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AR Policy Brief

북중러Vol 14. 북•중•러 3각 협력의 전망과 한반도 안보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I 엄구호 한양대 교수 I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발행 일시 : 2024년 10월

발행 기관 : NEAR 재단

집필 제목 : 북•중•러 3각 협력의  전망과 한반도 안보

집필 정보 :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엄구호 한양대 교수,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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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러 3각 협력의 전망과 한반도 안보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1.동북아 안보환경에 켜진 적신호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은 날로 변화하며, 대한민국에게 새로운 도전을 가져다 주고 있다. 한반도에서는 북한의 핵위협이 날로 더해가고 있고, 동아시아 차원에서는 중일관계 및 양안관계 등과 같이 우리가 직접 관련되지 않은 문제들로부터도 영향을 받고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미중 전략 경쟁이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미러 관계와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글로벌 사우스의 문제 등이 대두되고 있다. 또한 테러, 사이버, 기후 변화, 재난, 보건 위기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경제 안보 이슈가 대두되면서, 끊임 없이 도전요인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대한민국은 독자적 억제력, 한미 동맹, 주변국 협력, 글로벌 코리아 정책, 경제안보 외교 등 다양한 대응 수단을 강구해 왔다. 그러나 환경 변화의 속도가 워낙 빠르고 예상치 못한 다양한 변수들이 등장하고 있기에 한반도 및 동북아 안보환경에 적시호가 켜졌다는 문제인식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적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 상황에 대한 전략적 판단을 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밀도를 더해가고 있는 북러 협력이 자칫 한미일 대(對) 북중러라는 냉전시대의 구조적 대립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해야 한다. 이 경우 지난 30여년간 핵무기를 개발한 북한을 고립시키기 위해 노력해온 그간의 성과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이하에서는 먼저, 현재 대한민국이 고민해야 할 전략적 고민들과 그에 대한 현 상황을 평가해보고, 다음으로 최근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북중러 협력의 역사와 현황을 살펴보며, 향후 발생가능한 변수들과 파급효과를 점검한다. 외교안보 이슈는 어느 한 순간의 단편적 상황으로 평가해서는 안되며 중장기적 안목에서 연속성과 변화의 흐름을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북중러 협력을 평가해본다면, 북러관계의 진전 흐름 속에서도 아직 3자간 결속이 두드러지는 않은 상황이며, 미국 대선 이후 차기 행정부와의 긴밀한 협력 속에서 남북미 대 북중러 구도를 막고 북한 비핵화와 북핵 억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할 것이다.


2.  한반도 안보를 둘러싼 전략적 고민들

 현 상황에 대해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느냐는 향후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있어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는 첫 단계다.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효율적 대안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동북아 정세를 고려할 때, 대한민국이 고민해야 할 전략적 수준의 문제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미동맹과 한미일 공조가 중국의 위험과 위협을 억제할 수 있는지, 혹은 중국과 공존할 수 있는지, 둘째, 한국은 중일 양국의 민족주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셋째, 한미동맹의 성격과 범위가 정립되는 과정에서 미국과의 국가 이익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넷째, 우리의 국격과 국력을 증진하기 위한 자강의 노력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등이다.

다행히도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나름의 방향성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질문과 관련하여서는 한미 전략동맹을 강화하고, 확장 억제 및 포괄적 전략 협력을 발전시키며,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북한의 위협과 중국 문제에 동시 대응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한미동맹이나 한미일 안보협력의 억제 수준은 높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북한 핵능력이 가속화 되고, 중국의 공세적 행보가 이어지고 있기에 한미동맹이나 한미일 안보협력의 수준을 높여가며 이에 대응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둘째 질문과 관련하여서는 한일중 3국 협력 및 한중 관계 개선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중일의 민족주의는 당장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기에, 단기적으로는 맞대응하지 않고 인내하며 양자관계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그 결과 한중관계에 개선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고, 일본과의 협력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역내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노력이 지속 추진될 경우 중장기적 관점에서 민족주의로 인한 관계 악화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셋째 질문과 관련해서는 미국과의 협력을 확대하며 치열하게 논의하고 있다. 한미동맹의 성격 정립과 관련해서는 포괄적 전략동맹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 작년 4월 워싱턴 정상회담과 8월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명확한 방향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미국과의 국가 이익을 조화시키는 데 있어 여전히 비대칭성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비대칭성은 단기간에 극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중장기적인 전략을 통해 한미 양국간 공통분모를 최대한 확보하고 이익의 조화를 이루어 가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넷째 질문과 관련해서는 독자적인 첨단 군사력 건설 및 경제 안보 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통해 북한의 위협과 주변국의 잠재적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도 증대되고 있다. 물론 현 수준만으로 독자적인 자강 노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하며 안도할 수는 없다. 다만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도 외교 안보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정립되고 있다고 평가하며, 이러한 기조를 더욱 발전시켜 새로운 도전에 맞서야 할 것이다.


3. 북중러 협력의 역사와 최근 행보

<북중러 협력의 역사>

북중러 협력의 역사를 분석하면, 북방 3각 협력이 공고화되었을 때 대한민국에 불리한 상황들이 나타났고, 3국간 협력이 늘 좋았었던 것은 아니며, 국제정세의 변화에 따라 경쟁하고 갈등하며 협력의 강도를 달리해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한국 전쟁, 즉 6.25 전쟁을 들 수 있다. 6.25 전쟁은 북중러 협력의 전형적인 사례로, 이 전쟁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생존에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었다. 김일성은 전쟁을 기획하고 주도했고, 스탈린은 이를 승인하고 군사 원조를 제공하도록 독려했으며, 모택동은 중국의 참전을 결정하고 직접 개입했다. 이러한 전례는 북중러 협력의 잠재적 위험성을 인식할 수 있는 기초이며, 이를 예방하기 위한 준비의 필요성을 각인 시킨다.

한편, 북중러 협력도 변화를 거듭해 왔다. 김일성은 독재 체제 구축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중국과 러시아 세력을 배척하며 갈등을 겪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1956년 8월의 종파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김일성은 중국 지향의 연안파와 소련 지향의 소련파를 숙청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김일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외교관계를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것보다 자신의 독재 체제를 확립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김일성은 자신의 독재 체제가 구축된 이후에는 새로운 기회를 모색했다. 이 과정에서 김일성은 중국과 소련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전개했고, 1960년대 초 중국 및 소련과 비슷한 시기 동맹조약이라 할 수 잇는 ‘우호협력조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북한은 주체사상을 내세우며 가급적 독자노선을 견지하려 했고, 중소관계 역시 악화됨에 따라 삼각 협력의 성격은 약화되었다. 단지 냉전기에 걸쳐 대남, 대미 대결을 함께한 것으로 평가된다.

탈냉전기에 접어들면서 상황은 완전히 변화하였다. 한러, 한중 수교가 이루어졌고, 북한은 중국 및 러시아와의 협력을 도모하기가 어려워졌다. 북러 조약은 폐기되었으며 나중에 새로운 조약으로 대체되었지만, 자동개입 조항이 사라졌다. 북중간 우호협력조약은 유지되었지만 중국은 북한을 동맹으로 표현하는 것을 자제했다. 그 결과 탈냉전기 전반에 걸쳐 북중러 협력은 약화일로에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중 전략 경쟁이 격해지면서 북한의 전략적 입지가 개선되었고 북중 관계의 개선이 이루어졌다. 동시에 북러 관계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급격히 개선되고 있다.


4. 미중 전략 경쟁과 북중러 협력

최근 들어 역내 주요국 간의 관계는 다차원적으로 얽히며 안보 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 미중 경쟁이 치열해지는 과정에서 중러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미국의 대중 견제 정책은 트럼프 정부와 바이든 정부에서 지속되고 있다. 미국의 대러 정책 또한 변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바이든 정부에서는 트럼프 정부 보다 강경한 대러 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강경한 접근은 중러 간의 협력을 더욱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동시에 북한의 전략적 행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작년 한해 중러 합동 군사훈련이 총 6회 개최되었으며 이는 역대 최다 기록이다. 이러한 추세는 미국을 대상으로 하는 중러 간 협력이 강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에 있어서는 러시아를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고 있는 중국의 입장으로 인해 중러 관계의 진전에 한계를 드러내고도 있지만, 적어도 대미 공동라인 만큼은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 중러 정상회담에는 항상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대한 군사적 위협 행위에 결연히 반대한다’는 메시지가 발표되고 있다.

북한은 이러한 대립구도에서 기회 요인을 포착하고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2018년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북중 관계를 먼저 복원한 뒤, 북러 관계도 강화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에 물자 지원을 하기 시작하며, 북러관계는 북중관계 이상의 친밀도를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인해 군사 물자 지원이 절실한 러시아의 입장이 북핵 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군사기술과 생존에 필요한 경제적 지원을 확보해야 하는 북한의 입장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북러 관계가 개선되었더라도 북중러 협력을 3자 협력이나 3자 동맹으로 간주하는 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현재 중러는 한반도 비핵화를 종종 언급하는 반면, 북한은 사실상의 핵 보유국임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유엔 대북 제재와 관련하여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이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유엔 제재 문제를 가급적 언급하지 않고 있는 러시아에 반해 중국의 경우 유엔 제재를 공개적 언급하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제재를 이행한다는 입장을 전개하고 있고, 이를 둘러싼 북중간의 기류도 종종 이상징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 협력 측면에서도 북러 간의 거래는 확대되고 있는 반면, 북중 간의 경제 협력은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북중러 3국 차원의 공동 조치나 프로젝트가 없다는 점은 북중러 간의 협력 구조가 3자 협력이나 동맹 관계로 발전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5. 북중러 협력의 변수

이러한 정세 변화 속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각국의 입장을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 한국 외교의 당면 과제라 할 수 있다. 특히 북중러 3국간 협력을 둘러싼 기류 변화를 면밀히 살펴보고, 이를 활용하는 북한의 대남전술 변화를 예측해야 한다. 미래 북중러 협력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개 양상이다. 현재는 전쟁 양상이 정체상태에 빠진 것으로 볼 수 있지만, 향후 정전 협상 개시와 같은 변화 요인이 등장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협상이나 정전 국면으로 전개될 경우 북러 관계의 동력은 약화되고 중러 관계에서는 기회요인이 등장할 수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 확산될 경우 북러 관계에는 기회요인으로, 중러 관계에는 도전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이 대통령 선거 역시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민주당 후보인 해리스 현 부통령의 대외정책 방향은 바이든 행정부와 유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한미동맹 및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다자적 접근을 지속적으로 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다양한 소다자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이에 대응하여 중국과 러시아는 자신들의 협력의 필요성을 더욱 느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민주당 정강에서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가 빠졌다는 점은 북한과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의 대북 정책과의 조화가 중요해 지며, 우리는 이러한 변화에 대비하고 예방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대통령직에 복귀한다면 다자적 접근보다는 양자적 접근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개별적 담판을 중요시 할 것이며, 정책 변화의 폭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축소될 가능성도 존재하며,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양상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북한과도 정상 차원의 또 다른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기에 예측 불허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과거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과정을 복기해보면 나쁜 거래보다는 거래를 안 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하며, 소위 '핵동결 거래'를 수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미북 대화가 시작된다면 그 향방은 예측하기 어렵고, 한국은 전략적 판단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마지막 변수는 최근 북중 관계에서 나타나는 이상 징후들이다. 중국의 북한 관련 조치들은 여러모로 이례적이다. 2019년 시진핑과 김정은의 정상회담 기념으로 제작된 발자국 동판이 소리 없이 사라진 점과 북한 노동자의 귀국 통보가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북중 우호조약 체결 63주년과 관련하여 북한의 당 기관지에 관련 기사가 보도되지 않았고, 전승절 기념 행사에 왕야준 주북 중국 대사가 참석하지 않은 사실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현상들이 과연 북러 관계의 밀착에 따른 중국의 거부 반응인지, 아니면 중국이 경제 위기를 탈출하는 것을 우선시하며 북한, 러시아 등과의 반서방 연대를 강화하는 것보다, 한미일 협력을 완화하려는 전술적 행보를 하는 것인지는 향후 관심을 갖고 지켜보아야 할 중요한 요소들이다.


6. 종합 평가 및 정책적 함의

현재 북중러 관계는 삼각동맹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각국의 입장이 다르고 협력이 나타나는 영역 역시 양자관계 중심으로 돌아가지 3자 협력은 제한된다. 물론 북한은 3자를 연계하여 대미 및 대남 문제에 대응하는 생존 수단으로 삼으려 들 것이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각기 다른 입장을 유지하고 있고, 이로 인해 북중러 간의 협력이 체계화 되거나 동맹으로 발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재의 북중러 협력은 미중 및 미러 관계의 영향을 받는 유동적인 발전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상황에서 어떠한 협력이 완성되거나 특정한 형태로 발전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지속적인 발전 과정에 있다는 점이다. 만약 현재보다 동북아 정세가 악화된다면 북중러 협력은 밀착되고 구조화 될 수 있다. 이 경우 과거 냉전 구도와 유사한 상황이 도래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그 결과 북중러 협력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은 구조적 대결을 예방하는 방향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북중러 협력이 구조화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미 간의 전략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전략 협력은 단순한 양자적 협력 논의에 그치지 않고, 대중 관계 및 대러 관계를 포함한 거시적 차원의 접근이 요구된다. 북한 문제를 중심으로 논의해왔던 과거의 협력에 기반하여, 인도-태평양 차원에서 대중 및 대러 전략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논의하는 포괄적 전략 협력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북중러 협력과 충돌하지 않는 제3의 영역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중국과의 관계는 과거의 ‘안미경중’ 프레임이 깨진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추진하더라도 새로운 영역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미중 전략 경쟁으로 인해 현재 중국과 경제 협력이 제한되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점, 한중 간에도 기술 경쟁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중국과의 경제 협력이 우리에게 긍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러시아와 관련해서는 포스트 우크라이나 시나리오를 준비하면서, 과거 30년 동안 극동 개발에 기여하겠다는 공언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협력 사업을 발굴하지 못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협력 영역을 찾고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끝으로 북한의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재의 정책, 즉 한미 동맹을 통한 안보 협력 강화와 주변국 상황 관리라는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동시에 미국의 대선 과정을 면밀히 분석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선제적 노력이 필요하다. 북한 비핵화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꾸준한 외교적 노력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대화의 기회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북핵 억제력을 독자적 차원과 한미동맹 차원에서 모두 강화해 나가는 지혜와 결단이 필요하다. 

이러한 다각적인 접근과 체계적인 전략 수립을 통해 우리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도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우리의 외교안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러시아 지방은행들이 루블화 결제를 거부하는 일이 나타나는 경우나 중국에서 활동하던 북한 운동 선수를 제재 준수라는 핑계로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일 등은 중국의 수위 조절 행위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




북중러 3각 협력의 전망과 한반도 안보

엄구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북중러 3각 협력의 논의는 작년 여름 쇼이구 국방장관의 방북 이후 급속히 진행되어 금년 6월 19일 ‘러북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으로 이어진 북러 밀착과 러시아의 중국과 북한에 대한 북중러 협력의 필요성 제기로 가시화되었다. 따라서 북중러 연대 가능성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판단해야 할 두 가지 전제적 문제가 있다. 첫 번째 문제는 3각 협력의 추동 요인인 북러 관계는 지속가능할 것인가이고, 두번째 문제는 북중러 3각 협력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무엇인가이다.


1. 러북관계의 지속 가능성

첫 번째 북중러 관계를 추동하는 러북관계는 지속가능한가? 이 문제의 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질문의 답으로 대략적 예측이 가능할 것이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중국의 영향권이었는데 러시아가 과연 북한의 자신의 영향권 국가로 편입시킬 수 있는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료 후에도 양국에 협력의 이익이 지속될 수 있는가? 그리고 북한과 러시아는 미 대선 이후에도 전략적 차원의 조응성이 있는가?

첫번째 북러 밀착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양가적으로 보인다, 북러 밀착은 중국의 영향권 침범이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불쾌한 일이다. 다만 현재 중국이 안고 있는 서구와의 관계의 복잡성은 줄일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러시아의 패배를 원하지 않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무기 지원할 수 없는 중국에게 부담을 줄여주고 한국, 일본에 대한 지렛대를 강화 시켜주는 측면이 있으며, 대북 제재 위반의 책임을 러시아에 전가할 수 있다. 이에 더하여 러시아와 북한 모두 중국에게 전략적 자산이기 때문에 북러 밀착에 대한 불쾌한 반응을 직접적으로 보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북러 간 밀착이 통제 가능한 수준까지 관망적 접근을 취하면서 한국과의 관계 개선 또는 서구 제재 준수 등의 경제적 수단으로 그 수위를 조절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

두번째 전쟁 이후 양국의 이익 지속 가능성은 적다고 보아야 한다. 북한과 러시아 모두 제재를 받고 있고 협력 분야의 비보완성(양국이 모두 자원국)으로 인해 새로운 협력 분야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이 참여한다면 북중러 경제권이 국경 근처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있으나 그나마도 저위 산업 위주가 될 것이다.

북한, 러시아의 대중 수출 상대 가격이 낮기 때문이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경제회복을 위해 한국과의 경제 협력이 절실해질 것이기 때문에 러북간 경제협력은 그 의미를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2020년 카라바흐 전쟁에서 동맹국인 아르메니아의 군사 개입 요청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아제르바이잔과 터키와의 경제적 실익으로 군사 개입을 하지 않은 것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세 번째 북러간 전략적 조응성은 미중 경쟁과 미러 갈등이 지속되는 한 존재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러시아 입장에서 북한은 반미 전선 구축에 도움이 된다.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 대응하면서 미국의 억지력을 유럽과 아시아에 분산할 수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는 일본과 한국이 이미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어 한국과의 관계 악화로 인한 손실도 적은 상황으로 판단한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 소극적인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 한편 북한 입장에서 보면 러북 밀착은 신냉전 편승의 이익을 향유케 한다. 자체 자원을 동원하여 내부적으로 증가하는 전략적 위험을 통제하기 어려워진 북한의 입장에서 외부의 지원은 절실한데 의존성이 높은 중국보다는 러시아가 유리할 수 있으며 북핵 문제에 있어 중국보다 덜 냉정한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제재 완화 효과와 핵보유 위상 강화를 기할 수 있다. 다만 북한도 미 대선 이후 대미 관계 개선 여지와 주체 외교 손상 위험도 속도 조절에 나서게 할 가능성이 있다. 미 대선의 결과에 따라 러시아와 북한 모두 전략의 조정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북러 밀착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 대선의 결과에 따라 그 추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권의 큰 양보는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전쟁이후 양국협력의 이익 지속 가능성이 적어질 것이고 북한, 러시아 모두 중국 의존성이 적지 않아 중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2. 북중러 연대에 대한 중국의 부정적 입장

두 번째 문제 북중러 3각 협력에 대한 중국의 입장과 관련하여 중국의 입장은 부정적일 것으로 보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 북중러 연대 가능성은 미중 경쟁의 심화 정도에 따라 가변적이며 러북 밀착에 대한 러시아와 중국의 합의 여부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러시아 모두 여전히 중국의 중요한 반미 전략적 카드임을 감안하면 중국은 북러 밀착이 통제 가능한 수준까지는 관망적 접근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

그 이유는 첫째, 중국의 삼각축 참여는 미국의 동맹과 냉전적 사고방식에 대한 비판과 모순되며, 둘째, 삼각축 형성은 한미일 안보협력을 가속화하고 역내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수 있으며, 셋째, 삼각축은 최근 개선된 미중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고, 넷째 삼각축은 국제사회에 중국의 위상을 훼손하고 중국의 국제협력을 제약할 수 있으며, 마지막으로 중국은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해 경제적 압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은 동북아의 전략적 세력균형이라는 지정학적 목표를 달성 가능한 범위 내에서 비핵화를 지지하기 때문에 중러간 북핵 문제에 관한 관점의 차이는 점차 커질 것이다. 따라서 북중러 연대에 대해 중국이 묵시적 수용 또는 의견 불표명의 자세를 보일 수 있으나 내부적으로 상당히 부정적 자세를 견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북중러 3각 관계의 성격

위의 두 문제 분석에 기초하여 북중러 3각 관계의 향후 성격을 규명해 볼 수 있다. 최근 학계의 입장은 북중러 삼각관계가 제도화되지 않았더라도 폐쇄된 3각관계 속에서 양자관계가 활성화되어 마치 3자 협력이 제도화된 것 같은 선순환적 메커니즘이 구성되고 있다는 주장과 각 양자 관계에는 구조적 결함이 존재하고 있어 선순환 메커니즘은 나타나지 않고 불안정한 속성을 갖는 3자 동거 모델이 될 것이라는 주장으로 대별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북러가 너무 가까워지면 중국은 불리한 위치가 되지 않기 위해 북한과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는 과정은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에 이 과정이 북한과 러시아 관계에도 영향을 미쳐 선순환 메커니즘으로 보이는 과정이 일정 기간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각 양자 관계에 구조적 결함이 존재하기 때문에 주요 의제별로 3국간 미시적 정책 조정이 가능한 견고한 제도화 수준으로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우선 북러간 관계를 보면 상호 요구와 기대 수준이 불일치한다. 고급 군사기술을 원하는 북한과 북한이 재래 무기 생산 가치 사슬에 편입되기를 바라는 러시아와 그 기대 수준이 다르다. 북중간 관계도 발표에서 언급되었듯이 취약성을 보이고 있다. 군사동맹 조약을 갖고 있지만 2021년 조약 갱신 이후 존재 가능성이 모호하고 최근에 북중간 상호 불신을 보여주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1961년 동맹 조약이후 합동 군사 훈련 경험이 없다. 중러간 협력도 정치·경제적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는 서구 관계를 회복 불가능으로 보지만 중국은 세계화를 포기하지 않으며 통상, 핵무기, 지역안정성 등 글로벌 의제에 관해 미국과 타협할 입장을 갖고 있다.

또한 양국간 경제 협력의 비대칭성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경제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고, 러시아는 비자원 부문 대중 수출 능력이 현저히 약하다. 또한 최근에 중국 기업들은 서구 기술권 접근 상실 위험 때문에 대러 협력을 주저하는 경향을 보인다. 러시아도 대중 의존을 줄이기 위해 중국과 국경 갈등을 갖고 있는 인도, 베트남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베트남 순방(6.19)을 통해 베트남과 남중국해에서 석유 및 가스 공동 탐사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중국에게 불안감을 주었다. 또한 모디 총리의 모스크바 방문(7.16)을 통해 푸틴 대통령은 합동 군사 훈련, 훈련, 군사 시설에 대한 상호 접근을 촉진하는 인도와의 물류 협정 초안을 승인했다.

 북중러 모두 미국을 위협 요인으로 보고 있어 반미 연대를 구축할 수 있으나 양자 관계의 구조적 결함과 중국의 미온적 입장 때문에 제도화 수준에 이르기는 어렵다 따라서 북중러 3각은 연대라기 보다는 임시적이고 결속력이 약한 전략적 제휴(strategic coalition)로 보아야 한다. 양자 관계의 구조적 결함으로 3국간 전략의 미시 조정도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견고성은 약할 것이다. 러북간 양자관계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부 의제가 있을 수 있으나 중국의 입장 차이로 3국간 입장 조정은 어렵다.


4. 더욱 어려워진 북한 비핵화

북중러 협력은 한국의 외교·안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그 중에서도 우려되는 것은 비핵화가 더 어려워 질 것이라는 점이다. 우선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 비핵화 중재자의 역할은 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북핵 정책은 NPT 체제 유지 보다 북한과의 관계가 더 우선 순위로 하는 경향을 보인다. 북한의 핵 능력 강화는 미국과 아시아 동맹국의 주의를 우크라이나에서 북핵 위협 증가로 돌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간접 군사지원 제공의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으며 핵비확산이 과거 무단 사용과 핵 테러의 위험을 줄이는 점에서 유용했으나 현재는 많은 비서구국가에 불공평하며 핵확산이 오히려 평화에 기여한다는 핵다자주의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제기된다.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은 국제사회의 반대가 심하기 때문에 완전 비핵화를 포기할 필요는 물론 없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북한이 초래하는 위협을 관리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핵확산 금지, 북핵 투명성 또는 안정성 개선, 군비통제 등의 논의가 필요하다. 이전의 경험과 중국의 입장을 고려할 때 단계적 접근, 핵무기 통제 접근이 북중 디커플링을 위한 현실적 접근이 될 수 있으며, 북한과 러시아 외교전략의 비생산적 측면을 부각시키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5. 러북 밀착에 대한 외교 대응

러북 밀착이 가속화 경향을 보이는 상황에서 한국의 외교 대응도 중요해졌다. 외교적 수단은 러시아의 안보리 이사국 지위와 중국 변수이다. 러시아 유엔 안보리 이사국 지위 유지를 가장 중히 생각하는 러시아로 하여금 대북 제재 위반의 부담을 안겨주어야 하며, 일정 수준 러북 군사밀착에 대한 중국의 불편한 심기 고려하는 외교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러북 군사기술 협력에 대해서는 한미간 정보 공유 능력을 키우고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여러 대응 수단 개발이 필요하다. 그중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 무기 지원 카드는 현실화 되었을 때 보다 카드로 갖고 있을 때 레버리지 효과가 더 크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한국의 우크라이나 간접 지원이 이미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직접 지원의 효과가 결정적이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기술 지원하면 한반도 군사적 균형에 장기적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북한의 밀착 관계에 따른 중·러·북 3각관계 진단

 박병광(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1. 중국의 러시아와 북한에 대한 셈법 및 의도

  가. 중국의 러시아에 대한 셈법과 의도

중국의 장기적 목표는 미국의 국력을 추월하여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고 중국 주도의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고, 미국 중심 서구 주도 국제질서의 변화를 추동하기 위한 ‘反美 연합전선’ 구축을 위해 러시아와 준 동맹국 수준의 연대를 유지하고자 한다. 그러나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은 자제하면서도 러시아로부터 에너지와 식량 등을 저가에 구입하고, 서방이 철수한 러시아 시장을 장악해 경제 이익을 챙기면서 러시아의 영향권인 중앙아시아에 적극 진출하는 등 ‘균형적 실용외교’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가 서방과 정면 대립하는 한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더 커질 것이란 셈법 아래 미국 및 유럽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러시아의 대중국 의존도 심화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러시아와의 준동맹적 전략적 협력관계를 지속라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 중국은 러북 밀착에 따른 대북 영향력 감소와 ‘중북러 vs 한미일’ 구도 및 군사기술 협력에 대한 우려와 불편함이 존재하지만 북한의 대러 군사 지원은 러시아에 직접 무기 지원을 꺼리는 중국의 부담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보는 측면도 있다.

 나. 중국의 북한에 대한 셈법과 의도

중국은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에 불편함을 느끼지만 공개적으로 반대하거나 비판하기 어려운 딜레마 속에서 對北 영향력 유지를 고민하고 있다. 중국은 러북 밀착을 관망하면서 경제 분야 교류와 협력을 ‘지렛대(leverage)’로 삼아서 러북 밀착을 견제하고 중북관계를 관리하려는 셈법을 지니고 있다. 중국은 러북 밀착이 과도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이이제이(以夷制夷)’ 방식에 따라 한중관계 소통강화와 발전을 통해 북한을 견제할 수도 있다. 중국은 러북 밀착을 보면서 국가이익에 따른 북한의 냉정한 행태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북한에 대한 ‘전통적 내면의 불신’도 다시 상기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러북 밀착을 보면서 국가이익에 따른 북한의 냉정한 행태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북한에 대한 ‘전통적 내면의 불신’도 다시 상기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이 직면한 대내외 환경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에 북한이 의도하는 러북 밀착의 배경과 구조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이 주도하는 중러북 연합구도에 일방 편승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중국은 중러북 연합구도 형성이 중국의 영향력 감소로 이어지고, 한미일 안보협력을 더욱 확대·심화시킴으로써 미국의 대중국 봉쇄망 강화로 연결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2. 북한의 對중국 셈법 및 중국의 한국에 대한 접근

  가. 북한의 중국에 대한 셈법

북한은 이른바 ‘신냉전’ 혹은 다극화 추세를 ‘진영화’로 인식하고, 미국의 힘이 미치지 않는 전략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의도한다. 북한은 중북·러북관계 강화를 통해 미국과 국제사회의 압력을 극복하고자 하며, 전쟁 장기화로 급박해진 러시아의 입장을 활용해 최대한 러시아의 지원을 화보하고, 對중국 종속성 극복과 동시에 중국의 對北 지원이 극대화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최근 북한은 한중일 정상회담 공동선언에 ‘비핵화’가 언급됐다는 이유로 중국 총리가 참석한 회의 결과물을 강하게 비난했고, 김정은이 중국 주재 북한외교관들에게 ‘중국과 마찰을 두려워하지 말고 업무를 수행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자칫 중북관계에 긴장이 조성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한 전략적 ‘사전포석’의 의미가 내포된 것일 수도 있다. 또한 북한은 중국과 반미·반패권 연합의 구축에 공감하고, 미국의 압박하에서 ‘전통우호관계’를 포장하는 것이 필요하므로 양국 관계의 불편함을 최대한 표면에 드러내지 않도록 노력할 전망이다.

 나. 중국의 한국에 대한 접근

최근 러북 밀월과 대조적으로 중국과 북한 사이에서 포착되는 미묘한 이상 기류는 중국의 한반도 정책 변화 가능성과 관련하여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2018년 김정은 방중 기념 제작 다롄(大連)의 발자국 기념물을 제거했고, 중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귀국을 요구했다는 보도와 ‘전승절(7.27)’ 기념식에 왕야쥔(王亞軍) 중국대사가 불참했고, 북한에 대한 관광 재개에 나서지 않고 있다. 향후 중북관계의 이상 기류에 따른 한중관계 개선 및 미국 대선 등 주요 사안들이 맞물릴 경우, 중국은 한반도 정책 변화를 추동할 수 있다. 중북관계는 뿌리 깊은 불신이 내재하며, 북한은 對러 밀착을 통해 對中 종속과 편향을 탈피하려 하겠지만 북한이 민감한 양자 또는 다자 현안과 관련해 중국에 반하는 입장과 태도를 견지할 경우, 중북관계에 갈등과 긴장이 유발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대북 영향력 유지를 위해 한중관계 개선에 힘을 싣고, 탈북민 정책의 변화를 통해 북한의 원심력을 제어하기 위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은 미국 대선 이후 새로운 행정부의 對中 압박에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 현재의 대북 거리두기 정책을 유지·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중국의 한국에 대한 접근은 북한을 제어하고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전술적 의도를 지니는 것이며 북한에 등을 돌리는 전략적·노선적 변화는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3. 중·러·북 연대의 특징 및 정책 고려 사항

  가. 중·러·북 연대의 특징 및 한·미·일 연대와의 차이점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중러북 연대는 한미일 연대와 뚜렷한 상이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특징을 부여할 수 있다. 한미일 협력관계는 자유민주주의적 가치와 체제에 기초한 것으로 이념적 유대의 견고성을 지니고 있다. 반면 중러북 연대는 냉전시기와 달리 이념이 아니라 당면하고 있는 이해에 기초한 관계이다. 가치와 체제에 기초한 관계는 일부 국익 충돌에도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협력이 가능하지만 중러북 관계는 가변적 국익에 기초한 관계로서 국제질서와 상황 변화에 따라서 연대의 성격이 변화할 수 있는 가변적 구조라는 차이를 지닌다.

또한 미국을 코어(core)로 하는 한미일협력과 북한을 코어(core)로 하는 중러북 관계 사이에는 내적 연계의 구조적 차이가 존재한다. 한미일 협력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미+미일 연계 구조인데 비해, 중러북 연대는 북한을 매개로 하는 중북+러북 연계 구조이다. 한미일 협력은 미국이라는 가장 강력한 국가를 매개로 하기에 연대의 구심력이 강한반면, 중러북 연대는 가장 취약한 국가인 북한이 매개이기 때문에 원심력이 작동하면 지속되기 어려운 구조적 취약성을 지닌다.

나. 우리 정부의 정책적 고려 사항

우리 정부는 최근 발견되는 중러북 연대에 대응하기 위해 ▲경고 발신 ▲상황 관리 ▲극단적 상황 대비라는 세 축으로 정치·경제·군사적 대응 방안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우리 정부는 첫째, 러북 밀착에 이어 중러북 관계 긴밀화가 지속될 경우, 이에 따르는 ‘신냉전’ 도래의 경고를 지속해야 한다. 동시에 신냉전 도래를 불원하고 중러북 연대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중국을 견인하기 위한 한중 협력 및 소통강화를 모색해야 한다. 둘째, 우리 정부는 러북 밀착이 우리의 레드라인을 넘어서지 않도록 러시아에 대한 경고메시지 발신과 동시에 과도하게 러시아를 자극하기보다는 비공식·공식 소통 채널을 가동해 러시아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파국적 상황을 피할 수 있도록 상황 관리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셋째, 우리 정부 단독 및 미·일과 공동으로 동원할 수 있는 경제적·군사적 압력 수단을 수위에 따라 목록화하고, 한러관계의 극단적 경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우리 교민과 기업의 피해에 대한 대응책도 선제적으로 마련해 두어야 한다.

한편 탈냉전 이후 북한 외교의 초점은 장기간 북미관계 개선과 직접 대화에 있었으나, 신냉전 갈등 구조하에서 북한 외교의 초점이 러북밀착 및 중러북 3각협력 강화 등으로 분산될 가능성이 대두한다. 이러한 현상은 중러북 3각 연대가 심화할수록 북한이 협상에 나설 유인이 감소할 것이므로 북핵 문제 해결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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