의적 세력 확장 등 전례 없는 지역적·세계적 도전들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지정학적 현실에서 인도는 규칙기반 질서를 지향하는 한국의 전략적 방향성과 이해를 공유하는 우호국이다. 한국이 인도와 “전략적 관계(strategic partnership)” 구축에 성공할 수 있다면, 한국의 전략적 영향력과 역할은 크게 확대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의 인태전략에서 인도와 전략적 관계 구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strategic imperative)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 기준에서 보면 한-인도 양국 관계는 크게 나쁘지 않고 오히려 양호하다. 한-인도 양국은 모두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지향하는 정치적 가치, 미중 전략경쟁 구도에서 가지는 전략적 이해, 산업구조 상 경제적 상호보완성 및 제조업 공급망 협력 잠재력, 국익이 상충되는 이슈의 부재 등 거의 모든 주요 분야에서 양국 간 이해관계가 수렴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양국은 그동안 교역의 꾸준한 확대와 경제협력의 심화를 기반으로 우호적, 협력적, 호혜적 관계를 매우 원만하게 잘 유지해 왔다. 하지만,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양국 관계의 수준은 매우 낮다. 서울과 뉴델리 간 전략적 신뢰와 소통, 외교안보적 공조와 협력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15년 한-인도 ‘특별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외교관계를 격상하고, 전임 정부가 추진한 ‘신남방정책’의 핵심 파트너로 인도를 상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양국 간 전략적 협력은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인도의 한국에 대한 상대적인 ‘전략적 무관심’이다. 인도의 관점에서 한국은 경제발전에 성공한 모범사례이자, 몇 가지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매우 유용한 파트너이지만, 경제적 비중과 외교안보적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인도가 절실하게 매달리거나 시급하게 접근해서 협력을 요청해야 할 만한 전략적 우선순위가 높은 상대는 아니다. 하지만, 양국 간 전략적 협력 진전이 정체된 더 큰 이유는 인도를 ‘거대 신흥시장’으로만 간주하고 경제적 접근만 우선시해 온 한국에 있다. 그동안 한국의 대 인도 전략은 ‘빠르게 성장하는 거대한 인도 내수 시장에 대한 선점’이라는 경제적 논리에 기반해 왔다. 하지만, 거래지향적, 단기적 손익만 따지는 전략으로는 인도와 진정한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구축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는 한-인도 관계의 현재 상황을 상호 전략적 이해의 수렴에도 불구하고, 상호 협력을 적극적으로 도모하지 않고 그냥 방치하는 상태, 즉 “benign neglect” 상태로 보고 있다.
한-인도 양국이 가지는 서로에 대한 기대는 크게 다르다. 즉, 양국 간에는 큰 인식의 격차(expectation gap)가 존재한다. 인도 모디 정부는 그동안 국내 제조업 육성 정책, 즉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를 최우선 경제정책을 추진해 왔다. 수출주도 산업화(export-led industrialization)를 통해 경제성장에 성공한 한국과 달리 인도는 ‘자립경제(autarky)’ 구축이라는 전통적 열망에 기반한 수입대체산업화(import substitution industrialization)의 관성이 여전히 강해서 ‘자유 무역’에 대한 인식이 매우 “보수적”이다. 특히 인도는 국내시장 개방에 대해 극히 소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어서 국내시장 개방, 수입확대에는 매우 부정적이고, 투자유치, 기술이전, 현지생산 등을 통한 국내 제조업 육성을 우선시한다. 이러한 인도의 선호를 고려하면, 우리 기업이 현지 투자/진출 확대를 하지 않으면서 수출증대를 통한 인도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우리의 익숙한 전략은 최소한 인도에서는 성 공하기 어렵다고 본다.[2]
인도 시장에 대한 진출 확대라는 근시안적 접근을 넘어서 전략적 이해의 공유를 기반으로 높은 수준의 외교안보적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다. 인도를 단순히 ‘수출시장’으로만 보지 말고, 인도가 한국을 전략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여기도록 만들어야 한다. 양국 간 전략적 이해관계가 수렴한다고 해도 이것이 자동적으로 높은 수준의 외교안보 공조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기존의 근시안적 접근을 넘어서, 획기적 인식의 전환과 새롭고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 한국에게 있어 인도의 진정한 가치는 빠르게 성장하는 거대 신흥시장이라는 경제적 측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점점 엄중해지는 인태지역 국제환경을 타개하는데 인도가 우리와 함께할 수 있는 전략적 지향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한국의 인태전략에는 아직 인도가 없다. 우리의 전략적 사고에 미중경쟁 구도의 한 키를 쥐고 있는 인도를 포함시켜, 한국 인태전략의 핵심 파트너로 만들어야 한다.
우선 양국 간 상호에 대한 인식(mutual awareness)의 제고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양국은 상호 협력의 유용성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있으나, 양국의 정책 커뮤니티(policy community) 간 상호교류나 서로에 대한 지속적 관심이 부족하다. 양국 정책 커뮤니티 간 지속적이고 정기적인 상호교류 채널도 거의 부재하다. 양국 간 파트너십 강화 필요성(strategic imperative)에 대한 인식은 매우 희박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양국의 주요 분야 전문가들이 정례적이고 지속적으로 만나 대화할 수 있는 채널들, 즉, 양국 전략 커뮤니티 간 1.5/2/0 트랙 정책포럼 등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양국의 외교전략 당국자 간 ‘신뢰 구축’을 위한 노력이 긴요하다. 양국 정상을 비롯해 고위급 대화(high level dialogue)를 활성화하여 양국의 전략적 우선순위, 우려 사항 등에 관해 솔직한 대화를 통한 전략적 소통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긴요하다.
또, 양국 간 이해관계와 선호가 일치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기능적/경제적 협력을 심화할 필요가 있다. 양국 간 성공적인 방산협력 경험(K-9 자주포 수출)에 기반해 조선 등 방산협력 분야를 보다 확대하고, 반도체 등 제조업 분야에서 공급망 구축, 해양안보 분야에서 교류/협력 강화, 전략대화(strategic communication) 추진 등 양국의 이해가 일치하는 분야에서의 실질 협력을 확대하는 노력도 해야 한다.
미주
[1] 특히, 양국은 인도의 방산 기술 역량 강화를 위해 제너럴 일렉트릭(GE)사가 인도 힌두스탄 에어로노틱스 사와 F414 제트 엔진 공동 생산에 합의했다. 또한 모디 총리가 중점을 두는 반도체 부문에서 메이크-인-인디아 추진을 위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onology) 대규모 투자 유치 등 인도 반도체 생산 역량 강화를 위한 협력 강화에 합의하였다.
[2] 예를 들어, 피유시 고얄(Piyush Goyal) 인도 상공부 장관은 2023년 한 연설에서 인도 시장에서 가장 성공적인 현지 투자 및 진출 사례로 평가되는 현대 및 기아 차에 대한 매우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인도에서 현지생산과 판매를 하는 현대 및 기아 자동차가 부품을 한국으로부터 대량 수입함으로써 인도에 수십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야기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고얄 장관의 이러한 언급은 단순히 개인적이고 예외적인 견해라기보다는 인도 정부 통상정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인도 주류층의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3] 예를 들어, 피유시 고얄(Piyush Goyal) 인도 상공부 장관은 2023년 한 연설에서 인도 시장에서 가장 성공적인 현지 투자 및 진출 사례로 평가되는 현대 및 기아 차에 대한 매우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인도에서 현지생산과 판매를 하는 현대 및 기아 자동차가 부품을 한국으로부터 대량 수입함으로써 인도에 수십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야기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고얄 장관의 이러한 언급은 단순히 개인적이고 예외적인 견해라기보다는 인도 정부 통상정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인도 주류층의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인도의 부상과 한국의 인태 전략
김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인도남아시아 팀장
1. 인도의 전략적 부상과 경제협력의 변화양상
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지경학적 중요성이 주목받는 가운데 인도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인도는 궁극적으로 G3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며, 그 가능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 미국 등 유사입장국들은 인도의 외교, 군사, 경제 등 역량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인도는 더욱 적극적으로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 인도가 중국과는 최근 소원해지고, 미국과는 상당히 근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는 최소화하고 사안별로 동맹관계보다는 자국의 이해관계 고려한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경향을 뚜렷이 보인다.
이러한 특성은 외교안보는 물론 경제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포괄적인 진영 논리에 따라 인도의 대외경제협력을 이해하기보다는, 해당 사안의 특징과 이에 대한 인도의 독자적인 입장, 니즈 등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예컨대 인도는 중국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상하이협력기구 등에서 일정한 협력관계를 형성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일대일로에 대해서는 적극 반대하고 있다. 한편 미국 등 서방 국가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의 군사, 경제적 교류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은 최근 몇 년 사이 인도와의 전략적 경제협력을 크게 강화해 왔다. 이들은 이미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한 다변화에 착수하고 있으며, 단기간 내에 완전한 탈중국화를 이루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아시아의 대안적 협력 파트너로서(Altasia) 인도가 부각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미 인도를 중심으로 전략적·경제적·기술적 파트너십 네크워크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이 두드러지면서 지정학적, 그리고 첨단기술을 둘러싼 진영 간 경쟁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전략적 가치가 높은 대인도 경제협력의 양상 역시 뚜렷이 바뀌고 있다. 무역(통상협정 체결), 가치사슬 복원력, 청정에너지·기후변화, 디지털은 전략적 환경 변화와 더불어 주요국의 대인도 협력이 눈에 띄게 변화 또는 강화되고 있는 분야이다. 이들 분야는 글로벌 전략 환경의 변화에 따라 대인도 협력의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어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따라서 우선적으로 대인도 협력을 모색할 필요성이 있다.
2. 한․인도 경제협력의 과거와 현재
한-인도 수교관계는 1973년에 수립되었지만, 실질적인 양국간 경제관계는 1990년대 중후반, 2000년대에 들어 시작되었다. 1996년 한국 정상이 최초로 인도를 국빈방문한 이래, 경제는 양국 관계의 핵심이었다. 당시 인도정부는 한국을 ‘빠른 산업화에 성공한 국가’로 인식했으며, 한국정부 역시 인도의 광대한 경제적 잠재력에 주목하였다. 같은 시기에 인도 정부는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의 100% 지분 투자를 승인하였다. 이후 2003년 부터 2009년 사이 한국기업들의 진출 확대와 더불어 양국간 경제관계가 본격화되었으며, 한·인도 CEPA 협상도 이 기간 중 시작되었다(2008~09). 이에 따라 한국의 대인도 수출은 2002년 13억 8,410만 달러에서 2008년 89억 7,710만 달러로 증가했다.
<무역을 중심으로 본 한·인도 경제관계 발전 과정(단위: 백만달러)>
주: 2023년 무역은 1~9월 합산 / 자료: 한국무역협회 K-stat(검색일: 2023. 11. 12.)
한·인도 CEPA 발효(2010년 1월 1일) 이후 양국 경제관계는 지금의 구조를 형성했다. 한국의 대인도 수출은 2010년 114억 3,460만 달러에서 2022년 188억 7,010만 달러로 증가 했으며, 인도는 2022년 상품 무역 기준 우리나라의 제11위, 수출 기준 제8위 상대국이다. 중간재 중심의 한·인도 무역구조가 심화되었으며, 한국의 수출이 확대되는 가운데 무역불균형이 확대되었다(2022년 약 100억 달러). 2014년 출범한 모디 정부는 정치적 리더십과 일관성 있는 경제정책으로 인도경제의 안정적 성장 도모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2017년) 이후 모디 정부가 제시한 자립인도 정책(Atmanirbhar Bharat Abhiyaan. 2020년)은 인도의 글로벌 위상 변화와 그에 발맞춘 인도의 경제발전 전략의 전환을 시사한다.
즉 자국 내 산업 육성 기조를 분명히 하는 가운데, 외국인투자 장벽 및 기업환경은 적극 개선하되, 무역장벽은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도는 2010~22년 누적 기준 한국의 제20위 투자 대상국으로, 누적 투자액은 57억 4,400만 달러이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우리나라의 대인도 투자 가운데 제조업 부분은 2010~ 2022년 누적 기준 78%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대인도 투자는 1990년대 중후반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대기업의 인도시장 진출 이후 제조업을 중심으로 확대되어왔다.
최근 인도는 △ 2022년 해외직접투자 유입량 세계 8위, △ 그린필드 투자 건수는 1,008건 으로 미국, 영국에 이어 세계 3위, △ 국제 프로젝트 파이낸싱 프로젝트 건수는 187건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하는 등 주요 투자대상국으로 부상 중이다. 인도의 육성 수요가 집중되는 핵심산업으로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재생에너지 분야 등이며, △ 반도체 제조업 육성정책 (2022년), △ 전기차 지원 보조금정책, △ 배터리 관련 프로젝트 VGF(Viability Gap Funding), △ 신재생 에너지 분야 100% FDI 허용 및 보조금 지급 등 지원정책을 시행 중이다. 특히 인도가 육성하고자 하는 기간산업의 대부분에 걸쳐 한국이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양국 관계의 향후 잠재력을 시사한다.
3. 한-인도 경제협력의 미래
미·중 디커플링이 진전되는 가운데, 인도의 전략적·경제적 위상 강화와 더불어 한·인도 경제협력은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KIEP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한국과 인도 전문가들 모두 전략적 파트너로서 양국간 협력의 중요 영역으로 △ 경제안보, △ 대중국 의존도 완화, △ 양자․다자 간 외교를 꼽는다. 인도의 높은 성장 잠재력과 전략적 위상 상승을 고려할 때, 장기적인 호흡으로 포괄적인 대인도 경제협력을 추진하는 한편, 이를 통한 신뢰 구축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인도경제의 최대 과제는 제조업 육성으로서, 미·중 전략경쟁하에서 한·인도 협력 역시 제조업을 중심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입장에서 인도는 대중 리스크 완화, 생산기지 다변화, 시장 확대, 혁신 등을 위한 파트너로서 잠재력을 보유한 국가이다. 인도의 입장에서 한국은 제조업 육성, 대중 경제의존도 완화 등의 측면에서 중요도가 높은 파트너로서, 한국이 경쟁력을 보유한 조선, 자동차, 전기전자, 반도체, 차세대 통신 등의 핵심산업은 인도정부가 전략적으로 육성하려는 분야와 거의 일치하며, 현재 한국의 대세계 수출과 해외투자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제조업을 넘어선 다양한 협력 분야를 모색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인도는 제조업 육성 이외에 기술개발, 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 자원 대체, 인프라 개발 등 다양한 과제를 안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외협력 수요가 많다. 또한 인도는 ICT, 항공우주, 인공지능 등 분야에서 우수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미·중 경쟁 하에서 한국경제의 첨단화를 도모할 수 있는 새로운 파트너이다. 정책과제를 몇가지 제안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인도 CEPA 개선협상을 마무리하여 양국 경제협력의 대표적인 플랫폼으로 활성화하는 한편, 반도체를 비롯한 전기전자, 자동차(전기차 포함), 배터리, 항공 우주, 방위 산업 등 전략산업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2023년 G20을 계기로 한·인도 정상 회담을 개최한 결과, 양국은 장관급 한·인도 산업협력위원회를 설치하고 민간경제단체간 협력 네트워크를 신설할 방침으로, 상기한 전략산업을 핵심 어젠다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인도 측의 무녁 불균형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인도의 국내 생산 및 수출에 대한 한국의 기여도가 높아지는 추세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둘째, 첨단기술, 디지털 영역은 진영간 분절화가 첨예한 영역으로, 인도의 시장 및 전략 파트너로서의 잠재력이 크다. 우선적으로 대인도 협력을 모색해볼 수 있는 영역은 통신 장비부터 인공지능, 양자 컴퓨팅 등 첨단기술 영역, 사이버 보안, 공공서비스 디지털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도는 금융, 헬스케어, 교육, 게임 등 디지털 서비스의 성장 속도가 매우 빨라 상기한 한·인도 정부간 장관급 통상정책 대화 채널에 디지털경제를 어젠다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셋째, 개발협력은 인도의 방대한 수요를 고려할 때 한국이 크게 관심을 기울여야 할 영역이다. 인도는 최근 인프라 등 경제개발자금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ODA를 받기 시작했으며, 국가 인프라 파이프라인(NIP), 재난복원 인프라 개발, 북동부 지역 개발, 신재생에너지 등과 관련된 수요가 높다. 교통과 에너지 인프라는 인도의 인프라 개발 수요가 집중된 영역이다. 에너지·기후변화 대응 분야는 인프라와 더불어 인도의 당면 수요가 집중된 영역으로, 한국의 지원에 대한 인도의 호응 가능성이 높은 분야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도에서 형성된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바탕으로 인프라, 산업 육성, 인적자원 개발, 경제 활성화, 무역촉진 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의 개발 경험을 인도에 전달하는 사업도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넷째, 문화·인적 교류를 통한 상호간 이해를 통한 신뢰도 제고는 한·인도 관계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앞서 논한 바와 같이 양국간 관계자본이 본격적으로 형성된 기간은 20~30년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인도에서 한류가 인도 전역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22년 주인도한국문화원과 세종학당의 한국어 수업에 대한 수요는 2020년 대비 400% 증가, 2021년 대비 30%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 정부의 인도태평양전략이 제시한 ‘상호 이해와 교류 증진’은 특히 인도와의 관계 심화를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판단된다.
인도의 부상과 한국의 인태 전략
최 윤 정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센터장
1. 한국의 인태 전략에서 왜 인도가 중요한가⑵
윤석열 정부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의 축(pivot)으로 삼고 항해의 나침반이 될 인도・태평양 전략(이하 인태 전략)을 발표하였다. 한국의 인태전략은 한국 정부 최초의 포괄적 지역전략이자,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전략적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인태 지역의 자유·평화·번영을 위해 더 많은 기여를 하겠다는 관여 확대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의지를 행동으로 전환하기 위해 9개의 중점추진과제를 설정하였으며, 정부 각 부처 및 기관들과 긴밀한 협의를 거쳐 2023년 12월 52개에 달하는 범정부 이행계획을 발표하였다.
인태 전략의 실질적인 시행 원년인 2023년은 한국의 정체성에 기반한 외교를 실천하는데 주력하였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의 가치를 중시하는 외교를 펼치는 한편, 한국이 과거 경제발전 과정에서 얻은 혜택을 동료 국가들에게도 전파하여 “함께 잘 사는” 외교정책을 실시하고자 하였다. 한미일 삼각협력, NATO AP4, 태평양 도서국과의 정상회담, 아세안과의 연대구상 등이 대표적이다.
이제 2024년은 한국이 가치외교에서 시작하여 저변을 넓히는 원년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같이 한국 외교가 확장성을 추구함에 있어 인도가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인도는 세계 3위의 국방예산, 4위의 국방력, 5위의 경제력을 지닌 준(準) 강대국이다. 세계에서 IT 엔지니어링 및 소프트웨어 분야의 기술자를 두 번째로 많이 보유하고 있고, 기초 과학 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인공지능, 우주‧항공과 같은 핵심 과학기술 수준도 높다. 이같은 국가경쟁력을 바탕으로 인도 정부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지 100년이 되는 2047년에 과거 인도의 영광을 재현하는 ‘강한 인도’를 실현하겠다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인도의 행보는 향후 국제정치 향방의 중대 변수로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인도는 미‧일‧인‧호 4자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주요 20개국(G20), 민주주의 10개국(D10),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I2U2(인도‧이스라엘‧미국‧UAE) 등 서방(the West)이 주도하는 주요 협의체의 핵심 멤버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도와의 파트너십을 미국의 인태전략 추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대외관계로 꼽았다.⑶
한편 인도는 브릭스(BRICS), 상하이협력기구(SCO), RIC(러시아-인도-중국) 그룹과 같이 반(反)서방으로 분류되는 협의체에서도 원년 멤버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23년에는 SCO 와 G20의 의장국으로서 정상회의를 개최하였다. 같은해 1월과 11월 두 차례의 글로벌 사우스 정상회의를 개최한 인도는 글로벌 사우스의 맹주이자 리더의 위치를 재확인하였다. 모디 총리도 인도가 ‘세계의 친구(Vishwa-Mitra)⑷’라고 하면서 교량 국가로서 인도의 가치를 부각시키고 있다.
이처럼 냉전기 비동맹(Non-alignment)에서 시작된 인도 외교는 탈냉전기 다층적 제휴(multi-alignment)를 거쳐 최근에는 국력에 대한 자신감 상승을 배경으로 그야말로 ‘전방위 외교(all-alignment)’로 확장되고 있다.⑸ 미중 경쟁의 심화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서방과 비서방간 진영화가 가시화되면서 인도의 외교적 선택과 역할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인도・태평양의 지정학 및 지경학적 중심이자 양 진영에 모두 가담하고 있는 인도와의 외교는 한국이 인도・태평양으로 외교의 지평을 확대하고 독자적인 지역전략을 수행하는데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2024년 4~5월 총선에서 3연임이 기정사실화⑹ 되고 있는 가운데 모디 정부가 강조하는 인도의 외교 비전을 이해하고 한국 외교 비전과의 접점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인도 관계는 향후 발전의 여지가 크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 양국은 놀라운 협력의 잠재력을 갖고 있으나 성과는 잠재력에 미치지 못했다. 외교 및 안보 측면에서의 거리감은 더 컸다. ‘인도・태평양’이라는 전략 개념을 도입하면서 한국과 인도가 모두 새로운 정체성과 역할을 찾아 나가는 시기에 한국과 인도는 서로에게 과거와는 다른 전략적 중요성을 갖게 된다. 특히 이는 양국이 가치와 이익을 모두 중시하는 외교적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2. 한-인도 협력의 새로운 전략적 가치
1990년대 양국 관계는 무역과 투자를 중심으로 발전하였던 바, 1990년 10억 달러 미만이었던 양자 교역은 2022년 278억 달러에 달하는 성장을 보였다. 여기에는 2009년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 2010년의 전략적 동반자 협정(SPA), 2015년 특별 전략적 동반자 협정(SSPA) 등 몇 번의 이정표가 있었다.
CEPA와 SSPA 외에도 한국과 인도는 2010년 9월 국방 협력과 국방 연구 및 개발에 관한 양해각서, 2011년 민간 핵에너지 협력 협정, 2014년에 기밀 군사 정보 보호 협정 등을 체결하여 협력을 공고화하였다. 2013년에 국장급에서 시작된 국방정책대화는 2018년에 국방 차관급으로 승격되어 '2+2 대화'로 발전하였다. 2020년에 방산협력 로드맵을 승인하였고, 인도는 2017년에 한국의 K9 자주포(현지 이름 ‘바지라’) 100문 도입에 이어 2023년 100문 추가 도입을 결정했다.
이같은 관계 발전은 양자 관계의 구조적 변화와 상호 보완성에 대한 공감대 위에 가능했다. 냉전 후의 세계 질서에서 인도의 외교정책은 중립보다는 미국과의 교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하였고, 미국의 동맹국이었던 한국은 인도의 개방적인 시장경제가 주는 이점에 주목하였다. 1990년대 중반 북한과 파키스탄 간의 핵 및 미사일 기술 교환에 대한 보고서도 양국 관계 진전에 영향을 주었다.
이제 한국과 인도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비약적인 관계의 도약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양국 모두 인태 외교 비전에서 ‘자유, 평화, 번영’의 가치를 중시한다. 특히 인도의 인태 전략은 미국, 일본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 FOIP)의 개념 위에 ‘포용성’의 원칙을 추가하여(Free, Open, Inclusive Indo-Pacific, FOIIP), 기존의 인태 전략이 내포했던 배타성을 최소화하는 대신 협력의 기회를 창출하는데 보다 집중하였다.
중국의 공세적 부상을 위협으로 인지하면서도 '포용성'의 협력 원칙을 통해 중국과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한국과 인도의 전략은 상당한 유사성을 보인다. 또인도는 일본을 한국과 함께 인도-태평양의 안정과 번영을 구가하는 지역 질서 구현의 핵심적인 파트너로 인식하며, 한일 관계 개선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동아시아를 넘어 남태평양 국가들에 대한 접근방식도 유사하다. 2023년 5월에 인도 총리는 14개 남태평양 국가와 함께 3차 인도-태평양 제도 협력 포럼(FIPIC) 정상회의에 참여했고, 같은 달에 윤석열 정부도 한국 최초로 태평양 도서국 정상회의를 개최하여 한국의 인도・태평양 비전을 공유하였다.
양국은 글로벌 사우스와 글로벌 노스를 연결하려는 노력에서도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원조 수혜국에서 원조 공여국으로 전환한 유일한 나라로서 특히 2010년 G-20 정상회의 개최 이후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을 늘리고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연결하기 위하여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전술한 바와 같이 글로벌 사우스의 리더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와의 협력은 한국 인태 전략의 기여외교(Contributive Diplomacy) 차원에서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다.
3. 인태 전략 차원에서의 한-인도 협력 방향
한국은 달라진 전략 환경과 그 안에서 더욱 가치를 발하는 인도의 중요성에 주목하여 인도를 ‘전략적 협력국가’로 삼고 한국 외교의 지평을 넓히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인도는 군사안보 뿐만 아니라 경제, 기술의 측면에서 모두 중국을 대체하기 위한 의지와 함께 일정 정도의 역량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인도는 중국의 대안적 파트너가 될 수 있고 나아가 우리의 대중국 관계에도 레버리지가 될 수 있다. 양국의 인태 전략 하에서 한-인도 관계는 지역 및 양자간 수준에서 협력을 확대하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거듭나는 중요한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아래에서는 양국 인태 전략의 비전과 실행 계획을 토대로 자유, 평화, 번영의 한-인도 협력 방향을 제시하였다.
<그림. 인도-태평양 전략 하에서 한-인도 파트너십의 발전 방향>
출처: 동 주제 관련 저자의 최근 원고를 수정, 보완하였음. Yoon Jung Choi and Sandip Kumar Mishra. 2024. “Pivotal Partnership in the Indo-Pacific: Assessment of Korea-India Relations and the Road Ahead.” 『Sejong Policy Brief』 No. 2023-19(2024.1.12.)
가. 자유
[상호 전략적 가치와 인식 제고]
- 한국과 인도는 위협인식, 서로의 전략적 가치와 비전에 대한 보다 명확하고 심도 있는 이해를 발전시킬 때 인태 지역의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파트너십으로 향하는 협력 관계를 형성할 수 있고, 이는 결국 양자 관계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높일 견고한 기초가 될 수 있다.
[양자 및 다자 플랫폼에서의 협력 증진]
- 선도적 중견국인 한국과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는 양자 뿐만 아니라 다자 플랫폼에서의 협력을 통하여 지역 질서 유지와 번영의 기틀을 놓는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양국이 이미 참여하고 있는 IPEF, ARF, IORA와 같은 기존의 플랫폼 내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양국 중 하나가 참여하는 Quad, RCEP와 같은 협의체에 상대 국가가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차이를 인정하는 성숙한 파트너십]
- 동시에 양국은 특정 문제에 대한 전략적 입장과 의견 차이를 인정하여 성숙한 파트너십을 추구하는 유연성을 갖출 필요도 있다.
나. 평화
[해양 안보 분야의 긴밀한 국방 협력]
- 인도양 해상교통로(SLOC) 안보는 한국과 인도의 국가 이익과 직결되어 있다. 해양 안보를 강조하는 인도의 인태 해양 이니셔티브(IPOI)에서 해적 퇴치 및 재난 구호와 관련하여 공동 해양 훈련 및 교류 강화도 협력이 유망한 분야이다. 한국은 인도와 미국이 주도하는 말라바르 해상연합훈련을 비롯하여 다양한 양자 및 다자간 해양훈련 참여를 확대하고 인도양 해양정보센터(Information Fusion Centre) 참여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인태 개발협력 논의 확대]
- 양국의 협력으로 기후 변화, 환경 문제, 재난 구호, 빈곤 완화, 규칙 기반 질서에 대한 포괄적인 대화 및 글로벌 사우스 및 노스 간의 공정한 자원 분배 촉진 논의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협력 강화]
- 한국과 인도는 한반도 평화가 인태 지역의 평화 실현에 핵심적인 조건이라는 인식 하에 전략적 소통 및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인도는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도발의 빈도와 수위가 높아지면서 국제 비핵화 레짐에 위협을 가하는 상황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평화통일에 있어 기여할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다.
다. 번영
[단순 무역 관계를 넘어 함께 번영하는 파트너십]
- 양국은 단순한 무역 관계를 넘어 넓은 분야에 걸쳐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무역적자 해소, 기술 공유와 같은 인도의 지속적인 요청에 적절한 대응 방안을 강구해야 하고, 인도는 한국의 기업환경 개선과 투자 인센티브 제공 등에 보다 전향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신설될 한-인도 산업협력위원회 뿐만 아니라, 경제공동위원회와 경제협력협의회와 같은 기존의 협의 기관에서도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핵심 기술 및 광물 협력]
- 최첨단 기술과 핵심 광물은 경제안보 정책의 핵심이다. 우주, 인공지능 및 녹색 산업과 같은 하이테크 분야 및 전략적 광물에서의 협력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도의 기초 과학 역량과 한국의 응용 과학 및 상업화 역량이 결합한다면 양국은 제4차 산업 혁명을 주도하는 이상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협력은 양국의 경제안보를 강화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한-인도 합동 공급망 구축]
-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 구축은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게는 국가의 존망과 직결되는 문제이고, 생산, 소비의 새로운 거점으로 발돋움하는 인도에게는 미래를 좌우하는 기회이다. 양국 경제가 톱니바퀴처럼 긴밀하게 맞물릴 수 있는 한-인도 공급망 이니셔티브 출범도 고려해야 한다.
참고 문헌
1) 본 토론문은 주제와 관련된 저자의 최근 원고를 수정 및 보완하여 작성하였으며, 가급적 해당 부분의 출처를 하단에 표기하였음.
2) 인도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해서는 최윤정. 2023. "인도‧태평양 시대의 한-인도 협력." 『외교』 제145호(2023년 4월)을 수정 및 업데이트 하였음.
3) “India ties most important for Joe Biden: White House.” The Times of India (April 10, 2022); The White House. 2022. Indo-Pacific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
4) 2023년 8월 15일 인도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모디 총리는 인도가 세계의 친구로서 세계에 안정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강조(“India Emerges As 'Vishwa-Mitra', Bringing Stability To The World: PM Modi”(https://www.ndtv.com/india-news/india-emerges-as-vishwa-mitra-bringing-stability-to-the-world-pm-narendra-modi-4300115).
5) 탈냉전기 인도 외교노선의 변화에 대해서는 최윤정. 2022. “신냉전 시대 인도의 외교적 선택과 전략적 자율성” 『세종정책브리프』 2022-17. 세종연구소를 참고
6) 최윤정. 2024. "인도 정세와 2024년 전망." 『정세와정책』 2024년 1월호 (통권 370호). 세종연구소.
발행 일시 : 2024년 3월
발행 기관 : NEAR 재단
집필 제목 : 인도의 부상과 한국의 인태 전략
집필 정보 : 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 김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인도남아시아 팀장, 최윤정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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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부상과 한국의 인태 전략
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
1. 인도 국내정치: 힌두 민족주의의 팽배와 모디 총리 장기 집권체제 구축
2024년 4-5월 기간 예정된 인도 총선(Lok Sabha election)에서 집권 여당인 인도인민당(Bharatiya Janata Party, BJP)의 승리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현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의 2024년 재집권이 확실시 된다. 약 6억명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하는 총선에서 BJP가 승리한다면, 모디 총리는 2014년 취임 이후 3 연임에 성공함으로써 15년 (2014-2029) 장기 집권체제에 돌입하게 된다.
인도 최대 야당인 인도국민회의당(Indian National Congress)을 이끌고 있는 라훌 간디(Rahul Ghandi) 등 야당 지도자들은 모디 집권 이후 무슬림 정책과 차별적 조치의 도입, 배타적 힌두 민족주의 정서의 확산 및 반정부 언론에 대한 탄압 등 모디 정부의 철권통치를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이 최소한 인도내 에서는 정치적 반향이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BJP가 2014년 집권한 이후 인도 내에서는 힌두 민족주의 정서가 팽배하고 타 종교를 포용하는 사회적 관용이 지속적으로 약화되어 왔다. 특히, 모다 정부는 소수 무슬림에 대한 차별을 강화하는 법안과 정책을 도입해 왔다. 인도 전체 인구의 14%를 차지하는 소수 무슬림에 대한 이러한 차별이 강화된 가장 큰 이유는 집권 여당인 BJP가 강력한 힌두 민족주의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BJP는 인도를 힌두 민족주의 국가로 개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극우 힌두 민족주의 정치조직인 RSS(Rashtriya Swayamsevak Sangh)에 뿌리를 두고 있는 정당이다. 2024년 총선에서 BJP가 재집권에 성공한다면, 향후 인도 국내정치에서 RSS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되고 인도 국내정치에서 배타적인 힌두 민족주의 경향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모디 정부에 대한 이러한 “선거 권위주의(electoral autocracy)” 비판에도 불구하고 2024년 총선에서 야당 연합이 집권 BJP를 누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도 모디 총리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기가 매우 높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인도 국민의 78%가 모디 총리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모디 총리는 소수 무슬림에 대한 차별적 조치로 비판받고 있지만, 그의 강력한 힌두 민족주의 기조는 오히려 그의 높은 국내 정치적 지지 기반이 되고 있다.
모디 총리의 건실한 경제적 성적도 광범위한 국민적 지지의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는데, 이는 그의 재집권 가도에도 매우 중요한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로 2014년 모디 총리 취임 당시 세계 10위권에 머물렀던 인도의 국가 총 GDP는 2023년 3.8조 달러에 육박함으로써 영국을 제치고 세계 5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인도 경제는 모디 총리 집권 이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 왔는 바, S&P Global은 향후에도 연 6-7% 이상의 견조한 경제성장을 지속하여 2030년에는 세계 3위의 경제대국으로 등극할 것으로 전망한다.
2. 모디 총리의 전방위 외교: 인도는 강대국 부상 중?!
인도는 모디 총리의 강력한 정치적 지도력을 바탕으로 최근 수년간 자이샨카르 (S. Jaishankar) 외교장관의 주도하에 적극적인 ‘독자외교 노선’을 적극 추구해 왔다. 자이샨카르 장관은 2023년 11월 이코노미스트(Economist) 특별기고를 통해 인도는 다른 강대국들과는 차별화되는 독자적 역할과 기여를 통해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특히 그는 인도가 향후에도 유연한 자세로 특정 진영과 국가를 가리지 않는 “다차원 외교(multi-vector diplomacy)”를 추진겠다고 강조했다. 집권 3기에 접어든 인도 모디 정부는 미국,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글로벌 강대국으로 부상한다는 상당히 야심적인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모디 총리는 지난 2023년 8월 연설에서 독립 100주년을 맞는 2047년에 인도는 선진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외교적으로도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계속 견지하겠다고 강조했다.
모디 총리 하 인도는 미중경쟁의 국제정치 상황을 전략적으로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국가로 평가된다. 인도의 “다자연계(multi-alignment) 또는 전방위 외교(all-alignment)” 노선은 미중 전략경쟁이 본격화된 이후 미국 등과의 협력강화를 통한 친 서방노선을 견지하면서도 러시아와 전통적 우호관계 유지 및 다수의 비동맹 및 개도국들과의 유대관계를 통해 외교적 위상을 제고하고 전략적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특히, 인도는 2023년 G20 의장국으로서 다수의 개도국을 초청하여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개도국의 대변자이자 리더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고 국제적 영향력을 대폭 확대했다.
특히 인도는 쿼드(Quad)를 매개로 한 미국, 일본, 호주 등 서방국가들과의 경제기술 및 외교안보적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하고 있다. 2023년 6월 바이든 대통령의 환대 속에서 미국을 국빈방문 한 모디 총리는 첨단 기술분야의 미국 기업들의 대규모 인도 투자 유치, 미국과 핵심 신흥기술 분야 전략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이니셔티브 (iCET, initiative on Critical and Emerging Technology) 추진 및 방산 및 군사안보 분야의 협력 강화 등에 합의한 바 있다.[1]
3. 현재 인도의 최대 외교안보 위협은 중국(India’s China Challenge)
인도 모디 정부의 전방위 외교는 최근 영국을 제치고 세계 5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 국가적 자신감뿐만 아니라 인도에 가장 큰 위협을 가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강한 전략적 우려감(strategic concern)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인도의 가장 큰 외교 안보적 도전은 현재 최대의 안보적 위협을 가하고 있는 중국의 ‘전략적 봉쇄(strategic encirclement)’를 타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쿼드(Quad)에 대한 적극 참여 및 미국, 일본 등 서방 국가들과의 전략적 협력 강화, 러시아와의 전통적 우호관계 유지 등 인도가 중점을 두고 있는 주요 외교사안들은 모두 중국에 대한 강한 전략적 우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2023년 현재 종합국력에서 중국의 1/5에 불과한 인도는 중국의 히말라야 국경 침탈, 일대일로 구상을 통한 남아시아 및 인도양 지역에 대한 해양 진출 확대 등 중국의 ‘전략적 봉쇄’를 독자적 힘으로는 타개할 능력이 아직은 없기 때문이다.
인도-중국 관계의 최대 현안은 2020년 6월 발생한 히말라야 국경 분쟁이다. 2020년 중국과 히말라야 라다크 갈완계곡(Galwan Valley) 충돌 이후 인도는 중국에 대한 연성균형(soft balancing) 전략으로 전환한 이후 중국에 대한 전략적 견제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2020년 이전까지는 인도-중국 간 히말라야 국경 역할을 하는 실질통제선(Line of Actual Control, LAC)을 일시적으로 침범하더라도 LAC에 군사주둔지를 건설하는 등의 현상변경을 직접적으로 시도하지 않았다.
하지만, 2020년을 기점으로 중국은 LAC 지역 내에 정착촌과 도로 등을 건설하고 군사적으로 대규모 병력을 계속 상주(forward deployment)시키는 등 적극적인 현상변경을 시도해 왔다. 인도는 중국이 LAC 지역에 대규모 병력을 주둔하고 있는 것에 대응해 5-6만명 규모의 병력을 LAC 지역 내로 전진배치 시키는 등 양국 간 군사적 대치상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인도는 ‘인-중 국경의 정상화 없이는 양국관계의 정상화는 없다’는 외교 기조에 따라 2019년 이후 정상회담을 비롯해 중국과 일체의 고위급 교류를 중단하고 외교적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상품에 대한 광범위한 규제조치를 실시하는 등 경제교류도 제한해 왔다. 향후에도 인도와 중국 간 국경 갈등은 교착상태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9월 인도 뉴델리 G20 정상회에 중국 시진핑 주석의 불참하였고, 시진핑 주석이 참석한 2023년 남아공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는 모디 총리와 시진핑 주석 간 정상회담도 인도 측의 거부로 이루어지지 않는 등 불편한 양국 관계가 지속되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2023년 11월 샌프란시스코 APEC 정상회의 계기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미국의 대중정책이 대화를 통한 관리 모드로 전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인도는 히말랴야 국경분쟁과 관련한 중국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계속해서 중국과 대화를 거부한다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인도의 중국에 대한 견제의 또 다른 이유는 중국이 국제 다자외교 무대에서 인도의 전략 공간을 삭감하려는 공세적 전략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은 인도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반대, 핵공급그룹(NSG)에 대한 인도의 가입 반대 등 국제무대에서 인도의 전략 공간 확대를 견제하고 인도의 외교적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 인도의 인식이다. 이와 아울러 인도양 지역(IOR)에 대한 중국의 외교적·군사적 진출 강화도 인도의 중국에 대한 전략적 불신과 경계감을 고조시키는 요인이다. 인도양 지역에서 중국 해군함정, 잠수함, 측량선 활동의 대폭적 확대, 스리랑카 함반토타(Hambantota) 항구 개발 등 인도양 지역 여러 국가에서 군사적으로 전용가능한 이중 용도의 항구개발 등 전통적으로 인도의 영향권으로 여겨지는 인도양 지역에서 군사력 투사 확대를 통해 중국이 인도의 영향력을 심각히 삭감하려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히말라야 국경 현상변경 시도, 인도의 주적(主敵)인 파키스탄에 대한 전략적 지원, 국제 외교무대에서 인도의 영향력 확대 차단 시도, 일대일로 사업 및 해군력 투사 확대를 통해 인도의 전통적 세력권인 인도양 지역 진출 등 중국이 거의 모든 주요 영역에서 인도를 “전략적으로 봉쇄”하려 한다는 것이 현재 인도의 중국에 대한 전략 인식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인도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 방향은 중국의 인도에 대한 ‘전략적 봉쇄’ 시도를 차단하고, 인태지역에서 중국 중심의 단극체제(unipolar Asia) 형성을 저지하는 데 초점 맞추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따라 인-중 관계의 개선 가능성은 중국이 인도에 대한 전략적 궤도를 수정하지 않는 한 요원하다. 중국이 2049 중국몽 실현을 위한 팽창주의적, 수정주의적 대외전략을 고수하는 한 시진핑 체제 하 중국과 인도의 전략적 이해는 구조적으로 양립 불가능한 것으로 필자는 평가한다.
4. 한국의 인태전략과 대 인도 외교 추진방향
인도의 부상은 한국의 전략적 이해에 부합한다.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인태지역에서 규칙기반 질서의 강화·구축이 한국의 전략적 이익이라는 인식을 기반으로 한국의 인태지역에 대한 관여와 역할을 확대하려는 대외전략이다. 인도는 이러한 한국의 전략적 지향(strategic orientation)에 매우 잘 부합하는 우방국이다. 인도는 한국 인태전략의 핵심 파트너가 되기에 충분한 국제적 지위와 역량 및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인태지역에서 중국의 독점적 영향력이 강화되는 지정학적 현실에서 인도는 우리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는 역내 세력균형 구도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가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팽창주의적 세력 확장 등 전례 없는 지역적·세계적 도전들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지정학적 현실에서 인도는 규칙기반 질서를 지향하는 한국의 전략적 방향성과 이해를 공유하는 우호국이다. 한국이 인도와 “전략적 관계(strategic partnership)” 구축에 성공할 수 있다면, 한국의 전략적 영향력과 역할은 크게 확대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의 인태전략에서 인도와 전략적 관계 구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strategic imperative)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 기준에서 보면 한-인도 양국 관계는 크게 나쁘지 않고 오히려 양호하다. 한-인도 양국은 모두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지향하는 정치적 가치, 미중 전략경쟁 구도에서 가지는 전략적 이해, 산업구조 상 경제적 상호보완성 및 제조업 공급망 협력 잠재력, 국익이 상충되는 이슈의 부재 등 거의 모든 주요 분야에서 양국 간 이해관계가 수렴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양국은 그동안 교역의 꾸준한 확대와 경제협력의 심화를 기반으로 우호적, 협력적, 호혜적 관계를 매우 원만하게 잘 유지해 왔다. 하지만,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양국 관계의 수준은 매우 낮다. 서울과 뉴델리 간 전략적 신뢰와 소통, 외교안보적 공조와 협력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15년 한-인도 ‘특별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외교관계를 격상하고, 전임 정부가 추진한 ‘신남방정책’의 핵심 파트너로 인도를 상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양국 간 전략적 협력은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인도의 한국에 대한 상대적인 ‘전략적 무관심’이다. 인도의 관점에서 한국은 경제발전에 성공한 모범사례이자, 몇 가지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매우 유용한 파트너이지만, 경제적 비중과 외교안보적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인도가 절실하게 매달리거나 시급하게 접근해서 협력을 요청해야 할 만한 전략적 우선순위가 높은 상대는 아니다. 하지만, 양국 간 전략적 협력 진전이 정체된 더 큰 이유는 인도를 ‘거대 신흥시장’으로만 간주하고 경제적 접근만 우선시해 온 한국에 있다. 그동안 한국의 대 인도 전략은 ‘빠르게 성장하는 거대한 인도 내수 시장에 대한 선점’이라는 경제적 논리에 기반해 왔다. 하지만, 거래지향적, 단기적 손익만 따지는 전략으로는 인도와 진정한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구축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는 한-인도 관계의 현재 상황을 상호 전략적 이해의 수렴에도 불구하고, 상호 협력을 적극적으로 도모하지 않고 그냥 방치하는 상태, 즉 “benign neglect” 상태로 보고 있다.
한-인도 양국이 가지는 서로에 대한 기대는 크게 다르다. 즉, 양국 간에는 큰 인식의 격차(expectation gap)가 존재한다. 인도 모디 정부는 그동안 국내 제조업 육성 정책, 즉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를 최우선 경제정책을 추진해 왔다. 수출주도 산업화(export-led industrialization)를 통해 경제성장에 성공한 한국과 달리 인도는 ‘자립경제(autarky)’ 구축이라는 전통적 열망에 기반한 수입대체산업화(import substitution industrialization)의 관성이 여전히 강해서 ‘자유 무역’에 대한 인식이 매우 “보수적”이다. 특히 인도는 국내시장 개방에 대해 극히 소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어서 국내시장 개방, 수입확대에는 매우 부정적이고, 투자유치, 기술이전, 현지생산 등을 통한 국내 제조업 육성을 우선시한다. 이러한 인도의 선호를 고려하면, 우리 기업이 현지 투자/진출 확대를 하지 않으면서 수출증대를 통한 인도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우리의 익숙한 전략은 최소한 인도에서는 성 공하기 어렵다고 본다.[2]
인도 시장에 대한 진출 확대라는 근시안적 접근을 넘어서 전략적 이해의 공유를 기반으로 높은 수준의 외교안보적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다. 인도를 단순히 ‘수출시장’으로만 보지 말고, 인도가 한국을 전략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여기도록 만들어야 한다. 양국 간 전략적 이해관계가 수렴한다고 해도 이것이 자동적으로 높은 수준의 외교안보 공조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기존의 근시안적 접근을 넘어서, 획기적 인식의 전환과 새롭고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 한국에게 있어 인도의 진정한 가치는 빠르게 성장하는 거대 신흥시장이라는 경제적 측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점점 엄중해지는 인태지역 국제환경을 타개하는데 인도가 우리와 함께할 수 있는 전략적 지향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한국의 인태전략에는 아직 인도가 없다. 우리의 전략적 사고에 미중경쟁 구도의 한 키를 쥐고 있는 인도를 포함시켜, 한국 인태전략의 핵심 파트너로 만들어야 한다.
우선 양국 간 상호에 대한 인식(mutual awareness)의 제고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양국은 상호 협력의 유용성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있으나, 양국의 정책 커뮤니티(policy community) 간 상호교류나 서로에 대한 지속적 관심이 부족하다. 양국 정책 커뮤니티 간 지속적이고 정기적인 상호교류 채널도 거의 부재하다. 양국 간 파트너십 강화 필요성(strategic imperative)에 대한 인식은 매우 희박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양국의 주요 분야 전문가들이 정례적이고 지속적으로 만나 대화할 수 있는 채널들, 즉, 양국 전략 커뮤니티 간 1.5/2/0 트랙 정책포럼 등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양국의 외교전략 당국자 간 ‘신뢰 구축’을 위한 노력이 긴요하다. 양국 정상을 비롯해 고위급 대화(high level dialogue)를 활성화하여 양국의 전략적 우선순위, 우려 사항 등에 관해 솔직한 대화를 통한 전략적 소통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긴요하다.
또, 양국 간 이해관계와 선호가 일치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기능적/경제적 협력을 심화할 필요가 있다. 양국 간 성공적인 방산협력 경험(K-9 자주포 수출)에 기반해 조선 등 방산협력 분야를 보다 확대하고, 반도체 등 제조업 분야에서 공급망 구축, 해양안보 분야에서 교류/협력 강화, 전략대화(strategic communication) 추진 등 양국의 이해가 일치하는 분야에서의 실질 협력을 확대하는 노력도 해야 한다.
미주
[1] 특히, 양국은 인도의 방산 기술 역량 강화를 위해 제너럴 일렉트릭(GE)사가 인도 힌두스탄 에어로노틱스 사와 F414 제트 엔진 공동 생산에 합의했다. 또한 모디 총리가 중점을 두는 반도체 부문에서 메이크-인-인디아 추진을 위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onology) 대규모 투자 유치 등 인도 반도체 생산 역량 강화를 위한 협력 강화에 합의하였다.
[2] 예를 들어, 피유시 고얄(Piyush Goyal) 인도 상공부 장관은 2023년 한 연설에서 인도 시장에서 가장 성공적인 현지 투자 및 진출 사례로 평가되는 현대 및 기아 차에 대한 매우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인도에서 현지생산과 판매를 하는 현대 및 기아 자동차가 부품을 한국으로부터 대량 수입함으로써 인도에 수십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야기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고얄 장관의 이러한 언급은 단순히 개인적이고 예외적인 견해라기보다는 인도 정부 통상정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인도 주류층의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3] 예를 들어, 피유시 고얄(Piyush Goyal) 인도 상공부 장관은 2023년 한 연설에서 인도 시장에서 가장 성공적인 현지 투자 및 진출 사례로 평가되는 현대 및 기아 차에 대한 매우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인도에서 현지생산과 판매를 하는 현대 및 기아 자동차가 부품을 한국으로부터 대량 수입함으로써 인도에 수십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야기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고얄 장관의 이러한 언급은 단순히 개인적이고 예외적인 견해라기보다는 인도 정부 통상정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인도 주류층의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인도의 부상과 한국의 인태 전략
김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인도남아시아 팀장
1. 인도의 전략적 부상과 경제협력의 변화양상
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지경학적 중요성이 주목받는 가운데 인도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인도는 궁극적으로 G3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며, 그 가능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 미국 등 유사입장국들은 인도의 외교, 군사, 경제 등 역량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인도는 더욱 적극적으로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 인도가 중국과는 최근 소원해지고, 미국과는 상당히 근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는 최소화하고 사안별로 동맹관계보다는 자국의 이해관계 고려한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경향을 뚜렷이 보인다.
이러한 특성은 외교안보는 물론 경제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포괄적인 진영 논리에 따라 인도의 대외경제협력을 이해하기보다는, 해당 사안의 특징과 이에 대한 인도의 독자적인 입장, 니즈 등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예컨대 인도는 중국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상하이협력기구 등에서 일정한 협력관계를 형성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일대일로에 대해서는 적극 반대하고 있다. 한편 미국 등 서방 국가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의 군사, 경제적 교류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은 최근 몇 년 사이 인도와의 전략적 경제협력을 크게 강화해 왔다. 이들은 이미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한 다변화에 착수하고 있으며, 단기간 내에 완전한 탈중국화를 이루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아시아의 대안적 협력 파트너로서(Altasia) 인도가 부각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미 인도를 중심으로 전략적·경제적·기술적 파트너십 네크워크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이 두드러지면서 지정학적, 그리고 첨단기술을 둘러싼 진영 간 경쟁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전략적 가치가 높은 대인도 경제협력의 양상 역시 뚜렷이 바뀌고 있다. 무역(통상협정 체결), 가치사슬 복원력, 청정에너지·기후변화, 디지털은 전략적 환경 변화와 더불어 주요국의 대인도 협력이 눈에 띄게 변화 또는 강화되고 있는 분야이다. 이들 분야는 글로벌 전략 환경의 변화에 따라 대인도 협력의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어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따라서 우선적으로 대인도 협력을 모색할 필요성이 있다.
2. 한․인도 경제협력의 과거와 현재
한-인도 수교관계는 1973년에 수립되었지만, 실질적인 양국간 경제관계는 1990년대 중후반, 2000년대에 들어 시작되었다. 1996년 한국 정상이 최초로 인도를 국빈방문한 이래, 경제는 양국 관계의 핵심이었다. 당시 인도정부는 한국을 ‘빠른 산업화에 성공한 국가’로 인식했으며, 한국정부 역시 인도의 광대한 경제적 잠재력에 주목하였다. 같은 시기에 인도 정부는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의 100% 지분 투자를 승인하였다. 이후 2003년 부터 2009년 사이 한국기업들의 진출 확대와 더불어 양국간 경제관계가 본격화되었으며, 한·인도 CEPA 협상도 이 기간 중 시작되었다(2008~09). 이에 따라 한국의 대인도 수출은 2002년 13억 8,410만 달러에서 2008년 89억 7,710만 달러로 증가했다.
<무역을 중심으로 본 한·인도 경제관계 발전 과정(단위: 백만달러)>
주: 2023년 무역은 1~9월 합산 / 자료: 한국무역협회 K-stat(검색일: 2023. 11. 12.)
한·인도 CEPA 발효(2010년 1월 1일) 이후 양국 경제관계는 지금의 구조를 형성했다. 한국의 대인도 수출은 2010년 114억 3,460만 달러에서 2022년 188억 7,010만 달러로 증가 했으며, 인도는 2022년 상품 무역 기준 우리나라의 제11위, 수출 기준 제8위 상대국이다. 중간재 중심의 한·인도 무역구조가 심화되었으며, 한국의 수출이 확대되는 가운데 무역불균형이 확대되었다(2022년 약 100억 달러). 2014년 출범한 모디 정부는 정치적 리더십과 일관성 있는 경제정책으로 인도경제의 안정적 성장 도모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2017년) 이후 모디 정부가 제시한 자립인도 정책(Atmanirbhar Bharat Abhiyaan. 2020년)은 인도의 글로벌 위상 변화와 그에 발맞춘 인도의 경제발전 전략의 전환을 시사한다.
즉 자국 내 산업 육성 기조를 분명히 하는 가운데, 외국인투자 장벽 및 기업환경은 적극 개선하되, 무역장벽은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도는 2010~22년 누적 기준 한국의 제20위 투자 대상국으로, 누적 투자액은 57억 4,400만 달러이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우리나라의 대인도 투자 가운데 제조업 부분은 2010~ 2022년 누적 기준 78%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대인도 투자는 1990년대 중후반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대기업의 인도시장 진출 이후 제조업을 중심으로 확대되어왔다.
최근 인도는 △ 2022년 해외직접투자 유입량 세계 8위, △ 그린필드 투자 건수는 1,008건 으로 미국, 영국에 이어 세계 3위, △ 국제 프로젝트 파이낸싱 프로젝트 건수는 187건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하는 등 주요 투자대상국으로 부상 중이다. 인도의 육성 수요가 집중되는 핵심산업으로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재생에너지 분야 등이며, △ 반도체 제조업 육성정책 (2022년), △ 전기차 지원 보조금정책, △ 배터리 관련 프로젝트 VGF(Viability Gap Funding), △ 신재생 에너지 분야 100% FDI 허용 및 보조금 지급 등 지원정책을 시행 중이다. 특히 인도가 육성하고자 하는 기간산업의 대부분에 걸쳐 한국이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양국 관계의 향후 잠재력을 시사한다.
3. 한-인도 경제협력의 미래
미·중 디커플링이 진전되는 가운데, 인도의 전략적·경제적 위상 강화와 더불어 한·인도 경제협력은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KIEP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한국과 인도 전문가들 모두 전략적 파트너로서 양국간 협력의 중요 영역으로 △ 경제안보, △ 대중국 의존도 완화, △ 양자․다자 간 외교를 꼽는다. 인도의 높은 성장 잠재력과 전략적 위상 상승을 고려할 때, 장기적인 호흡으로 포괄적인 대인도 경제협력을 추진하는 한편, 이를 통한 신뢰 구축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인도경제의 최대 과제는 제조업 육성으로서, 미·중 전략경쟁하에서 한·인도 협력 역시 제조업을 중심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입장에서 인도는 대중 리스크 완화, 생산기지 다변화, 시장 확대, 혁신 등을 위한 파트너로서 잠재력을 보유한 국가이다. 인도의 입장에서 한국은 제조업 육성, 대중 경제의존도 완화 등의 측면에서 중요도가 높은 파트너로서, 한국이 경쟁력을 보유한 조선, 자동차, 전기전자, 반도체, 차세대 통신 등의 핵심산업은 인도정부가 전략적으로 육성하려는 분야와 거의 일치하며, 현재 한국의 대세계 수출과 해외투자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제조업을 넘어선 다양한 협력 분야를 모색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인도는 제조업 육성 이외에 기술개발, 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 자원 대체, 인프라 개발 등 다양한 과제를 안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외협력 수요가 많다. 또한 인도는 ICT, 항공우주, 인공지능 등 분야에서 우수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미·중 경쟁 하에서 한국경제의 첨단화를 도모할 수 있는 새로운 파트너이다. 정책과제를 몇가지 제안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인도 CEPA 개선협상을 마무리하여 양국 경제협력의 대표적인 플랫폼으로 활성화하는 한편, 반도체를 비롯한 전기전자, 자동차(전기차 포함), 배터리, 항공 우주, 방위 산업 등 전략산업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2023년 G20을 계기로 한·인도 정상 회담을 개최한 결과, 양국은 장관급 한·인도 산업협력위원회를 설치하고 민간경제단체간 협력 네트워크를 신설할 방침으로, 상기한 전략산업을 핵심 어젠다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인도 측의 무녁 불균형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인도의 국내 생산 및 수출에 대한 한국의 기여도가 높아지는 추세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둘째, 첨단기술, 디지털 영역은 진영간 분절화가 첨예한 영역으로, 인도의 시장 및 전략 파트너로서의 잠재력이 크다. 우선적으로 대인도 협력을 모색해볼 수 있는 영역은 통신 장비부터 인공지능, 양자 컴퓨팅 등 첨단기술 영역, 사이버 보안, 공공서비스 디지털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도는 금융, 헬스케어, 교육, 게임 등 디지털 서비스의 성장 속도가 매우 빨라 상기한 한·인도 정부간 장관급 통상정책 대화 채널에 디지털경제를 어젠다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셋째, 개발협력은 인도의 방대한 수요를 고려할 때 한국이 크게 관심을 기울여야 할 영역이다. 인도는 최근 인프라 등 경제개발자금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ODA를 받기 시작했으며, 국가 인프라 파이프라인(NIP), 재난복원 인프라 개발, 북동부 지역 개발, 신재생에너지 등과 관련된 수요가 높다. 교통과 에너지 인프라는 인도의 인프라 개발 수요가 집중된 영역이다. 에너지·기후변화 대응 분야는 인프라와 더불어 인도의 당면 수요가 집중된 영역으로, 한국의 지원에 대한 인도의 호응 가능성이 높은 분야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도에서 형성된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바탕으로 인프라, 산업 육성, 인적자원 개발, 경제 활성화, 무역촉진 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의 개발 경험을 인도에 전달하는 사업도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넷째, 문화·인적 교류를 통한 상호간 이해를 통한 신뢰도 제고는 한·인도 관계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앞서 논한 바와 같이 양국간 관계자본이 본격적으로 형성된 기간은 20~30년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인도에서 한류가 인도 전역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22년 주인도한국문화원과 세종학당의 한국어 수업에 대한 수요는 2020년 대비 400% 증가, 2021년 대비 30%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 정부의 인도태평양전략이 제시한 ‘상호 이해와 교류 증진’은 특히 인도와의 관계 심화를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판단된다.
인도의 부상과 한국의 인태 전략
최 윤 정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센터장
1. 한국의 인태 전략에서 왜 인도가 중요한가⑵
윤석열 정부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의 축(pivot)으로 삼고 항해의 나침반이 될 인도・태평양 전략(이하 인태 전략)을 발표하였다. 한국의 인태전략은 한국 정부 최초의 포괄적 지역전략이자,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전략적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인태 지역의 자유·평화·번영을 위해 더 많은 기여를 하겠다는 관여 확대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의지를 행동으로 전환하기 위해 9개의 중점추진과제를 설정하였으며, 정부 각 부처 및 기관들과 긴밀한 협의를 거쳐 2023년 12월 52개에 달하는 범정부 이행계획을 발표하였다.
인태 전략의 실질적인 시행 원년인 2023년은 한국의 정체성에 기반한 외교를 실천하는데 주력하였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의 가치를 중시하는 외교를 펼치는 한편, 한국이 과거 경제발전 과정에서 얻은 혜택을 동료 국가들에게도 전파하여 “함께 잘 사는” 외교정책을 실시하고자 하였다. 한미일 삼각협력, NATO AP4, 태평양 도서국과의 정상회담, 아세안과의 연대구상 등이 대표적이다.
이제 2024년은 한국이 가치외교에서 시작하여 저변을 넓히는 원년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같이 한국 외교가 확장성을 추구함에 있어 인도가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인도는 세계 3위의 국방예산, 4위의 국방력, 5위의 경제력을 지닌 준(準) 강대국이다. 세계에서 IT 엔지니어링 및 소프트웨어 분야의 기술자를 두 번째로 많이 보유하고 있고, 기초 과학 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인공지능, 우주‧항공과 같은 핵심 과학기술 수준도 높다. 이같은 국가경쟁력을 바탕으로 인도 정부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지 100년이 되는 2047년에 과거 인도의 영광을 재현하는 ‘강한 인도’를 실현하겠다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인도의 행보는 향후 국제정치 향방의 중대 변수로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인도는 미‧일‧인‧호 4자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주요 20개국(G20), 민주주의 10개국(D10),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I2U2(인도‧이스라엘‧미국‧UAE) 등 서방(the West)이 주도하는 주요 협의체의 핵심 멤버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도와의 파트너십을 미국의 인태전략 추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대외관계로 꼽았다.⑶
한편 인도는 브릭스(BRICS), 상하이협력기구(SCO), RIC(러시아-인도-중국) 그룹과 같이 반(反)서방으로 분류되는 협의체에서도 원년 멤버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23년에는 SCO 와 G20의 의장국으로서 정상회의를 개최하였다. 같은해 1월과 11월 두 차례의 글로벌 사우스 정상회의를 개최한 인도는 글로벌 사우스의 맹주이자 리더의 위치를 재확인하였다. 모디 총리도 인도가 ‘세계의 친구(Vishwa-Mitra)⑷’라고 하면서 교량 국가로서 인도의 가치를 부각시키고 있다.
이처럼 냉전기 비동맹(Non-alignment)에서 시작된 인도 외교는 탈냉전기 다층적 제휴(multi-alignment)를 거쳐 최근에는 국력에 대한 자신감 상승을 배경으로 그야말로 ‘전방위 외교(all-alignment)’로 확장되고 있다.⑸ 미중 경쟁의 심화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서방과 비서방간 진영화가 가시화되면서 인도의 외교적 선택과 역할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인도・태평양의 지정학 및 지경학적 중심이자 양 진영에 모두 가담하고 있는 인도와의 외교는 한국이 인도・태평양으로 외교의 지평을 확대하고 독자적인 지역전략을 수행하는데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2024년 4~5월 총선에서 3연임이 기정사실화⑹ 되고 있는 가운데 모디 정부가 강조하는 인도의 외교 비전을 이해하고 한국 외교 비전과의 접점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인도 관계는 향후 발전의 여지가 크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 양국은 놀라운 협력의 잠재력을 갖고 있으나 성과는 잠재력에 미치지 못했다. 외교 및 안보 측면에서의 거리감은 더 컸다. ‘인도・태평양’이라는 전략 개념을 도입하면서 한국과 인도가 모두 새로운 정체성과 역할을 찾아 나가는 시기에 한국과 인도는 서로에게 과거와는 다른 전략적 중요성을 갖게 된다. 특히 이는 양국이 가치와 이익을 모두 중시하는 외교적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2. 한-인도 협력의 새로운 전략적 가치
1990년대 양국 관계는 무역과 투자를 중심으로 발전하였던 바, 1990년 10억 달러 미만이었던 양자 교역은 2022년 278억 달러에 달하는 성장을 보였다. 여기에는 2009년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 2010년의 전략적 동반자 협정(SPA), 2015년 특별 전략적 동반자 협정(SSPA) 등 몇 번의 이정표가 있었다.
CEPA와 SSPA 외에도 한국과 인도는 2010년 9월 국방 협력과 국방 연구 및 개발에 관한 양해각서, 2011년 민간 핵에너지 협력 협정, 2014년에 기밀 군사 정보 보호 협정 등을 체결하여 협력을 공고화하였다. 2013년에 국장급에서 시작된 국방정책대화는 2018년에 국방 차관급으로 승격되어 '2+2 대화'로 발전하였다. 2020년에 방산협력 로드맵을 승인하였고, 인도는 2017년에 한국의 K9 자주포(현지 이름 ‘바지라’) 100문 도입에 이어 2023년 100문 추가 도입을 결정했다.
이같은 관계 발전은 양자 관계의 구조적 변화와 상호 보완성에 대한 공감대 위에 가능했다. 냉전 후의 세계 질서에서 인도의 외교정책은 중립보다는 미국과의 교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하였고, 미국의 동맹국이었던 한국은 인도의 개방적인 시장경제가 주는 이점에 주목하였다. 1990년대 중반 북한과 파키스탄 간의 핵 및 미사일 기술 교환에 대한 보고서도 양국 관계 진전에 영향을 주었다.
이제 한국과 인도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비약적인 관계의 도약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양국 모두 인태 외교 비전에서 ‘자유, 평화, 번영’의 가치를 중시한다. 특히 인도의 인태 전략은 미국, 일본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 FOIP)의 개념 위에 ‘포용성’의 원칙을 추가하여(Free, Open, Inclusive Indo-Pacific, FOIIP), 기존의 인태 전략이 내포했던 배타성을 최소화하는 대신 협력의 기회를 창출하는데 보다 집중하였다.
중국의 공세적 부상을 위협으로 인지하면서도 '포용성'의 협력 원칙을 통해 중국과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한국과 인도의 전략은 상당한 유사성을 보인다. 또인도는 일본을 한국과 함께 인도-태평양의 안정과 번영을 구가하는 지역 질서 구현의 핵심적인 파트너로 인식하며, 한일 관계 개선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동아시아를 넘어 남태평양 국가들에 대한 접근방식도 유사하다. 2023년 5월에 인도 총리는 14개 남태평양 국가와 함께 3차 인도-태평양 제도 협력 포럼(FIPIC) 정상회의에 참여했고, 같은 달에 윤석열 정부도 한국 최초로 태평양 도서국 정상회의를 개최하여 한국의 인도・태평양 비전을 공유하였다.
양국은 글로벌 사우스와 글로벌 노스를 연결하려는 노력에서도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원조 수혜국에서 원조 공여국으로 전환한 유일한 나라로서 특히 2010년 G-20 정상회의 개최 이후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을 늘리고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연결하기 위하여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전술한 바와 같이 글로벌 사우스의 리더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와의 협력은 한국 인태 전략의 기여외교(Contributive Diplomacy) 차원에서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다.
3. 인태 전략 차원에서의 한-인도 협력 방향
한국은 달라진 전략 환경과 그 안에서 더욱 가치를 발하는 인도의 중요성에 주목하여 인도를 ‘전략적 협력국가’로 삼고 한국 외교의 지평을 넓히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인도는 군사안보 뿐만 아니라 경제, 기술의 측면에서 모두 중국을 대체하기 위한 의지와 함께 일정 정도의 역량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인도는 중국의 대안적 파트너가 될 수 있고 나아가 우리의 대중국 관계에도 레버리지가 될 수 있다. 양국의 인태 전략 하에서 한-인도 관계는 지역 및 양자간 수준에서 협력을 확대하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거듭나는 중요한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아래에서는 양국 인태 전략의 비전과 실행 계획을 토대로 자유, 평화, 번영의 한-인도 협력 방향을 제시하였다.
<그림. 인도-태평양 전략 하에서 한-인도 파트너십의 발전 방향>
출처: 동 주제 관련 저자의 최근 원고를 수정, 보완하였음. Yoon Jung Choi and Sandip Kumar Mishra. 2024. “Pivotal Partnership in the Indo-Pacific: Assessment of Korea-India Relations and the Road Ahead.” 『Sejong Policy Brief』 No. 2023-19(2024.1.12.)
가. 자유
[상호 전략적 가치와 인식 제고]
[양자 및 다자 플랫폼에서의 협력 증진]
[차이를 인정하는 성숙한 파트너십]
나. 평화
[해양 안보 분야의 긴밀한 국방 협력]
[인태 개발협력 논의 확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협력 강화]
다. 번영
[단순 무역 관계를 넘어 함께 번영하는 파트너십]
[핵심 기술 및 광물 협력]
[한-인도 합동 공급망 구축]
참고 문헌
1) 본 토론문은 주제와 관련된 저자의 최근 원고를 수정 및 보완하여 작성하였으며, 가급적 해당 부분의 출처를 하단에 표기하였음.
2) 인도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해서는 최윤정. 2023. "인도‧태평양 시대의 한-인도 협력." 『외교』 제145호(2023년 4월)을 수정 및 업데이트 하였음.
3) “India ties most important for Joe Biden: White House.” The Times of India (April 10, 2022); The White House. 2022. Indo-Pacific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
4) 2023년 8월 15일 인도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모디 총리는 인도가 세계의 친구로서 세계에 안정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강조(“India Emerges As 'Vishwa-Mitra', Bringing Stability To The World: PM Modi”(https://www.ndtv.com/india-news/india-emerges-as-vishwa-mitra-bringing-stability-to-the-world-pm-narendra-modi-4300115).
5) 탈냉전기 인도 외교노선의 변화에 대해서는 최윤정. 2022. “신냉전 시대 인도의 외교적 선택과 전략적 자율성” 『세종정책브리프』 2022-17. 세종연구소를 참고
6) 최윤정. 2024. "인도 정세와 2024년 전망." 『정세와정책』 2024년 1월호 (통권 370호). 세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