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인터뷰 - “지금처럼 원칙없이 中에 순종하면, 치욕적인 예속의 길로 갈 것” 니어재단 정덕구 이사장

니어재단 이사장, 韓·中수교 29주년 맞아 책 펴내

임민혁 기자

입력 2021.08.23 21:16

“내년에 선출될 새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을 만나 중국이 우리 주권과 기본가치를 침범하지 못하도록 ‘대(對)중국 레드라인’을 각인시켜야 한다.”

산자부 장관 출신인 정덕구 니어(NEAR)재단 이사장이 한·중 수교 29주년(24일)을 앞두고 중국 극복 전략을 제안한 저서 ‘극중지계(克中之計)’를 펴냈다. 그는 중국 베이징대·런민대 초빙교수와 중국사회과학원 연구고문을 지낸 중국 전문가다. 정 이사장은 23일 본지 인터뷰에서 “지금처럼 원칙 없이 중국에 순종하면 치욕적인 ‘예속’의 길로 갈 수밖에 없고, 이런 관계는 다음 세대까지 상속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은 목표와 꿈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언제든지 우리 생존권을 위협하는 가상의 적이 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도 했다.

최근 중국의 공격적 외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중국을 잘못 본 것이지 중국이 변한 게 아니다. 중국 공산당에 서구 민주주의 이식의 대표적 성공 사례인 한국과 K문화는 늘 눈엣가시였다. 경제적으로 필요하니 한국을 이용해 왔지만, 지금은 중국이 반도체 하나 빼고 한국에 아쉬울 게 없다. 한국을 충분히 추월했고, 앞으로도 산업구조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확신이 생기자 숨겨왔던 발톱을 드러내는 것이다.”

북핵 문제 해결 등을 위해 중국 역할이 중요하지 않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천안문 망루에 오르고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 ‘사드 3불’을 약속해줬지만 우리 주권만 훼손하고 얻은 게 뭐가 있나. 시진핑은 애만 태우고 방한도 안 하고 있다. 중국이 북핵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믿음은 신화에 불과하다. 중국은 미국이 대북 선제공격이나 제재 같은 압박을 운운할 때만 마지못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역대 어느 정부도 이런 중국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에선 ‘한국이 중국에 기울었다’는 의심이 커졌다.

“과거에는 그런 경사(傾斜), 편승 비용이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미·중이 세계 패권을 두고 첨예하게 붙고 있는 지금부터는 경사 비용이 10배 이상 커졌다. 잘못된 판단이 회복할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발톱을 드러낸 중국 앞에서 우리 생존 전략은 무엇인가.

“한·중 관계는 과거에는 보완적 생존 관계였으나 지금은 아니다.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생긴 공백은 자강(自强)으로 메워야 한다. 반도체·신물질·백신 같은 핵심 기술, 원천 기술, 틈새 기술에서 중국과 최소 2단계 이상 초격차를 유지해야 한다. 중국이 필요로 하고 두려워하는 나라가 되지 못하면 공존이 아니라 예속뿐이다. 예속은 구조적인 것이어서 당대에 끝나지 않고 다음 세대에 상속된다.”

자강은 미국과도 거리를 둬야 한다는 말인가.

“미국이 우리의 ‘최종 대부자’가 될 순 없지만, 또한 우리의 자강은 민주적 질서에 의한 연대하에서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미국·일본·호주·인도 간 안보협력체 쿼드는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쿼드기술네트워크(QTN)’를 출범시키고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과학기술 개발을 위한 네트워크다. 한국은 여기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

지금 대선 주자들에게서 이와 관련한 고민이 보이나.

“경제는 민간이 더 중요한 플레이어지만 안보는 대통령의 영역이다. 그럼에도 대선 주자들이 미·중 패권 대결 시대에 맞는 우리의 생존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이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어디 있나.”

차기 대통령은 대중국 외교 1순위로 무엇을 해야 하나.

“변화된 환경 속에서 공존의 틀을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 시진핑과 만나 우리의 주권과 생존권을 침해하지 못하는 레드라인을 확실히 각인시켜야 한다. 영해·영공 무단 침입, 역사 왜곡과 정체성 침해 행위, 북한의 대남 위협·공격 행위 동조 등이다. 이를 넘을 때에는 순종이 아니라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하고 실제 이행해야 한다. 물론 우리도 중국의 핵심 이익은 배려해야 한다. 다만 중국이 지금 대외적으로 주장하는 핵심 이익은 수십 가지에 이르기 때문에 이를 모두 지켜줄 수는 없다. 우리 국익과 직접 배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설정해야 한다.”


2021. 08. 23. 조선일보 인터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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