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근로의욕 동시에 꺾여…한국 수축사회 진입" (매일경제 2019/12/10)
니어재단 학술대회서
대한민국 원로들의 고언
"정치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경제도 정상화될 수 없다. 경제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미래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김종인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
"경제, 노사, 청년과 노년, 지역, 남북 등 온갖 갈등과 대립이 심화돼 있다. 그 중심에 정치의 극단적 대립이 있다."(김황식 전 국무총리)
총리, 정당 대표, 장관 등을 역임한 원로들이 현재 우리나라 상황 전반에 대해 고언(苦言)을 쏟아냈다. 쓴소리는 경제, 정치, 대북 정책, 검찰 개혁, 그리고 헌법 개정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니어(NEAR)재단 학술상 시상식 겸 송년회에 참석한 김황식 전 총리는 "국민과 국가가 통합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며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검찰 개혁 문제와 관련해 "본질적 문제보다도 진영 싸움, 정치 싸움으로 번지고 있어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며 "검찰·경찰 수사권 외에도 우리 사회 모든 문제가 전부 진영·정치 싸움으로 가고 있는 데 대해 압박감을 굉장히 느낀다"고 토로했다.
김종인 이사장은 주로 정치와 북한 문제를 비판했다. 김 이사장은 "군사정권 이후 민간 통치기간이 30년 다 됐고, 보수와 진보가 15년씩 나눠서 보냈다. 그런데 그동안 대한민국 미래를 이끌어갈 수 있는 것을 이룩한 게 없다"며 "국민에게 뭘 제시했을 때 국민이 따라올 수 있는지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 전망에 대해 그는 "지금까지 여러 상황으로 봤을 때 집권당이 국민에게 절대적 지지를 받을 것이라는 분위기는 절대 아닌 것 같다"며 "그렇다고 보수 야당을 선택할 거냐. 그것도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현 정부 대북 정책과 관련해 그는 "대한민국 평화는 탄탄한 국방력을 유지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 다른 데 의지한 결과가 아니다"며 "(정부가) 통일이라는 말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통일은 역사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통일 기회가 포착되면 그 기회를 잘 쓸 수 있도록 우리 능력을 키우는 게 가장 첩경(捷徑)"이라며 "그러려면 우리 내부에서부터 제대로 화합할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최근 상황은 통합은 고사하고 분열을 계속 일삼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산업자원부 장관을 역임한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우리 사회가 수축 사회이고, 우리 경제가 축소·불균형 경제이며, (경제지표의) 장기 추세선이 하락 진행되는 현실에 국민 대다수가 우울함과 두려움을 함께 가지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 이사장은 "지난 세월 이룬 축적과 궤적, 그리고 신뢰의 자산이 많이 손상된 것 같다"며 "기업가 정신과 근로 정신이 동시에 함몰되는 듯한 현상을 매우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이홍구 전 총리는 최근 미국·중국 간 갈등과 관련해 "1차 냉전이 잘 지나가고 영구적인 평화가 오나 기대하던 시점도 있었다"며 "하지만 이미 2차 냉전으로 들어가 버렸고, 우리는 미국과 중국 간 대결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 홍콩인에게 들은 이야기를 소개하며 "미국인과 중국인은 세계 2개 상업주의 민족이기 때문에 서로 다 무너지는 일은 안 하려는 기질이 있으니, 위험하게는 가지만 전쟁은 안 날 것이라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은 대통령 4년 연임제 등을 골자로 한 원포인트 개헌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전 장관은 "헌법 개정을 통해 권력을 나눠 가지는 제도와 협치 제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총선 이후 1년이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남북기본합의서의 최대 단점은 이행이 안 됐다는 것이고, 그건 5년마다 정부가 바뀌면서 중간에 비틀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5년마다 정책을 바꾸는 정부에는 한반도 문제를 이끌어갈 동력이 없다고 본다. 이 전 장관 제안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니어학술상' 수상자로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가 선정됐다. 니어재단은 "전환기 경제 연구에 몸 바친 학문적 업적, 특히 시장경제 연구와 북한 경제 개혁·개방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에 집중해 온 학문적 집중력을 높게 평가받았다"며 "저서 '북한 경제의 베일을 벗기다'는 북한 경제 연구를 집대성한 것으로, 그 공로가 크다"고 말했다.
[송민근 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
"기업가정신·근로의욕 동시에 꺾여…한국 수축사회 진입" (매일경제 2019/12/10)
니어재단 학술대회서
대한민국 원로들의 고언
"정치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경제도 정상화될 수 없다. 경제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미래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김종인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
"경제, 노사, 청년과 노년, 지역, 남북 등 온갖 갈등과 대립이 심화돼 있다. 그 중심에 정치의 극단적 대립이 있다."(김황식 전 국무총리)
총리, 정당 대표, 장관 등을 역임한 원로들이 현재 우리나라 상황 전반에 대해 고언(苦言)을 쏟아냈다. 쓴소리는 경제, 정치, 대북 정책, 검찰 개혁, 그리고 헌법 개정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니어(NEAR)재단 학술상 시상식 겸 송년회에 참석한 김황식 전 총리는 "국민과 국가가 통합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며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검찰 개혁 문제와 관련해 "본질적 문제보다도 진영 싸움, 정치 싸움으로 번지고 있어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며 "검찰·경찰 수사권 외에도 우리 사회 모든 문제가 전부 진영·정치 싸움으로 가고 있는 데 대해 압박감을 굉장히 느낀다"고 토로했다.
김종인 이사장은 주로 정치와 북한 문제를 비판했다. 김 이사장은 "군사정권 이후 민간 통치기간이 30년 다 됐고, 보수와 진보가 15년씩 나눠서 보냈다. 그런데 그동안 대한민국 미래를 이끌어갈 수 있는 것을 이룩한 게 없다"며 "국민에게 뭘 제시했을 때 국민이 따라올 수 있는지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 전망에 대해 그는 "지금까지 여러 상황으로 봤을 때 집권당이 국민에게 절대적 지지를 받을 것이라는 분위기는 절대 아닌 것 같다"며 "그렇다고 보수 야당을 선택할 거냐. 그것도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현 정부 대북 정책과 관련해 그는 "대한민국 평화는 탄탄한 국방력을 유지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 다른 데 의지한 결과가 아니다"며 "(정부가) 통일이라는 말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통일은 역사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통일 기회가 포착되면 그 기회를 잘 쓸 수 있도록 우리 능력을 키우는 게 가장 첩경(捷徑)"이라며 "그러려면 우리 내부에서부터 제대로 화합할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최근 상황은 통합은 고사하고 분열을 계속 일삼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산업자원부 장관을 역임한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우리 사회가 수축 사회이고, 우리 경제가 축소·불균형 경제이며, (경제지표의) 장기 추세선이 하락 진행되는 현실에 국민 대다수가 우울함과 두려움을 함께 가지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 이사장은 "지난 세월 이룬 축적과 궤적, 그리고 신뢰의 자산이 많이 손상된 것 같다"며 "기업가 정신과 근로 정신이 동시에 함몰되는 듯한 현상을 매우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이홍구 전 총리는 최근 미국·중국 간 갈등과 관련해 "1차 냉전이 잘 지나가고 영구적인 평화가 오나 기대하던 시점도 있었다"며 "하지만 이미 2차 냉전으로 들어가 버렸고, 우리는 미국과 중국 간 대결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 홍콩인에게 들은 이야기를 소개하며 "미국인과 중국인은 세계 2개 상업주의 민족이기 때문에 서로 다 무너지는 일은 안 하려는 기질이 있으니, 위험하게는 가지만 전쟁은 안 날 것이라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은 대통령 4년 연임제 등을 골자로 한 원포인트 개헌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전 장관은 "헌법 개정을 통해 권력을 나눠 가지는 제도와 협치 제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총선 이후 1년이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남북기본합의서의 최대 단점은 이행이 안 됐다는 것이고, 그건 5년마다 정부가 바뀌면서 중간에 비틀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5년마다 정책을 바꾸는 정부에는 한반도 문제를 이끌어갈 동력이 없다고 본다. 이 전 장관 제안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니어학술상' 수상자로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가 선정됐다. 니어재단은 "전환기 경제 연구에 몸 바친 학문적 업적, 특히 시장경제 연구와 북한 경제 개혁·개방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에 집중해 온 학문적 집중력을 높게 평가받았다"며 "저서 '북한 경제의 베일을 벗기다'는 북한 경제 연구를 집대성한 것으로, 그 공로가 크다"고 말했다.
[송민근 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